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수유할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는 건강합니다
모유수유할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는 건강합니다
  • 칼럼니스트 김나희
  • 승인 2020.03.04 14: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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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정보 거기 서!] 모유수유, 아기에게만 좋은 것이 아닙니다

모유수유와 직접 관련되지 않은 분들에게 모유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로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유수유는 공동체에 유익합니다. 그래서 모유수유와 직접 관련이 없는 분들에게도 직간접적으로 도움이 됩니다. 

모유수유는 아이뿐만 아니라 공동체에도 유익합니다. ⓒ베이비뉴스
모유수유는 아이뿐만 아니라 공동체에도 유익합니다. ⓒ베이비뉴스

첫째, 모유는 아기에게 항체와 림프구, 항 감염물질, 바이러스 조각 등을 전달해주고, 유익균이 자라도록 도우며, 아기의 자체 면역이 발달하도록 돕습니다. 따라서 모유수유를 한 아이는 바이러스나 세균으로 인한 호흡기질환, 소화기질환 등 여러 전염병 및 요로감염, 중이염 등에 저항력이 강합니다. 모유수유를 하는 기간뿐만 아니라 아동기가 되어서도 전염병에 덜 걸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사회 전반적으로 모유수유 비율이 높으면, 인간이 전염에 대해 서로의 방어벽이 되어주는 ‘집단면역’을 발휘하기 좋은 조건이 만들어집니다. 사회 전체에 면역력이 있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개인 역시 더 건강하게 자라게 됩니다. 면역은 사회의 구성원들이 다 같이 가꾸는 공동의 정원 같은 것입니다. 주변에서 모유수유를 많이 한다면 나와 내 가족도 더 건강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내 아이는 세계보건기구에서 권장하는 6개월 완전 모유수유, 2년 이상 모유수유를 했을 뿐만 아니라, 식사, 수면, 운동 등 다른 모든 면에서도 건강 관리를 아주 잘해왔다고 해도, 주변의 많은 사람이 감염성 질환에 걸렸다면 혼자만 건강하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면역의 독불장군’ 같은 건 존재할 수 없습니다. 주변의 아이들이 면역이 약해 전염병에 잘 걸리면 내 아이도 역시 감염되기 쉽습니다. 

◇ 모유수유 비율이 높은 사회일수록 '사회적 의료비' 지출이 적어집니다 

둘째, 한 사회의 모유수유 비율이 올라가 각종 급만성 질병 유병률이 감소하면, 전체 의료비가 절감되어 사회적 지출이 줄어듭니다. 신생아 발열로 인한 입원 치료는 분유·혼합수유군에 비해 모유수유군에서 절반 정도로 감소합니다.

미국에서 이루어진 연구에 따르면 미숙아가 모유수유를 할 경우, 괴사성 장염(necrotizing enterocolitis)과 수유불내성(feeding intolerance)의 발생이 현격히 낮아지고, 아기 한 명당 의료비를 10만 6968달러, 즉 1억 원 이상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미국에는 기증받은 모유를 병원에서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는데, 한 연구에 따르면 기증 모유에 1달러를 지출할 때마다 11~37달러의 신생아중환자실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1350달러를 들여 조산아에게 기증 모유를 수유한다면 7만 3700달러의 의료비를 줄일 수 있다고 밝혀졌습니다. 모유를 먹일수록 확연히 병원비가 감소하는 것입니다.

모유수유율이 올라가서 건강한 영유아가 많아지면 전 사회적 의료비 지출이 감소하여 장기적으로 의료보험료 상승도 억제되겠지요. 또한, 모유수유율이 올라가면 잠재적 모유 기증자의 숫자도 늘어나, 기증 모유가 꼭 필요한 미숙아, 저체중아 등에게 모유를 공급할 수 있습니다.

◇ 모유수유할 권리는 ‘노동권’, 그리고 ‘인권’과도 연결됩니다 

모유수유는 아이와, 그 가족과, 나아가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듭니다. ⓒ베이비뉴스
모유수유는 아이와, 그 가족과, 나아가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듭니다. ⓒ베이비뉴스

셋째, 모유수유할 권리를 보호하고 지지하는 사회는 곧 수유를 위한 휴식 시간과 육아휴직, 그리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이기도 합니다. 노동권이 보장되고 보편적 인권이 잘 보호되면 사회 구성원들에게 고루 이롭습니다.

또한, 모유수유 비율이 높은 사회는 분유 회사의 로비와 분유 광고의 폐해에서 벗어나 투명한 정보가 오가는 사회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모유수유 권리를 증진하는 활동은 직접 모유수유하는 사람들에게만 이로운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이로운 결과를 만듭니다.

모유수유 운동에 헌신하시는 활동가 중에는 결혼하지 않고 아이도 낳지 않은 분도 있습니다. 생물학적인 자녀가 없어도 유치원법 개정, 아동안전 관련법 개정을 위해 노력하는 분들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내가 직접 모유수유를 하지 않더라도 보편적인 모유수유 비율의 증가는 나 자신과 이 사회에 도움이 됩니다.

*칼럼니스트 김나희는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한 한의사(한방내과 전문의)이며 국제모유수유상담가이다. 진료와 육아에 차가운 머리, 뜨거운 가슴이 둘 다 필요하다고 믿는다. 궁금한 건 절대 못 참고 직접 자료를 뒤지는 성격으로, 잘못된 육아정보를 조목조목 짚어보려고 한다. 자연출산을 통해 낳은 아기를 42개월까지 모유수유했으며, 대한모유수유한의학회 운영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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