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이시형 이사장
저출산 해소 위해 국공립 생명보험어린이집 확충 주력 고위험 임산부, 희귀난치성질환자 등 취약계층 적극 지원
정리 = 안은선 기자eun3n@ibabynews.com
[데스크가 만난 사람]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이시형 이사장
저출산 고령화 시대다. 아이를 낳지 않는데, 노인 인구는 급속도로 늘어가고 있다. 정부에서도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는 있지만 출산율이 회복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생명보험사들이 기금을 출연해 설립한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에서 저출산 고령화 문제 해결을 비롯해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계층의 복지 향상을 위해 다양한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 25일 서울시 종로구 서린동에 위치한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이사장 집무실에서 이시형(78) 이사장을 만났다. 이 이사장과의 만남을 통해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대담] 소장섭 편집국장
-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은 16개 국내 생명보험사들이 기금을 출연해 사회공헌사업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어떻게 설립하게 됐고,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사업을 하고 있는지 설명을 부탁드린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은 2007년 12월 16개 생명보험회사가 공동으로 기금을 출연해 설립한 공익법인이다. 개별보험회사별로 사회공헌사업을 많이 수행해오고 있긴 하지만, 생명보험업계가 전체적으로 힘을 모아 대규모로 사회공헌사업을 추진해 사회 저변의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는데 앞장서자는 취지에서 재단이 설립됐다.
국가가 모든 부분을 책임지기는 어렵기 때문에 복지영역도 국가와 민간기관이 균형을 잘 맞춰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은 국가의 손길이 미처 닿지 못하는 틈새를 중심으로 정부와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사업을 펼치고 있다. 국민들이 ‘요람에서 무덤까지’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데 힘을 보태고자 저출산 해소를 위한 사업부터 희귀난치질환, 치매 및 자살예방을 위한 지원 사업 등을 수행하고 있다.”
- 이시형 이사장은 매우 유명하고 국민들에게 친숙한 의사이신데, 어떻게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이사장을 맡게 되셨는지 궁금하다.
“사회의 정신질환은 국가가 연구하고 관리해야 한다. 아마도 제가 그동안 정신과 의사로서 우울증 치료나 자살예방 등 사회의 정신질환이라고 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 연구하고 많은 활동을 해왔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과거 강북 삼성병원장으로 있을 때부터 국민건강증진 향상에 관심을 갖고 그동안 국민건강과 행복전도사로 활동을 해왔는데 이러한 인연으로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이사장을 맡게 된 것이라 생각한다. 3년 임기인데 연임해서 현재 5년째 이사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펼치고 있는 여러 사업들 중에서 저출산 해소와 미숙아 지원사업이 눈에 띈다. 그 중에서도 국공립어린이집 지원사업의 경우, 최근 들어 정부에서는 국공립어린이집 건립사업에 대해 소극적인데 재단에서 적극 앞장서서 사업을 펼치게 된 배경과 향후 목표는 무엇인가?
“생명보험사들이 사회적인 책임에 대해 고민한 결과 ‘저출산 해소’를 핵심 과제로 선정한 뒤, 세미나를 열고 젊은 엄마들이 왜 아이를 낳지 않는지 엄마들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그 결과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그래서 재단이 저출산 해소의 핵심인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양질의 보육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국공립어린이집 건립?운영사업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재단은 올해 다양한 사업들 가운데 특히 국공립생명보험어린이집 건립 운영사업의 원년으로 정하고, 저출산 해소를 위한 지원에 핵심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이제 시작단계라 수적으로 많진 않지만 다른 어린이집들이 벤치마킹할 수 있을 만큼 우수하고 차별화된 어린이집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원장 선임부터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전국 공모를 통해 서울 구로구, 광주 남구, 경기 오산시, 경기 이천시 등 4개 자치단체를 선발했고, 오는 9월 초 구로구립 생명보험어린이집을 첫 번째로 개원할 예정이다.
국공립어린이집 건립 운영사업은 한국의 보육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앞으로 민관이 함께 추진해나가야 할 중요한 사업이다. 재단은 향후 10년 간 30개의 국공립생명보험어린이집 건립을 목표로 하고 어린이집을 책임지고 수탁 운영할 계획이다. 앞으로 생명보험어린이집이 국공립어린이집 확대를 위한 민관 협력의 모범 경영모델이 되고자 노력하겠다.”

