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시장으로 떠나는 '세상 여행'
아이와 함께 시장으로 떠나는 '세상 여행'
  • 칼럼니스트 송이진
  • 승인 2019.11.06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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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리포터 엄마의 행복한 여행 육아] 아이도 보고픈 것, 사고픈 것이 있답니다

“시장에 가면 배추도 있고 문어도 있고 복숭아도 있고~ 엄마, 시장에 가면 정말 이런 것들이 다 있어?"

“그럼, 시장에는 다 있지. 시장 종류도 얼마나 다양한데.”

손가락 한 번만 까딱하면 원하는 물건이 집으로 배달돼 오는 세상입니다. 하지만 여행할 때만큼은 시장에 가려고 하는데요. ‘한 나라의 과거를 보려면 박물관에 가고, 현재를 보려면 시장에 가라’는 말처럼 시장은 그 나라, 그 지역의 현재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특히 아이와 여행할 때는 유명 관광지나 숙소 위주로만 다니게 되잖아요. 그러다 보면 다 거기서 거기처럼 느껴질 때가 많은데요. 그럴 때 시장은 현지인의 삶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아이도 저도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여행 방법이었습니다.

시장 구경은 현지인의 삶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좋은 여행 방법입니다. ⓒ송이진
시장 구경은 현지인의 삶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좋은 여행 방법입니다. ⓒ송이진

◇ 아이와 시장 구경할 때, 아이가 보고 싶은 것을 보라 

하지만 유모차를 타고 다닐 때까지는 괜찮았는데 아이가 커갈수록 점점 시장을 지루해하더라고요. 조금만 오래 머문다 싶으면 제 손을 끌며 집에 가자고 조르질 않나, 다리가 아프다고 몸을 꼬며 투덜대지 않나,

그런데 한번은 어떤 가게 앞에서 한참을 서 있는 거에요. 실제 사용되는 닻을 파는 가게였는데 장난감과는 다른 크기와 무게감에 놀란 듯했습니다. 아이는 제게 "이거 진짜로 파는 거냐", "만져 봐도 되냐", "이 무거운 닻을 어떻게 끌어내리고 올리느냐"는 등 쉴새 없이 질문을 쏟아내더라고요.

그때 알았습니다. 그동안 시장을 통해 많은 걸 보여주려고 했지만 정작 아이가 관심 있고 궁금해하는 건 따로 있었다는 걸요.

저는 아이와 동대문 종합시장을 찾았습니다. 반짝거리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는 액세서리 재료와 슬라임 파츠가 가득한 동대문 부자재시장을 보고 보물섬을 발견한 듯 흥분하며 좋아했어요. 한 가지 재료만 모아둔 시장이 있다는 것 자체가 아이에게는 문화적 충격인듯 했습니다.

황학동 벼룩시장도 성공적이었는데요. 박물관 유리 너머로만 보던 엽전이나 골동품을 마음껏 만져보고 살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한 모양이더라고요. 판매하는 분들이 물건에 깃든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해서 공부도 많이 됐고요. 덩달아 저도 ‘어렸을 때 엄마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추억을 풀어 놓으며 그때 가지고 놀던 종이 인형으로(그때보다 무려 100배나 높은 가격을 주고 산) 며칠 동안 아이와 친구처럼 놀 수 있었습니다.

아이가 시장에서 관심을 갖는 것은 따로 있었습니다. ⓒ송이진
아이가 시장에서 관심을 갖는 것은 따로 있었습니다. ⓒ송이진

◇ 아이에게도 시장에서 쇼핑하는 재미가 필요하다 

이렇게 아이와 시장을 다니면서 느낀 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아이들은 역시 눈으로만 보면 지루해한다는 사실이었어요. 아이는 직접 만져보고 싶고, 찔러도 보고 싶은데 엄마는 혹시 민폐가 될까 싶어 아이의 손을 잡고 놓아주지 않으니 금세 흥미를 잃어버리는 것이지요.

두 번째는 아이도 쇼핑하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남들 쇼핑 따라다니는 일은 어른인 저도 재미가 없는데 아이는 오죽하겠어요. 그래서 저는 평소 집안일을 돕거나 숙제를 잘하면 칭찬 스티커를 주고 돈으로 환산해 직접 물건으로 사게 했는데요. 돈이 생기자 이것저것 사 달라고 떼를 쓰지도 않고 돈이 부족하면 숙제도 꾹 참아가면서 하고, 손가락을 꼽아가며 열심히 셈을 하기도하고. 그야말로 일석 삼조가 따로 없더라고요.

무엇보다 시장은 소심한 아이에게 자신감을 길러주는 좋은 장소였습니다. 제 아이는 수줍음이 많아 "이거 얼마에요?" 한마디 하는 데도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거든요. 그런데 시장에 가면 일단 시끌벅적하잖아요. 큰 목소리로 적당한 타이밍에 치고 들어가지 않으면 아무것도 사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자 아이가 변하더라고요. 그렇게 노력해서 '득템'을 하고 나면 성취감도 더 클 수밖에 없고요.

시장은 소심한 아이에게 자신감을 길러주는 좋은 장소였습니다. ⓒ송이진
시장은 소심한 아이에게 자신감을 길러주는 좋은 장소였습니다. ⓒ송이진

펄떡거리며 살아 움직이는 활어의 싱싱함, 맛있는 냄새로 발길을 사로잡는 노포의 푸근함,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기분 좋은 에너지까지. 돌아서고 나면 제대로 흥정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아쉬운 적도 있었지만, 대체로 시장은 좋은 감정을 남겨주었던 것 같아요. 아이에게도 책이나 영상, 마트에서 얻을 수 없는 생생한 학습 현장이 돼 주었고요. 아이와 함께 하는 시장 여행, 이것만으로도 떠날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요?

*칼럼리스트 송이진은 공중파 방송을 비롯한 다양한 채널에서 활동하는 19년차 방송인이자 50여 편의 광고를 찍은 주부모델이기도 합니다. 아이와 매년 4~5회의 해외여행, 다수의 국내여행을 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아이와 해외여행 백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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