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류야 엄마가 힘낼게
미류야 엄마가 힘낼게
  • 강석우 기자
  • 승인 2010.12.23 01:4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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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아이 행복 체험수기 공모전 우수상 수상작

보건복지부(장관 진수희)는 지난 26일 서울시 종로구 계동에 위치한 보건복지부 청사에서 ‘우리아이 행복 체험수기 공모전’ 시상식을 열고 총 622편의 출품작 중 최종 11편(대상 1편, 우수상 10편)을 선정해 시상했다. 

 

다음은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김혜란 (여, 서울시 도봉구)씨의 ‘미류야 엄마가 힘낼게’ 전문이다.  

 

미류야 엄마가 힘낼게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우리아이 행복 체험수기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김혜란씨의 딸 미류 ⓒ김혜란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우리아이 행복 체험수기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김혜란씨의 딸 미류 ⓒ김혜란

 

미류나무 꼭대기에
조각구름이 걸려있네~
솔바람이 몰고와서
걸쳐놓고 도망갔어요~

 

한 동안 우리아기 미류가 다니던 동네 어린이 방에서 미류를 가운데 앉히고 친구들이 자주 부르던 동요이다.

 

미류나무의 올바른 표기법은 미루나무라고 한다. 미루나무는 우리나라 시골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나무이다. 바람에 살랑거리며 가냘퍼 보이지만 들판에 당당히 우뚝 서 있는 나무.

 

미류는 5년 전 엄마의 품으로 떨어진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과 같은 존재이다. 우리 아가 이름은 같은 동네에서 살고 있는 왕이모가 지어주었다.

 

한자로는 아름다울 미(美), 버들 류(柳).

 

작명소는 가지 않았는데. 사람의 팔자가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인생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평상시 나의 판단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 집 거실 한 구석에 아가가 태어난 지 1개월이 되는 날 만들어 준 손발 도장. 거기에 이렇게 적었다. ‘아가야, 들판에 우뚝 서 있는 한 그루 미류나무처럼 부드럽고도 강한 사람이 되렴…’

 

개인 사업을 시작하면서 미류아빠를 만났다. 둘 다 결혼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뜻하지 않았던 임신에 많이 당혹스러웠지만 뱃속 아기의 심장소리를 들으면서 엄마에게 다른 선택이 없었다. 40을 넘긴 노산에 싱글맘, 워킹맘으로 아이를 키우면서 꾸려나가야 하는 상황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극도의 스트레스로 임신 말에 찾아온 임신중독 덕분에 지금까지도 혈압 약을 달고 산다.

 

5년 전 자연분만을 유도하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 이틀간 통증을 견디고 어렵게 수술을 결정하였다. 하반신 마취를 하였는데 이내 마취에서 깨었다. 임신중독과 같이 찾아온 두 손의 통증 덕분이었다.

 

손을 잘라달라고 고래고래 고함을 지를 정도의 극심한 통증이었다. 이내 수술대가 움직이고 신생아실 창을 통해 우리 아기를 처음으로 만났다. 두 눈을 똘망똘망하게 뜨고 엄마를 쳐다본다. 그렇게 우리 아가는 엄마의 품으로 들어왔다.

 

임신 전 기업체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였다. 그러나 임신 후 유지가 어려워 사업장을 접고 어찌 되겠지 생각하며 이사를 결정하였다. 만삭에 사무실과 집을 두 번 이사하였다.

 

지금 생각하면 암담하던 시절이었는데…

 

첫 이사는 육아를 돕기로 한 작은언니네 집 근처였는데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처지.

 

두 번째 이사는 혼자 아등바등 아이를 키우는 것을 딱하게 생각한 큰언니네 집 근처였다. 미류가 태어난 지 만 7개월 되는 날, 대책 없이 1억을 융자받고 지금의 아파트로 이사를 하였다. 그 때 자리 잡은 서울 방학동의 아파트에서 지금까지 미류와 같이 생활하고 있다.

