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시태그로 보는 육아맘] 축하의 방법
[해시태그로 보는 육아맘] 축하의 방법
  • 칼럼니스트 여상미
  • 승인 2019.02.12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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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 #졸업시즌 #입학식 #아이행사 #가족행사 #가족참여 #축하선물

졸업과 입학 시즌이 다가왔다. 무엇이 되었든 하나를 무사히 마치고 다시 새로운 것을 시작한다는 의미에서 축하와 격려를 아낌없이 보내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아마 각자의 앨범에도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특히 가족 친구들과 어울려 찍은) 사진은 졸업식, 입학식이 아닐까. 꽃다발, 선물, 가족, 선∙후배들의 박수갈채와 맛있는 음식….

이와 같은 이미지들로 대변되는 기억처럼 모두가 설레고 즐거운 경험이면 좋겠지만 우리가 미처 돌아보지 못한 곳에는 그렇지 못한 이들도 있다는 것을 자꾸 잊어버리는 것만 같다.

특히 요즘은 집안에 아이 하나, 손주 하나 보기 귀한 세상이다 보니 유치원 입학, 졸업식에도 할머니, 할아버지를 비롯해 친척들까지 마치 집안 행사를 방불케 하는 축하 행렬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얼마 전 설에 만난 친척도 아이 아빠가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겨 아이 졸업식에 엄마 혼자 가게 되었는데 다른 아이들은 친∙인척까지 동원하여 대규모로 축하하는 분위기라 자신이 왠지 모르게 위축되는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아이도 계속해서 아빠를 찾는 눈치였고 점점 표정마저 어두워지는 바람에 식을 진행하는 내내 마음이 안 좋았단다.

물론 우리 어릴 적에도 정도의 차이는 조금씩 있었지만 지금은 아이들이 많지 않아 더욱 도드라진다고 했다. 나는 아직 겪어보지 못한 일이고 미리 걱정해본 적도 없는 일이라 새삼 놀라웠다. 이래서 아이 하나 키우는 데 3대가 함께해야 한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들을 하는구나 싶었다.

돌이켜보면 나의 아버지도 졸업이나 입학식에 참여했던 기억이 없다. 일 때문에 바빠서이기도 했지만 자녀의 행사에 아버지까지 나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전형적으로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인 분이셨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때는 우리 아버지 말고도 그런 분들이 꽤 있으셨나 보다. 대부분 엄마 손을 잡고 맛있는 음식 한 끼 사먹으면 그걸로 충분히 즐거웠으니 말이다. 그래도 나는 장녀여서 새 가방이나 신발 등을 사주기도 하셨지만 동생은 그조차도 없었다고.

그런 생각을 하다 스쳐가는 기억이 있다. 엄마 없이 아빠와 월세방을 전전하던, 생활이 조금 어려웠던 친구. 어떤 행사였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엄마는 그 친구까지 함께 축하해주며 우리와 같이 점심을 사주셨다.

그리고 그날 나는 그 친구랑 우리 집에서 같이 잠을 잤다. 꽃다발이나 선물은 둘 다 받지 못했던 것 같다. 심지어 사진 한 장 남기지도 못했지만 그날 우리끼리는 내내 즐거웠고 지금도 어렴풋하지만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모든 아이들의 졸업과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모든 아이들의 졸업과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여상미

지금은 옆집에 사는 아이 얼굴 한번 보기도 힘든 세상이다. 이웃은 고사하고 친지들도 겨우 명절에나 한번 보면 다행일 정도로, 거의 왕래라고 할 것이 없는 가족들도 많다. 그러니 특별한 날에라도 다 같이 모여 안부도 묻고 좋은 날의 기쁨과 축하를 함께하는 것은 더없이 좋은 일일 것이다.

그러나 분명 우리 사회에는 그렇지 못한 이들도 아직 많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꼭 형편이 어렵고 여유가 없어 그런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기쁜 날 소외된 아이가 있다고 해서 색안경을 끼고 보는 태도부터 바꿔야 한다. 하필 축하를 받아 마땅한 날에 무슨 일이 생기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누구에게도 없지 않은가!

내 아이가 그럴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한 번만 보듬어줄 수 있다면 유난스러운 축하 치레는 중요하지 않다. 어떤 아이가 되었든 훗날 졸업과 입학의 기억이 서글프고 외롭게 느껴졌던 날들이 아니기를.

다시 새로운 세상으로 한 발 더 내딛는 아이들을 위해 진정으로 응원의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따뜻한 마음! 진심으로 모든 아이들에게 축하와 격려를 보낼 수 있도록 어른들이 본을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어떤 선물보다 값진 유산이 될 것이다. 부디 졸업과 입학의 의미 있는 본질이 다른 것들로 인해 흐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칼럼니스트 여상미는 이화여자대학교 언론홍보학 석사를 수료했고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까지 언론기관과 기업 등에서 주로 시사·교양 부문 글쓰기에 전념해왔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아이와 함께 세상에 다시 태어난 심정으로 육아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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