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
"아이 둘과 나란히 두 손을 맞잡고 걸어가는 세상"
보건복지부(장관 진수희)는 지난 26일 서울시 종로구 계동에 위치한 보건복지부 청사에서 ‘우리아이 행복 체험수기 공모전’ 시상식을 열고 총 622편의 출품작 중 최종 11편(대상 1편, 우수상 10편)을 선정해 시상했다.
다음은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이지원 (여, 서울시 송파구)씨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 전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

"우리는 남들과 다르게 가볍게 살자. 아이 때문에 교육비 걱정, 결혼자금 걱정하지 말고 그 돈으로 둘이서 멋지게 세계여행하면서 노후도 여유롭게 지내는 거야? 어때? 오우∼케이!! 좋았어!"
서른이라는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한 나와 네 살 차이인 남편은 결혼과 동시에 가훈을 정했다.
'무자식이 상팔자! 둘이서 신나게 살아보자!'
맞벌이 부부로 출발했으니, 남들보다 경제적인 여유도 있었다. 덕분에 가끔씩 해외여행도 즐기고, 문화생활도 즐기면서 즐겁게 살았다. 그렇게 3년이 흘렀을까? 둘이서 즐기는 것에도 한계가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문득, 이렇게 나이 들어서도 계속 살 수 있을까에 대한 회의가 들었다.
어느 날 부터인가 유모차를 몰고 다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세상엔 '돈'으로 채워질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여러 고민 끝이 우리는 급히 가훈을 변경했다.
'하나만 낳아, 제대로 키워보자!'
돌이켜 보면 참 철없는 30대 신혼부부였다. 우리는 지금부터 ‘준비 땅!’ 하고 마음만 먹으면 아이가 바로 생기는 건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피임을 하지 않았으니, 당연히 임신을 했으리라는 나의 기대는 어긋났다. 계획적으로 몸 만들기도 하고, 날짜도 잘 계산해서 노력했지만, 1년이 넘게 아이가 생기지 않는 것이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피임 기간이 길면 몸이 자연스럽게 아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습성이 생겨서 아이가 잘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가지기 어려워지면, 간절해진다고 했던가? 우리는 정말 열심히 노력을 했고, 임신에 성공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뿐. 임신 11주에 나의 입덧이 멈췄다. 허리가 끊어지게 아파서 병원을 찾았을 때는 '계류유산'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길 줄은 몰랐다. 주변에서 유산을 하는 사람들의 얘기가 남의 얘기인 줄 알았었는데 말이다. 유산 수술 후 집에 미리 준비해 둔 예쁜 임부복과 태교책, 모차르트의 음악CD를 보다가 남편과 붙잡고 엄청나게 울었다.
아이에 대해서 너무나 가볍고, 쉽게 얻고자 했던 우리 부부에게 하늘이 벌을 주시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우리는 전보다 훨씬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노력들을 시작했다. 운동도 열심히 하고, 몸에 좋지 않은 음식도 가려먹으면서 빨리 시간이 지나기를 바랐다.
그리고, 다시 찾아온 아기! 또 유산을 할까봐 얼마나 조심스러웠는지 모른다. 그렇게 어렵게 첫째 아이를 36주에 2.5킬로그램으로 만났을 때의 우리의 감동은 너무나 컸다. 대학 합격 소식보다 더 기뻤던 것 같다. 그러나, 아이만 낳으면 모든 게 다 재미있을 것만 같았던, 우리의 기대와는 크게 달랐다. 밤과 낮이 바뀌어서 매일 보채고, 우는 아기. 바닥에 내려놓지도 못하고, 매일 팔이 끊어지도록 안아서 재워야 했던 수많은 밤들…
'내가 왜 아이를 낳아서 이런 고생을 사서 하는 건가?' 하는 후회가 엄청나게 밀려왔다. 아이를 키우면서 남편과 서로 참 많이도 싸웠다.
"당신이 낳자고 했지? 내가 낳지 말자고 했잖아."
"무슨 소리야 당신이 낳자고 했잖아. 난 자식이 없이 사는 게 더 편할거라고 했었다구!!"
매일 버거운 숙제를 떠안은 초등학생마냥 불안에 하면서 육아서적을 뒤적이고, 선배 엄마들에게 전화를 하고, 인터넷에서 육아 정보를 얻느라 바빴다.
그러나, 돌이켜보니 그런 불면의 시간들이 내가 제대로 된 '어른'으로 커나가는 커다란 밑거름이 된 것 같다. 누군가를 위해 나의 시간과 정성을 온전히 바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식’이라는 존재가 주는 변화의 힘은 대단한 것이었다. 시간이 흘러, 어느 새 아이가 방긋 방긋 웃고, 엄마 아빠를 말하기 시작하고, 곰 세 마리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게 되었다. 그 순간 순간의 행복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거봐. 내가 아이를 낳자고 한 게 잘한 일이지?"
"무슨 소리야 내가 먼저 낳자고 했잖아. 당신은 안 낳겠다고 했어. 나에게 매일 매일 감사해야 해. 알았지?"
