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요구르트 배달원 엄마를 따라다니며 배운 것
[엄마의 말] 엄마의 '특별한' 교육
"딸, 우리 요구르트 배달 같이 갈까?"
나의 지인 '그녀'의 엄마는 방학 때마다 아침 일찍 그녀를 깨웠다. 새벽같이 요구르트 배달을 가시는 엄마는 잠에 취해있는 딸을 기어이 데리고 나가셨다. 처음에 딸은 어리둥절했고, 짜증이 났다. 엄마에게 화를 내기도 했고, 자는 척하며 버텨보기도 했다.
하지만 방학 중 일주일간은 꼭 엄마와 함께 요구르트 배달을 나가야 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고 어느 방학, 엄마가 깨우지 않았다. 그녀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엄마, 오늘은 왜 나 안 깨웠어? 엄마 혼자 나간 거야?"
"응, 이제 안 나가도 돼. 너 할 만큼 한 것 같아."
그녀는 기뻤다.
'아… 드디어 해방이다.'
그렇지만 왜 갑자기 배달을 같이 안 나가도 된다고 한 건지, 그동안은 왜 나를 데리고 나간 건지 엄마를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중학교 교사가 된 그녀가 이렇게 말했다.
"엄마가 방학마다 저를 데리고 요구르트 배달을 나가신 이유를 이제는 알 것 같아요. 처음에는 그게 참 싫었는데, 엄마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경제관념이 잘 잡혀있었던 것 같아요. 돈을 버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게 되었고, 덕분에 돈을 헤프게 쓰지 않게 되었어요.
그리고 또 하나, 엄마가 요구르트 배달을 하는 것을 조금 창피하게 생각했던 때가 있었는데, 엄마랑 같이 배달을 다니다 보니 하나도 창피할 게 없더라고요. 아마 방학 때마다 엄마가 저를 깨워 함께 나가지 않으셨다면 저는 꽤 오랫동안 엄마의 직업을 부끄럽게 생각했을지 몰라요. 정말 훌륭한 교육을 시켜주신 어머니께 감사한 마음이죠."
그녀는 같은 부류의 직업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도 유난히 야무져 보였다. 그래서 실은 처음 봤을 때부터 눈에 띄었다. 반짝이는 눈하며 야무진 입매하며…. 그녀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런 어머니라면 경제 교육 말고도 현명한 교육관을 가지고 아이를 키우셨겠다 싶었다. 멋진 교육관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실천에 옮기신 엄마, 그리고 그런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는 딸. 둘 다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엄마는 예나 지금이나 생활력이 무척 강하신 분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나를 붙잡고 돈이 있다 없다 말씀하시지도 않았고, 설령 힘든 티를 좀 냈을지언정 기어이 엄마 손으로 모든 걸 해결하셨다. 연년생인 언니와 나를 대학에 보내기 위해 엄마는 온몸으로 칼바람을 맞았다. 반기에 한 번씩 나오는 두 딸의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엄마는 몸도 몸이지만 마음고생이 심하셨을 것이다.
늘 엄마의 생활력을 믿어왔던 나는 등록금에 대한 엄마의 걱정을 공유하지 않았다. 단지 내 용돈 벌어 쓰는 것에 자부를 느끼곤 했다. '나는 용돈은 받지 않는다. 나 스스로 벌어서 쓰고 있다(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내 등록금을 고민했어야 했다. 대학 등록금을 대주는 것이 부모의 당연한 의무는 아니니까)'
월급쟁이로 돈을 벌어보니 도대체 얼마를 벌어야 두 아이의 대학 등록금을 마련할 수 있는 걸까, 당황스러울 뿐이다. 내 통장 잔고에 한 번, 엄마의 위대함에 또 한 번 고개를 숙이게 된다.
만약 엄마가 잠에 취해 있는 나를 깨워 엄마의 일터에서 엄마가 하는 일을 보고 체험하게 했다면 나는 조금 더 일찍 알 수 있었을까. 엄마가 얼마나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지, 엄마가 어떻게 번 돈을 내가 편히 쓰고 있는지. 우연히 만난 '그녀' 어머니의 특별한 교육은 나에게 많은 것을 일깨워주었다. 과거의 엄마와 과거의 나, 그리고 앞으로의 나와 나의 아이에 대한 생각까지도 말이다.
*칼럼니스트 김경옥은 아나운서로, ‘육아는 엄마와 아이가 서로를 설득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는 ‘일하는 엄마, 육아하는 방송인’이다. 현재는 경인방송에서 ‘뮤직 인사이드 김경옥입니다’를 제작·진행하고 있다. 또한 ‘북라이크 홍보대사’로서 아이들의 말하기와 책읽기를 지도하는 일에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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