 

미류는 지금 6살. 만 나이로는 5살이 채 안 되었다. 누워서 버둥거리다가 기고, 걷고, 옹알이를 하고, 말을 시작하는 것을 보면서 하루하루 아슬아슬하게 보낸 일상들이 지나갔다.

 

만 7개월 되는 날부터 오전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동네 어린이집에서 생활했다. 미류의 유치원 가방에는 늘 엄마가 정성으로 만들어 준 이유식 도시락이 들어있었다.

 

기저귀도 다른 아기들보다 조금 늦게 떼고 두 돌이 넘게 노리개는 줄 창 입에 달고 살았다. 말도 또래와 비해 많이 늦게 터졌다. 집에서는 유난히 활동이 많고 수다스러워 그다지 걱정을 하지 않았는데 일년 전 어린이집에서 주로 혼자 논다는 선생님의 설명에 아이를 끌어안고 소아정신과를 찾았다.

언어테스트를 하였는데 1년 지체로 나왔다.

 

엄마로서는 암담한 진단이지만 그 덕에 보내고 싶었던 우리 모녀가 다니는 교회 어린이집에 한 살 아래 반으로 무료로 입학이 허락되었다. 그 때 시작한 미술치료도 지금까지 진행 중이다. 입학을 하라는 원장선생님의 전화를 받고 엄마의 눈에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 뒤 뒤쳐졌던 학습도 따라잡았고 이제 상호작용도 좋아졌고 자신감도 많이 찾은 것 같다.

 

아이를 홀로 키운다는 것이 아슬아슬한 줄타기 같다. 일에 치어 바쁘면 아이에게 신경을 쓰지 못해 아이가 어두워지고, 일이 없어 마이너스 통장이 불어나면 엄마의 얼굴은 어두워지지만 아이의 얼굴은 밝아진다.

 

아기와 같이 생활하기 위해서 엄마에게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해가 갈수록 일거리가 줄어들어 한숨이 잦아들 날이 없다.

 

사실 아빠 없이 아이를 키운다는 걱정은 나로서는 사치일 뿐,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며 생활을 유지해 갈지가 당면한 문제이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지금까지 어떻게 꾸려 나왔는지 스스로 대견스럽기도 한데…

 

우리 아파트 근처에는 주말농장이 더러 있다. 일도 뜸하기도 하고 흙일을 하면서 잡생각을 없앨 생각으로 올 봄 주말농장을 시작했다. 밭을 일구고, 씨를 뿌리면서 엄마의 손끝은 허구한 날 새까맣다.

수확을 하면서 농작물을 키우는 것과 아이를 키우는 것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뿌리는 대로 거두고 것이 아이의 존재가 아니던가?

 

예전부터 나는 동네 아줌마들과도 열고 지내지 않는 성격이다. 그러나 아이를 위해 요즘은 어린이집 엄마들과 친하게 지내곤 한다.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서 같이 놀기도 하고 친구집에 놀러가기도 한다. 올 봄 친구들 엄마들과 오전 등산도 시작했다. 나로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변화이다.

 

얼마 전 밭에서 수확한 야채로 야채파티에 친구들을 초대했다. 요즘 한글을 곧잘 쓰는 미류. 초대장에 적어 내려간다.

 

“친구야, 야채파티에 꼭 와.”

 

“친구야, 6월 25일 미류네 집 야채파티에 초대해.”

 

15명 정도 초대하면서 설마 반도 안 오겠지 했는데 두세 집 빼고 다 왔다. 엄마들 포함해서 30명 정도가 37평 아파트에서 복닥거렸다.

 

한 엄마가 들고 온 수박을 한 친구는 축구공이라며 발로 차고 다니질 않나. 아이들 왁자지껄 소리, 엄마들 수다 떠는 소리…

 

발레수업이 있어서 같이 발레 하는 친구엄마와 늦게 도착한 미류.

