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매? 매에 어떤 사랑이 있습니까?"
"사랑의 매? 매에 어떤 사랑이 있습니까?"
  • 권현경 기자
  • 승인 2018.12.07 1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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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브더칠드런, 「사랑해서 때린다는 말」 출간기념 북토크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사랑해서 때린다는 말' 북 토크가 5일 저녁 7시 30분 서울 역삼동 최인아책방에서 열렸다. ⓒ이승재 세이브더칠드런
「사랑해서 때린다는 말」 북토크가 5일 서울 역삼동 최인아책방에서 열렸다. ⓒ이승재 세이브더칠드런

“‘사랑의 매’, 매에 어떤 사랑이 있습니까? 사랑은 하나도 없습니다. 어린이를 정말 사랑한다면 단 한 대도 때려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김지은 아동문학 평론가)

‘사랑의 매’는 오랜 시간 훈육의 한 방법으로써 정당화돼왔다. ‘사랑해서 때린다는 말’은 정말일까. 국제구호개발 NGO 세이브더칠드런이 체벌에 대한 강연을 엮어 「사랑해서 때린다는 말」(오월의봄, 2018년)을 출간했다.

책 「사랑해서 때린다는 말」 출간 기념 저자와 함께하는 북토크가 5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역삼동 최인아책방에서 김지은 아동문학 평론가와 구형찬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원, 은유 작가가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지난해 세이브더칠드런은 아동을 대상으로 한 학대와 체벌을 문학·역사·여성·심리·종교의 다섯 가지 관점에서 풀어낸 강연 ‘인문학으로 바라본 체벌 이야기’를 열었다. 단순히 ‘아이를 때려서는 안 된다’라는 도덕적 당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문학적 관점을 통해 체벌을 한국 사회 전반의 폭력과 혐오 문제로 확장했다.

다섯 번의 강연 주제는 ▲김지은 아동문학 평론가 ‘동화 속의 맞고 때리는 아이들’ ▲김한종 한국교원대 역사교육학과 교수의 ‘인류는 아동을 어떻게 대했는가’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 ‘아동의 다른 이름은 여성이었다’ ▲표창원 국회의원 ‘아동학대범, 우리와 다른 괴물일까?’ ▲구형찬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원 ‘종교와 체벌’이다.

◇ “‘때리다’라는 개념을 확장해야 한다”

“아이를 때릴 때 저희가 여러 가지 미사여구를 사용해서 ‘이건 사랑의 회초리다’, ‘너를 향한 내 마음이 어쩌고저쩌고’ 이렇게 이야기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체벌의 과정은 맞는 일이에요. 체벌한 사람은 때리는 사람이죠. 그래서 맞고 때리는 일에 대해 우회하지 않고 정확히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사랑해서 때린다는 말」 15쪽)

책에 담긴 김지은 아동문학 평론가의 말이다. 김 평론가는 북토크 현장에서도, 직접 손을 대는 것만이 체벌이 아니기 때문에 ‘때리다’의 개념을 확장해야 한다고 했다.

“한숨을 쉰다든지, 문을 쾅 닫는다든지, 물건을 던진다든지, 훈육과 무관하게 행위를 통해 우리는 분노를 표출합니다. 늘 부처님이나 천사처럼 이야기하라는 게 아니라 이런 식으로 오가서는 안 되는 감정들이죠. 더 합리적으로 많이 생각하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감정일기 같은 것을 쓰는 게 도움이 되겠단 생각을 해요. ‘때리다’의 개념을 확장해야 합니다.”(김지은 평론가)

김 평론가는 흔히 언어폭력도 체벌이라고 말하지만 그 언어폭력의 범주 안에는 우리가 쉽게 떠올리는 욕설이나 저주뿐만 아니라 신체를 볼모로 한 협박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간접적인 체벌은 실제 체벌을 받을 때와 동일한 공포의 감정을 아이들에게 안겨준다는 것이다.

은유 작가도 때리는 것의 범위를 확장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자신도 모르게 문을 쾅 닫고 설거지를 시끄럽게 하면 아이가 갑자기 청소를 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엄마 행동을 통해 눈치를 보는 걸 보고 슬프기도 하고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고 했다.