우리 부부는 아이가 전해주는 사소한 일상의 감동에 흠뻑 취하기 시작했다. 아이가 두 돌을 맞이 할 때 쯤, 하나만 낳아서 잘 키우자고 했던 우리의 굳은 결심이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자식은 둘은 있어야 한다고, 나중에 크면 아이가 너무나 외로워한다고 주위에서 둘째를 권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시 그 힘들었던 밤을 새면서 아이를 재우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인간은 누구나 외로운 법이라며 '형제 무용설(無用說)'로 단호하게 대응했다. 하나만 낳아서 잘 키워야겠다고 다시 결심했다. 한 아이에게 전념해서 좀 더 훌륭한 인재로 키우고 싶었다. 더 좋은 책을 사주고, 더 비싼 옷을 입히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친한 친구가 나에게 물었다.
"너,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뭔지 알아?"
"선물? 글쎄. 책? 좋은 교구? 세계 여행?"
"땡! 틀렸습니다! 바로 형제를 만들어 주는 거래"
나의 머리에 잠시 충격이 왔다. 내가 사랑하는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커다란 선물이 훌륭한 책도, 유명한 교구가 아니라 '형제' 라니…. 우리 부부는 머리를 맞대고 다시 계산에 들어갔다. 두 아이가 되었을 때의 육아부담 경비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 들어갔다. 당연히, 답은 여전히 하나만 낳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마음속에 둘째에 대한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둘을 낳은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경제적인 부담 때문에 하나만 낳기로 했다고 했더니, 친구가 웃으며 말했다.
"재미있는 얘기 해줄까? 나도 옛날 분들이 '자기 밥 그릇은 자기가 가지고 태어난다'고 하길래 자식을 줄줄이 낳던 시대의 사람들이 그냥 변명처럼 하는 얘기라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정말 그런 것 같아. 애가 하나 있을 때는 남편이 딱 한명 키울 만큼만 돈을 벌어오더니, 신기하게도 둘이 생기니 또 어디선가 채워지는 것 같아. 생각보다 빠듯하지 않더라구. 오히려, 돈이 더 모이는 것 같아. 우리 둘째가 복덩이인가? 난 요즘 아이가 너무 예뻐서 셋째도 고민 중이라니까호…호…"
친구의 말에 우리 부부는 또 가훈을 급히 변경했다.
"둘을 낳아 더 잘∼키워보자!"
그렇게, 둘째가 태어났다. 육아도 첫 번째보다 확실히 두 번째는 쉬웠다. 한 번 해본 경험이 있으니, 당황하지 않게 되고, 여유가 생겼다. 육아 물품도 물려 쓰고 옷도 함께 입으니 경비도 두 배로 드는 게 아니었다. 그러나, 여전히 아이 키우느라 계절의 변화도 제대로 못 누리고 지날 때가 많았다.
"올 가을은 단풍구경도 제대로 못하고 그냥 지나가네…"
두 아이와 씨름하며, 투덜거리는 나에게 친정엄마가 한 말씀 던지셨다.
"넌 지금 단풍보다 더 예쁜 자식을 보고 있잖아. 자식을 단풍에 비하겠니? 나중에 멋진 단풍 볼일 많다."
그랬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곱게 물들게 될 아기 나무를 키우고 있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엄마, 아빠를 반기며 웃어주고, 사랑스럽게 안기는 아이의 달콤한 살내음을 맡을 때마다 나의 선택이 옳았음을 깨닫곤 한다.
몇 일 전 어린 둘째 아이 때문에 잠이 부족해져서 늘 충혈이 되어 있는 나의 눈의 한참 들여다보던 첫째 아이가 말했다.
"엄마 눈은 왜 빨개? 아∼알았다. 빨간 딸기 쥬스를 많이 먹어서 그런거구나. 아니면, 빨간 꽃을 많이 봐서 그런가?"
동화 같은 아이의 표현에 나의 눈과 마음은 어느새 빨간색 꽃처럼 고운 물이 든다. 아이의 엄마는 글자가 없는 살아있는 동화책을 매일 매일 기분 좋게 읽는 특권을 누릴 수 있다.
"수연아, 엄마는 수연이를 많이 많이 사랑해. 수연이는 엄마를 얼만큼 사랑해?"
"응. 하늘만큼 땅만큼!!"
"우와!! 정말? "
"응. 근데 엄마…있잖아땅이…도대체 뭐야? "
"뭐? 땅? 너 뜻도 모르면서, 매일 그 애정 표현을 남발한 거니? 땅은 우리가 밟고 다니는 바닥 부분 있잖아. 그런 걸 땅이라고 하지.“
"밟고 다니는 거? 아하… 거실 바닥? 그럼, 방바닥도 땅이야?"
"흠. 그건 땅이라고 하긴 좀 그런데. 암튼 넓고 넓은 거야. 하늘의 반대말! "
"응. 알았어. 아무튼, 수연이는 하늘만큼 땅만큼 엄마를 사랑해!"
네 살 딸 아이가 엄마에게 말하는 땅의 크기가 '거실바닥' 만큼이라도 해도 나는 아이가 내게 매일 전해주는 사랑에 감사하고, 또 감동한다.
아이의 마음속에 자리 잡을 하늘과 땅의 크기가 더 넓어지게 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겠다고 매일 다짐한다.
그리고, 나는 기다린다. 내 아이 둘이서 나란히 두 손을 맞잡고 걸어가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는 그 날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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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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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맘2011.04.30 17:08
에효~
그동안 맘 고생 많으셨겠지만..
지금은 두 아이가 예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