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95억 원 들인 어린이집 정수기 보급, 현장은 ‘어리둥절’
[단독] 195억 원 들인 어린이집 정수기 보급, 현장은 ‘어리둥절’
  • 권현경·이중삼·최규화 기자
  • 승인 2019.08.28 1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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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탈 안 되고 신규 구입만 지원… “실효성 낮은 행정편의주의” 비판

【베이비뉴스 권현경·이중삼·최규화 기자】

보건복지부가 추가경정 예산 195억 원을 들여 어린이집 정수기 보급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던지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베이비뉴스
보건복지부가 추가경정 예산 195억 원을 들여 어린이집 정수기 보급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던지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베이비뉴스

보건복지부가 195억 원의 예산을 들여 진행 중인 어린이집 정수기 보급 사업. 하지만 어린이집 현장에서는 ‘행정편의주의’라는 비판과 함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어린이집 정수기 보급 사업은 지난 2일 국회에서 의결된 2019년 추가경정 예산안에 따른 것이다. 지원 대상은 “운영 중인 모든 어린이집 및 시간제보육 등을 운영하는 육아종합지원센터”. 예산액은 195억 원으로, 국고와 지방비를 5:5 비율로 보조해 약 3만 9000개소에 한 곳당 100만 원씩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사업 집행은 보건복지부가 하지만 해당 예산을 추진한 쪽은 국회다.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이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인 정용기 의원(대전 대덕구)이 제안한 것. 정용기 의원실 관계자는 베이비뉴스에 “최근 인천에서 일어난 수돗물 녹물 사태를 계기로 긴급하게 제안한 예산”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어리둥절한 반응이다. 보육계에서 정수기 지원을 요청한 적도 없을 뿐더러, 현재 흔하게 사용되는 렌탈 방식은 지원이 안 되기 때문이다. 기존에 렌탈로 사용 중인 정수기가 있다면 반납하고 신규 구입을 할 경우에만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보육계 관계자인 A 씨는 27일 베이비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대부분의 어린이집은 이미 렌탈 방식으로 정수기를 사용하고 있다”며, “기존에 쓰던 멀쩡한 정수기를 위약금을 물고 떼어내고 신규로 구입해 설치해야 지원금을 주겠다는 건 굉장히 행정편의주의적인 입장”이라고 비판했다.

◇ 인천 수돗물 사태 계기로 195억 원 편성… 실효성 의문 이유는?

정수기는 위생관리가 중요한 특성상 필터 등 소모품 교체와 사후관리가 중요하다. 많은 가정에서 렌탈 방식으로 정수기를 사용하는 이유 또한 그것. A 씨는 “렌탈은 정기적으로 사후관리를 해줘서 수월한데, 구입해 설치하면 몇 년 동안 필터 교환 같은 관리를 직접 해야 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만든 집행계획에는, 정수기를 구매한 어린이집은 개별 물품관리대장을 만들어 관리해야 하며, 필터 적기 교체 등 주기적인 사용실태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아울러 A 씨는 “서울시에서 공기청정기 설치를 지원하면서 렌탈 방식까지 지원한 사례가 있다”며, “아이들한 건강한 물을 마시게 하자는 좋은 목적으로 195억 원이라는 적지 않은 예산을 편성했다면 수단이 목적을 훼손하지 않는 방향으로 일선 현장의 현실에 맞게 집행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수도권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B 씨 역시 비슷한 입장이었다. B 씨는 “아무 도움이 안 된다”며, “우리 원에서도 이미 렌탈로 다 쓰고 있는데 신규 구입만 지원한다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C 씨 역시 직접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 원장이다. 그는 과거 진행된 어린이집 CCTV 설치 지원 사업과 비교해 “당시에도 렌탈이 아니라 신규 구입만 지원해서 지역 어린이집연합회에서 업자들과 3년 무상 사후관리를 계약했는데 그 기간이 끝나자 사후관리 비용이 고스란히 어린이집 부담이 됐다”고 말했다.

또한 “당시 CCTV는 법 개정으로 인한 신규 설치가 대부분이었지만 정수기는 쓰고 있는 어린이집이 많기 때문에 실효성은 더 떨어진다”며, “전형적인 내년 선거용 생색 예산”이라는 표현도 썼다.

◇ 자유한국당 정책위 “신규 구입 지원 방식이 오히려 실효성 있다”

반면 이번 사업의 취지를 인정하는 반응도 있었다. 어린이집 운영자인 D 씨는 “아직 정수기를 안 쓰는 어린이집도 있을 수 있고 정수기가 하나 더 필요한 어린이집도 있을 수 있다”며, “정수기 보급 사업이 (보육계에서 주장하는) 우선순위 사업은 아니지만 쓸데없는 사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예산을 제안한 자유한국당 정책위원회는 어떤 입장일까. 전수경 전문위원은 28일 베이비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우선, “추경 심의 당시 인천에서 붉은 수돗물 사태가 발생해서 아이들 급식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시급하게 정수시설을 설치하자는 차원에서 제안한 예산”이라는 점을 다시 강조했다.

그리고 실효성 지적에 대해 “렌탈도 장단점이 있겠지만 렌탈은 일정기간 계약을 하고 계속 렌탈비가 들어간다”며, “(신규 구입 지원 방식은) 어찌 됐건 구입 자체를 할 수 있게 지원함으로써, 돈이 없어서 정수기를 구입할 수 없었던 영세한 어린이집도 지원하는 차원이라 오히려 실효성이 있을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구입 계약 시 무상관리를 보장받는 방법으로 사후관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가 작성한 집행계획에는 “구매 시 필터 교체, 서비스 점검 알람 표시 등 우수 기능제품을 선택하고 공급조건(가격, 필터 무상교환 및 AS기간 등)이 명시될 수 있도록” 계약서를 작성하라는 내용이 있다.

보건복지부 보육기반과 담당자는 27일 베이비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정수기는 특히 필터 교체 등 지속적 관리가 필요한데, 구입 계약을 할 때 관리 부분까지 포함하도록 집행계획에 이미 나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어린이집 정수기 보급 사업은 올해에 한해 실시한다. 8월부터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신청 접수를 시작해 9월에 예산을 교부하고, 12월까지 모든 어린이집에 설치를 마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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