 

왁자지껄 광경을 보더니 놀라움과 기쁨에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야채밭 체험으로 우리집 야채밭 당근이며 씨 뿌린 밭이며 쑥대밭이 되었다.

 

그날 저녁, 아이들과 엄마들이 떠난 자리는 마치 폭격을 맞은 전쟁터의 모습이었다.

 

엄마가 마음을 열고 지내니 아이의 마음이 같이 열리는 것 같다. 이제는 어린이집 친구들 이름도 많이 알고 엄마들과도 소통을 하면서 지내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얼마 전에 있었던 어린이집 행사 '시장놀이'에 참가해서 행사 사진도 찍어주고 동영상도 만들어 주었다. 또 만들어야 할 동영상 이 3건이다. 야채파티, 주말여행, 여름캠프.

 

미류는 기폭이 조금 심한 편이다. 언어지체 진단 이후, 미술치료를 병행하고 있는데 많이 좋아지다가 최근 약간 이전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런데 시장놀이 이후 아이가 많이 밝아졌다는 선생님의 설명이다.  이 주전에는 친한 친구들과 엄마들이 모여서 주말에 남이섬에도 놀러갔다.

 

그리고 이어진 1박 2일의 어린이집 여름캠프. 약 120명이 참가한 캠프에 엄마는 또 촬영기사로 참여를 했다. 엄마를 포함해 단 3명의 엄마가 참가했다. 이번 한 달, 매 주말을 미류를 위해 시간 투자를 한 셈이다.

 

여름캠프를 마치고 어제는 아침식사 후 일찍 귀가를 했다. 전날 뛰어 놀던 아이들을 보고 내심 놀랐는데 지치지도 않고 얼굴에 미소가 가득한 모습이다. 원에서 있었던 일들을 설명하면서 참 행복해 보인다. 엄마 없이 하룻밤을 지냈다는 자신이 퍽이나 뿌듯한 모양이다.

 

어제는 빨리 온 아이를 데리고 단짝과 같이 실내놀이터에서 놀게 하고 시장놀이 프로그램에도 참여

하였다. 요즘 미류에게는 집, 어린이집, 그리고 교회 유치부, 성가대 생활이 모두 즐거워 보인다.

 

아이의 일상은 벌써부터 바쁘다. 귀가 후 매주 발레수업 2회, 미술치료 1-2회, 학습지 1회, 그리고 매주말에는 교회 유치부 성가대에서 참새처럼 입을 짝짝 벌리면서 성가를 한다.

 

내가 실망하고 지쳐있을 때 주님은 나를 기억하고 계세요~♪
내 갈 길 아시고 인도하시니 나 다시 일어설 수 있어요…♪

 

앞으로 아이와 같이 할 나날은 아직도 진행형의 물음표이다. 그러나 엄마가 지쳐있을 때 미류는 엄마를 오뚝이처럼 다시 일으켜 주는 존재이다.

 

두 해가 지나면 미류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된다. 일을 계속 해야 하기 때문에 요즘 엄마들처럼 방과 후 학원들을 전전하면서 아이를 데리고 다닐 자신이 없다. 상황이 허락되어도 그렇게 하고 싶지도 않고.

 

그래서 초등학교 들어갈 쯤 시골생활을 생각하고 있기도 한데…

 

지금까지도 해 왔으니 그 때까지는 어떻게든 서울에서 버틸 생각이다.

 

많이 피곤했는지 어제 저녁도 거르고 이른 새벽, 미류가 곤히 자고 있다.

 

‘아가야, 엄마가 힘 낼께… 우리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자꾸나.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우리아이 행복 체험수기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김혜란씨의 딸 미류. ⓒ김혜란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우리아이 행복 체험수기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김혜란씨의 딸 미류. ⓒ김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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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nys**** 2011-04-30 18:35:00
싱글맘..
안그래도.. 힘드시겠지만..
그래도 미류가 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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