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문제적’ 보고서 하나 남기고 문 닫은 사립유치원 TF
[단독] ‘문제적’ 보고서 하나 남기고 문 닫은 사립유치원 TF
  • 김재희 기자
  • 승인 2019.10.24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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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정책연구소 유아교육 공공성 TF, 하나뿐인 보고서도 '한유총 출구전략' 논란

【베이비뉴스 김재희 기자】

육아정책연구소가 사립유치원 사태 이후 구성한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 TF'가 보고서 한 장만을 내고 활동을 종료해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육아정책연구소가 사립유치원 사태 이후 구성한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 TF'가 보고서 한 장만을 내고 활동을 종료해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지난해 10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촉발한 이른바 '사립유치원 회계 부정 사태'. 대한민국 유아교육·보육에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국민의 요구가 거셌다.

사태 이후 1년. 국책연구기관의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 TF(태스크포스)는 '문제적' 보고서 한 장만 남기고 활동을 종료했다. 심지어 TF의 유일한 연구성과는 지난 17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정부 정책에 역행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유아교육 공공성을 위해 정책연구가 필요한 시점이지만 국책연구기관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해당 TF를 만든 곳은 육아정책연구소다. 이름대로 육아정책과 유아교육·보육 정책을 연구하는 유일한 국책연구기관. TF의 유일한 활동결과로는 보고서 한 부가 확인됐다. 지난 1월에 공개된 육아정책브리프 73호 ‘사립유치원, 회계투명성을 넘어 공공성을 확보해야’가 바로 그것이다.

TF가 발간한 유일한 보고서는 공개 당시 ‘사인사립유치원의 어린이집 전환’, ‘감사 유예기간 검토’ 등을 제시해, 정부의 공공성 강화 정책 방향과 반대된다는 비판을 받았다. (관련 기사 ▶ [단독] 곳곳에 한유총 '기시감'… 정부정책 늦추자는 국책연구소

이 보고서는 지난 17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국정감사에서 지적 받기도 했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정감사장에서 “이미 발표된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 정부 정책뿐 아니라 다수 국민 의견과 달라서 사립유치원 원장님 목소리가 들어 있는 거 아닌가 하는 논란을 오히려 일으켰다”고 말했다.

◇ 연구소는 "TF 활동 종료" 소속 연구자들은 "잘 모른다" 오락가락

육아정책연구소는 이 보고서에서 “유아교육에 대한 국가책임 확대와 사립유치원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유아교육의 질을 제고”하기 위해 해당 TF를 조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목적과 달리 육아정책연구소는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 TF를 해당 보고서 발표 이후 별다른 활동 없이 종료시켰다.

23일 베이비뉴스가 육아정책연구소 측에 TF 활동과 관련해 문의했다. 연구소 측은 “TF는 지난해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에 대한 이슈가 있어 긴급하게 만들어 활동을 한 것”이라며, “현재는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TF 역할을 명확하게 말씀드리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런 입장은 지난 1월 베이비뉴스가 취재한 내용과 달랐다. TF의 유일한 결과물인 육아정책브리프를 작성한 연구자 A 씨는 당시 베이비뉴스와 한 통화에서 “사립유치원 공공성과 관련한 내용을 브리프 형태로 주제를 나눠서 2~3개월 내로 발표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대여섯 번 정도의 시리즈물을 발간할 예정”이라고 답한 바 있다. 

A 씨는 24일 베이비뉴스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도 “지난해에 (TF 소속 연구진들이) 모여서 주제를 몇 개 나눠서 담당을 정했고, 내가 먼저 진행하기로 하고 TF가 출발한 것”이라며 당시와 같은 내용으로 답을 했다. TF가 종료됐거나 중단된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TF 임기가 정해진 것은 아니고 현안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었다”며 “임기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 TF에 속한 또 다른 연구위원 B 씨에게서도 TF의 활동종료 여부에 대해서는 확답을 들을 수 없었다. B 씨에게 TF가 지난해 중단됐는지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하자, “전반적인 사안을 파악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며 답변을 피했다. 

육아정책연구소 홈페이지에 마련된 육아정책브리프 게시판. ⓒ육아정책연구소
육아정책연구소 홈페이지에 마련된 육아정책브리프 게시판. ⓒ육아정책연구소

◇ 제윤경 의원 “연구기관으로서 역할 미진… 국책연구소 책임 다해야”

사립유치원 사태 이후 국책연구기관이 정책 제안을 위해 TF까지 꾸렸으나, 1년 동안 단 한 건의 보고서를 냈을 뿐이다. 보고서는 정부 정책과 맞지 않는 내용을 담아 논란이 있었다. TF에 참여한 연구자들조차 TF의 활동종료 여부를 확답하지 못하는 상황.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 해결에 앞장서온 시민단체들은 이같은 연구소 행태를 비판했다. 

김경희 참여연대 간사는 “사립유치원 비리가 드러나고 국민들이 분노하면서 유치원 3법을 마련했고 이 법은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다”며 “지정될 때만 해도 1년 동안 통과가 안 되고 처리가 지연될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다”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아교육 공공성을 강화할 방안을 마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국책연구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것은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도 국책연구기관이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데 동의했다. 활동가 장하나 씨는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바대로 올해도 전국적으로 891곳 사립유치원 감사 결과 77%가 적발됐고 환수금액은 180억 원에 이르는 등 여전히 사립유치원은 편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비리 실태는 그대로인데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 TF는 보여주기 식의 활동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17일 국정감사에서 문제를 제기한 제윤경 의원은 "현재 육아정책연구소는 유아교육 공공성 확대와 투명한 육아정책 확보를 위한 방안을 찾는 연구기관으로서의 역할이 미진하다”며 “국책 연구소로서 책임감 있게 활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백선희 육아정책연구소 소장은 지난해 10월 18일에 있었던 국회 정무위원회 경제·인문사회연구원 국정감사에 출석해 “비리 유치원 명단을 공개하고 이를 분석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답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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