- 대도시 보육을 위한 국공립어린이집 건립과 더불어 농어촌 지역에 새싹아동돌봄센터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인구밀도가 높지 않아서 농어촌이 보육의 사각지대로 전락했는데 이런 사회적인 문제점을 해소하는데 새싹아동돌봄센터가 매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인구밀도가 높지 않은 농어촌 지역은 예산이 부족해 국공립어린이집이 들어서기 힘들고, 민간어린이집도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시골에 들어서길 꺼려하고 있다. 이러한 농어촌 지역의 보육서비스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재단은 제천, 봉화, 완주 등 전국 8개소 새싹아동돌봄센터의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
새싹아동돌봄센터는 영유아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아동이 대상이며 맞벌이, 한부모, 다문화, 장애인 가정의 아동을 우선적으로 돌보고 있다. 평일뿐만 아니라 토요일에도 센터를 개방하고, 운영시간도 오후 10시까지 연장하는 등 농사를 짓는 가정에서 실제적으로 겪고 있는 보육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요즘 젊은 사람들이 결혼과 출산은 물론, 연애까지 포기한다는 뜻의 ‘삼포세대’라는 말이 등장했다. 결혼이 늦어지고, 결혼을 하더라도 경제적인 이유로 아이를 낳지 않거나 늦게 출산하면서 고령산모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측면에서 재단의 고위험 임산부 지원 사업이 매우 의미가 크다고 본다. 호응도 좋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떠한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1년 고위험군으로 진단받은 산모는 총 5만 4,454명으로 5년 전에 비해 4배나 급증했다고 한다. 고위험 산모는 정상 산모에 비해 의료비를 4배까지 초과 지출하는 등 비용에 대한 부담이 크다. 하지만 출산의 특성상 산모들이 출산 이후에는 의료비 지원을 요구할 만한 심리적, 시간적 여유가 없다보니 지원이 부족해도 문제 자체가 부각되지 않아 지속적인 관심이 부족했다.
그래서 재단은 고령 임산부를 위한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지난 2009년부터 고위험 임산부 지원사업을 전개해왔다. 지금은 연간 1,000명이 넘는 산모들이 지원 신청을 할 만큼 관심과 호응이 큰 사업이 됐다.”
- 또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많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이른바 ‘황혼 육아’를 하게 되는데 재단에서 조부모 육아교실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면서 손자녀를 양육하는 조부모가 증가하고 있다. 취업여성의 양육문제가 조부모의 조력여부에 따라 좌우되고, 이에 따라 스트레스와 갈등상황에 노출되는 조부모가 늘어나고 있지만 대비나 지원은 미흡한 상태다.
시대가 바뀌면서 육아방법도 바뀐다. 조부모의 긍정적인 역할을 도모하고 양육에 대한 자신감을 주는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한 시점에서 재단은 지난해 총 350명의 조부모에게 전문 육아교육과정을 제공한데 이어 올해도 농어촌, 도심지역의 600명의 조부모에게까지 그 대상을 확대했다.
손자녀 육아는 개별 가족차원에서는 성인자녀와 손자녀를 지원하는 의미를 갖지만, 사회적인 차원에서 본다면 가족의 경제활동을 지원함으로써 사회적인 생산성을 증대시키는데 기여 할 수 있다. 또한 가족의 자녀양육 부담을 완화함과 동시에 저출산 사회의 대응방안으로도 기여할 수 있다.”
- 재단에서 희귀난치성질환자 지원사업도 펼치고 있는데, 아동뿐만 아니라 성인까지 광범위하게 지원한다. 희귀난치성질환의 특성상 평생을 의료비 문제로 고통을 받아야 하는 부분을 간파하고 일시적인 시기의 지원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도 특징인 것 같다.
“희귀난치성질환은 평생토록 치료를 해야 하기에 환자 가정의 의료비 부담이 매우 높지만, 병에 걸린 환자 수가 매우 적거나 치료방법 자체가 없어 민간이나 정부에서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환자들을 위해 재단은 작년부터 저소득 희귀난치성질환자를 대상으로 1인당 연간 300만원의 의료비를 지원하고 있다. 타 민간기관에서 주로 희귀난치성질환 아동만을 대상으로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반면,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에서는 성인까지 범위를 넓히고 지원 대상 질환도 457종으로 정부에서 지원하지 않는 비급여 항목까지 지원하고 있다.
특히 재단은 지원한도를 1회에 한정하지 않고 매년 연속해서 신청이 가능하도록 해 평생 의료비를 고민해야만 하는 희귀난치성질환자들과 가족들의 고통을 분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희귀난치성 질환은 말 그대로 워낙 희귀한 질환이다 보니 의사들도 처음 보는 경우가 많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사례들을 모아 많은 연구를 해야 하기 때문에 희귀난치성 질환자를 위한 지역별 센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강남세브란스병원과 서울대병원, 전남대병원 이렇게 세 군데에 희귀난치성질환 센터를 지원하고 있다.”

- 이외에도 자살예방 지원사업, 저소득 치매노인 지원사업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이 사업들에 대해서도 소개해 달라.
