"보육교사의 '학부모 스트레스'도 아동학대 원인"
"보육교사의 '학부모 스트레스'도 아동학대 원인"
  • 김재희 기자
  • 승인 2018.11.14 14: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장] 아동학대 없는 어린이집 정책 토론회

【베이비뉴스 김재희 기자】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1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영유아와 보육교사의 인권을 함께 보장하기 위한 아동학대 없는 어린이집 정책 토론회’가 개최됐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어린이집 내 아동학대 사건. 생업을 위해 보육기관에 아이를 맡길 수밖에 없는 학부모들은 아동학대 사건에 경악하는 한편, 보육교사와 원장에게 신뢰보다는 의심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다.

학부모들과 기관 간의 신뢰를 회복하고, 영유아를 아동학대 피해에서 보호하고, 보육교사와 아동의 인권을 지키려면 아동학대 사건을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13일 오전 육아정책연구소(소장 백선희)는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 굿네이버스와 함께 ‘영유아와 보육교사의 인권을 함께 보장하기 위한 아동학대 없는 어린이집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토론회는 전직 어린이집 교사와 학부모 대표를 초청해 눈길을 끌었다. 육아정책연구소 측은 “현장에 밀착해 아동학대 사건을 이해를 하기 위해서 이들을 모셨다”고 설명했다.

토론회 현장에는 전직 보육교사와 학부모 대표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토론회 현장에는 전직 보육교사와 학부모 대표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전직 보육교사 “CCTV 설치에 아동학대 해결 기대선 안 돼”

전직 보육교사 이아무개 씨는 “어린이집 내 폐쇄회로(CC)TV 설치만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 씨는 “잠재적인 아동학대범이라는 인식 때문에 교사는 모든 것을 통제·감시당하고 있으며 학부모와의 신뢰형성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학대 주장이 무고로 밝혀졌을 경우 교사가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 ▲학대 의심 상황 발생 시 진위여부 파악 우선 지침 확보 ▲학대 수사 과정 비공개 원칙으로 기관과 교사 보호 ▲아동학대 판단 때 교사 행위 맥락 고려 등 교사가 사명감과 윤리의식을 가지고 현장에서 계속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서울대학교 부모학생조합 ‘맘인스누’ 이진화 대표는 ‘학부모가 경험한 어린이집 아동학대’를 발표했다. 이 대표는 학대 의심상황이 발생하면 부모 대처 매뉴얼이 없다는 점부터 지적했다. “학대 신고가 굉장히 부담이 많이 가는 일이지만 일단 신고한다”며 “문제를 공유하거나 건의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학대가 심각해질 때까지 자녀와 그 친구들을 방치하게 된다”고 말했다.

2차가해도 피해 아동 학부모를 괴롭히는 원인이 됐다. 해당 교사가 진술을 번복하거나, 피해 아동 학부모에게 ‘아이에게서 담임을 데려간 가해자’라는 프레임을 씌우거나, 피해 아동의 평소 행실을 문제 삼거나 하는 등의 문제가 학대 신고 후에 발생한다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이를 방지하는 제도와 함께, 가해교사에 대한 즉시 분리·휴직 등의 후속조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교사 처우개선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밝고 따뜻한 선생님도 학기 말에는 직무소진이 얼굴에서부터 보인다”며 “직무소진으로 발생하는 학대가 절반 이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발제를 맡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김경희 팀장은 "아동학대 예방은 교사와 학부모 모두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아동학대 사법절차 전 객관적·효율적 ‘중재기구’ 설치해야"

김경희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정책연구팀장은 발제 ‘어린이집 아동학대 현황과 과제’에서 아동학대 사례를 분석했다. 그는 “아동학대행위자 특성을 분석해보면 아이가 지시를 따르지 않아서 무시하거나 방치하는 등의 현상이 나타난다”며 “아이들을 체벌로 교정할 수 있다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팽배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례로 확인된 바로, 학대가 발생하는 어린이집은 ▲위계적 관계 존재 ▲보육교사 업무 과중을 조절하지 않음 ▲교사 간 반목 ▲교사 간 소통 부재 ▲원장과 교사 간의 갈등 등 다섯 가지 특성이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김 팀장은 원장이 리더십을 발휘해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조직문화를 개선하고, 과중하다고 느끼는 업무량을 조절해주거나, 경험 부족으로 고생하는 교사에게 노하우를 제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최근에는 교사가 부모에게 느끼는 스트레스도 학대 원인으로 대두됐다. 아동 식사 지도 시에 학부모가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보육에 구체적이고 까다로운 요청을 한다거나, 교사에 대한 인신공격을 가하거나 하는 등의 어려움을 교사들이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 팀장은 “아동학대 예방은 교사 한 명의 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육아정책연구소 이윤진 부연구위원은 아동학대 사후처리를 위한 '중재기구' 설립을 제안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이윤진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이번 토론회에서 아동학대 해결과정에 ‘중재기구’를 설립할 것을 제안했다.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후 대응 : 중재기구 설립 가능성 탐색’에서 이 부연구위원은 ‘중재기구’를 “비사법적 절차를 원칙으로 아동과 보육교사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시스템”으로 정의했다. 중재기구가 비사법적 절차로 운영돼야 하는 이유를 “인터뷰에서 사법적 절차까지 원치 않는다는 의견이 상당수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 부연구위원은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아동학대 사건 신고가 들어왔을 때는 어린이집과 학부모 간 사전 조율이 실패했을 경우”라며 “학부모와 기관 양쪽이 감정이 격앙된 상태이기 때문에 좀 더 객관적으로 상황을 판단할 기구가 필요하다”고 중재기구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또한 “아동학대 처리 과정에서 의견이 일방적으로 반영되거나 묵살된다”며 “학부모와 기관의 감정 다툼을 최소화하고 당사자간 의견 조율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금까지 나온 정부의 어린이집 내 아동학대 발생 예방 대책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질의응답 시간을 이용해 자신을 어린이집 운영자라고 소개한 한 참가자는 “현장에서 정책이 만들어지는 것을 보면 옥상옥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교사 대 아동 비율 축소 ▲실내 보육공간 크기 확충 ▲보육교사 8시간 근무 정립 등이 우선돼야 아동학대를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실시간 댓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