은유 작가는 “많은 육아서에서 아이한테 화내지 말라고 많이 한다. (엄마가) 인격 수양이 덜 돼서 그런 건 아니다. 왜 엄마가 화를 낼 수밖에 없을까. 가사노동과 양육, 경제활동 등 가부장제 사회에서 힘듦이 있다. 그런데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두려움을 가르친다는 것이 엄마들도 배워본 적이 없어 양육자인 엄마, 아빠의 문제로 환원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왼쪽부터)은유 작가, 구형찬 연구원, 김지은 평론가가 북 토크에 참석해 독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승재 세이브더칠드런
(왼쪽부터)은유 작가, 구형찬 연구원, 김지은 평론가가 북토크에 참석해 독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승재 세이브더칠드런

◇ “가족 내 동등한 권력 분장이 중요하다”

김지은 평론가는 체벌도 좋은 의도를 가지고 했다고 하면 행위 결과를 두고 얘기하기 어렵다고 했다.

“누구도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아이에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서 했다고 하면 어디까지가 체벌이고 어디까지가 체벌이 아닌지 (알 수가 없다).”

또 김 평론가는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것 중 가장 감사하지 않는 것이 ‘체벌’이라고 말했다.

“체벌을 한 사람이 화난 사람으로 기억된다. 이는 효과적인 훈육법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훈육 과정에서 했던 간접적 행동들, 책상을 내려치고… 단 한 장면도 기억하고 싶지 않다. 해선 안 되는 일이라는 것에 확신을 느낀다.”

그리고 김 평론가는 “두려움과 슬픔을 제대로 배워야 기쁨과 즐거움을 제대로 배울 수 있다”면서, “아이들에게 나의 행위와 행위로 인한 관계의 두려움을 알려줘야 한다. 슬픔과 두려움을 이야기로 알려주라”고 조언했다. 

김 평론가는 아동문학에서 엄마가 ‘마녀’로 돼 있다면서, 엄마를 이용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이는 어린이를 잘 키우는 데 본질적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엄마라는 가부장제 약자를 도구로 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엄마의 체벌 문제가 인격 수양이라든가 인내의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아이가 보는 앞에서 분노를 표출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다정하게 분명하게 이야기하는 것. 아이와 동료라는 것을 인지시키는 것. 가장 위험한 건, 아이를 부모화 시키는 것이다. ‘엄마가 얼마나 힘든지 네가 이해해줘야 해’ 하는 건 안 된다. 가족 내 동등한 권력 분장이 중요하다.”

◇ “체벌, 사회구성원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문제”

북토크 현장에서 '체벌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이야기하면 효과적으로 체벌을 막을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그들은 양육의 어려움, 아이의 특이성 등을 설명하며 행동의 정당성을 피력한다는 것이다.

김지은 평론가는 당구대를 예를 들었다. 직접 공을 맞히기보다는 주변을 먼저 맞고 원하는 곳으로 흘러가도록 하라는 것. 직접 표현하기보다는 돌려 표현하라는 이야기였다.

"남편에겐 직접적이고 단호한 방식으로 설득해 나가야 한다. 하지만 주변 분에겐 '이런 일이 있다는데…', '이런 게 걱정이지…', '맞는 애들이 많이 있나 봐'와 같이 표현하면서 ‘당신이 뭘 하는지 알아요’가 아니라 ‘저는 보고 있어요. 저는 체벌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입니다’라는 것을 온건하게 지속해서 알려줘야 한다. 누군가가 감시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함부로 행동할 수 없을 것이다." 

구형찬 연구원도 김 평론가 이야기에 공감했다.

“종교도 감시당하면 조심한다. 절대적 규범을 따를 것 같지만 눈치를 많이 본다. 자식을 어떻게 키울지 고민해본 적 없는 사람이 부모가 되다 보니 최선을 다하는데도 어려움이 있다. 중·고등학교 때 부모가 되는 것, 아이와 같이 산다는 게 어떤 건지 구체적으로 전문적으로 배워본 적이 없어 참 어려운 문제다. 사회 곳곳에서 얘기를 듣고 감시를 받는 곳도 중요하지만 교육시스템, 캠페인도 필요하다.”

구 연구원은 ‘사회구성원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아동 체벌 문제 역시 부모나 교사만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가 당사자로서 고민해야 하는 문제로 누구든 참여할 수 있어야 하고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해야 한다. 책에서 하고 싶었던 말은 단순하다. 종교와 관련된 체벌에 대해서도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건 아니건 간에 누구든지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한편, 세이브더칠드런은 체벌을 아동의 신체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로 보고 체벌 근절 캠페인 ‘사랑의 매는 없습니다’를 펼치고 있다. 강연과 도서출판 외에도 플래시몹, 체벌 옹호 표현 모니터링 등 다양한 노력을 통해 체벌에 대한 인식 및 제도 개선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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