“창피하게도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IMF 이후 OECD국가 중 1위를 달리지만 정부의 예산 부족과 자살을 개인적 책임으로 돌리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자살예방사업이 적극적으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자살은 치료가 없다. 오직 예방을 해야 하는 부분인데 한국은 예방에 대한 개념이 부족하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 재단에서는 출범 초기부터 많은 예산을 투입해 자살예방 지원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 예로 자살다발지인 한강교량에 긴급상담전화를 설치해 자살시도자가 마음을 돌릴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작년에 마포대교, 한남대교에 긴급상담전화를 설치한 데 이어 올해는 한강대교, 원효대교, 부산 광안대교, 춘천 소양1교에 설치할 계획이다. 실제로 긴급상담전화를 설치한 결과 작년 여름부터 올해 3월 사이에 3명이 ‘생명의 전화기’를 통해 구조된 바 있다.
또한 농촌지역 고령 어르신들이 우울증, 소외감, 고독감 등으로 접근이 쉬운 농약 음독자살을 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농약 안전보관함’을 보급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와 더불어 청소년의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학교에 강사를 파견한 청소년 인성교육, 학교폭력 피해자와 가해자가 함께하는 연극치료캠프, 자살 고위험군 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살예방 미술치료 프로그램 등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에 맞는 자살예방 교육프로그램 개발과 자살예방 전국 워크숍도 지원하고 있다.
이렇게 최선을 다해 우리나라의 자살예방에 매진한 결과, 지난 4월에는 국무총리가 주최하는 ‘자살예방 현장간담회’에 민간기관 대표로 참석해 재단 사업을 우수사례로 발표한 바 있다.
이와 더불어 정부와 민간 지원의 소외를 받고 있던 저소득 경증 치매노인을 대상으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62만명의 치매환자 중 25%(15만)를 차지하는 경증 치매환자는 적극적으로 치료관리만 잘한다면 치매진행을 상당히 지연시킬 수 있지만 장기노인요양보험심사에서 등급을 받지 못해 가정에서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저소득 가정이 민간요양시설을 이용하지 않고 가정에서 케어할 경우엔 가정 경제에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이런 경증 치매노인의 가정에 도움을 주기 위해 재단은 경증 치매노인 전용 주간보호센터의 설립과 운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현재 전국 10개 센터에서 약 150명의 치매노인을 돌보고 있다.
아울러 사회적 공의를 확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 의인(義人)과 그 유가족을 지원하는 사회적 의인 지원사업과 국민들에게 심폐소생술과 간염 예방에 대한 홍보과 교육을 지원하는 사업도 수행하고 있다.”
- 오늘 인터뷰를 하다 보니 앞으로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펼쳐나갈 사회공헌사업들이 매우 기대가 된다. 앞으로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의 비전과 역할은 어떻게 되는지, 포부를 밝혀주시길 부탁드린다.
“한 인간의 삶을 사람답게 가꾸기 위해 진지하게 노력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정신을 잊어서는 안 된다. 기업 사회공헌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시점에서 동종 업계가 공동으로 사회공헌재단을 설립한 것은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최초다. 따라서 이에 대한 의미는 크다고 볼 수 있다.
초창기 사업을 실시했을 당시 경험이 없다보니 실수도 많이 했다. 하지만 각계 전문가들의 조언을 듣고 복지사각지대의 5대 영역에 드는 것을 위주로 수행을 시작해 핵심사업, 단기사업, 일회성 사업 등으로 점차 확대 추진해 나가면서 2개 영역의 사업이 보태졌다. 이러한 사업들을 장기적으로 지속할 수 있도록 현재 진행 중이다.
여러 생명보험업계의 도움과 함께 뜻을 함께하는 이들이 하나로 모여 따뜻한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면서 점점 안정된 사업을 유지하고 있다. 사회공헌사업에 기꺼이 기금을 내준 기업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기금을 협조해준 기업과 파트너 기관들로부터 함께하길 정말 잘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질 높은 사업들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성공적인 사회공헌모델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겠다.”

- 끝으로 정신과 의사로서,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의 수장으로서 아이 낳기를 꺼려하는 젊은이들에게 조언과 희망의 메시지를 부탁드린다.
“아이를 낳아 기르다보면 세상에 대해 많이 배우게 된다. 또 아이가 주는 행복은 세상 그 어떤 행복보다도 크다. 엄마 아빠를 막론하고 아이를 통해 얻는 그 깊은 감동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렇게 큰 행복이 있음을 모른다는 건 삶을 반쪽만 사는 것과 같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는 그러한 인생의 큰 기쁨을 느낄 수 있을만한 환경 조성이 돼 있지 않다. 젊은 층들이 아이를 낳고 기르기 좋은 사회적인 시스템이 마련될 수 있도록 재단이 도움이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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