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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던 남자에게 차인 기분, 아들에게 받아본 적 있나요

[쌍용동의 쌍둥이들] 뒤끝 부리는 엄마라서 미안하다

ar.jeon@ibabynews.com

최근에 정말 우울한 일이 있었다. 그 일만 생각하면 밥 먹다가도, 일을 하다가도, 설거지를 하다가도 가슴 속에서 뜨거운 것이 울컥 올라오며 눈물이 찡하게 맺혔다. 친구들에게 “야, 나 운다…”카톡을 보내놓고도, 멋쩍어서 괜히 “에휴 나 진짜 왜 이러냐”로 애매하게 대화를 갈음하곤 했다. 정말로 자꾸 이런 일이 반복돼서, 진지하게 신경정신과 상담이라도 받아볼까? 라고 생각했다. 이유는, 바로 우리 쌍둥이 둘째 아들 찌찌 때문이다.

우리 집에서 아이들 다니는 어린이집까지는 걸어서 5~10분 내외. 천천히 걸어도 10분이면 도착한다. 그런데 네 살 아이들 둘 데리고 다니다 보면 10분 거리도 한 시간이 걸릴 때가 많다. 놀이터에 가겠다, 개미를 보겠다, 울타리를 넘겠다, 멍멍이를 보겠다, 별안간 문 열린 슈퍼나 부동산에 들어가겠다…얼마나 야단법석인지. 못 가게 잡으면 그대로 땅바닥에 드러눕고 운다.

어릴 때야, 애들이 좀 몸무게가 작게 나갈 때야 한 놈 어깨에 쌀가마니 지듯 얹고, 한 놈 손 끌어당기며 다니면 어쨌든 가긴 갔는데, 이젠 몸무게도 둘이 합해 거의 30kg고, 고집은 또 얼마나 쇠심줄인지 당해낼 수가 없다. 자꾸 소리치고, 하소연하게 되고, 애들 앞에서 울게 된다. (그런 말 하면 안 되지만) 너 놓고 간다! 놓고 갈 거야! 하고 온 적도 부지기수. 아이들은 엄마가 ‘너 놓고 간다’가 거짓말인 줄 아는지 엄마가 시야에서 사라져도 태평히 땅바닥에 누워 하늘을 바라본다.

그렇게 싸우다가 어느 날, 정말로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서 오늘 저녁밥은 안 먹고 건너뛰는 한이 있더라도! 밤을 지새울지라도! 이 녀석들 버릇을 단단히 고쳐놓겠다 싶어서 길거리에서 두 시간가량 씨름을 한 적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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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지나가던 동네 할머니의 도움으로 집에 올 수 있었다. 나는 아이들 고집에 진 엄마, 아이들이 원하는 게 뭔지도 모르고 애들만 울리는 엄마, 나도 울고, 큰애도 울고, 둘째도 울고 셋다 구정물을 뒤집어 쓰고 눈물 콧물 뒤범벅이 되어 엉엉 울었다.

정말, 이건 아닌데…. 나도 힘들고, 아이들도 너무 힘들다.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나도 모르게 이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엄마한테 아무리 마음이 상했기로서니 "엄마 가!"라니, 충격받았다고. ⓒ전아름
엄마한테 아무리 마음이 상했기로서니 "엄마 가!"라니, 충격받았다고. ⓒ전아름

“너 할머니 집 가서 살래?”

그랬더니 이 녀석이 단번에 “응!”이란다.

“엄마는? 엄마는 가?”

“응! 엄마 가!”

그 말 한마디에 맘이 찢어질 것 같았다. 당연히 대화의 맥락도 모르는 아이가 한 대답이니 웃으며 넘겼어야 했지만, 그 말을 듣자마자 서운함이 말도 못 하게 밀려왔다. 내가 얼마나 너희를 따뜻하게 키우려고 노력했는데, 힘들어도 버스 안 태우고 손잡고 데리고 다녔던 이유가 뭔데…. 서운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거기서 끝냈어야 했는데, 더 말 해봤자 혼자 상처만 깊어질 텐데 멈출 줄 모르는 섭섭함이 앞섰다.

“너, 엄마 사랑해?”

내가 뱉어놓고도 이게 무슨 짓인가 싶었다. 마치 권태에 빠진 남자친구와 다투다 결국 마지막에 하는 말 “오빠, 날 사랑하긴 해?” 같은 고리타분한 말을 네 살짜리 아들한테 하다니. 그런데 이 녀석 대답이 더 대단하다.

“아빠 사랑해.”

아빠는 엄마처럼 너희에게 맛있는 밥을 해주지도 않고, 정성스럽게 먹여주지도 않고, 열심히 놀아주지도 않았는데 아빠를 더 사랑한다고? 그날 받은 충격이 너무 커서 한 며칠간 우울하고, 울었다. 정말로 정말로 사랑했던 남성에게 거절당한 것 같은 느낌, 한마디로 ‘차인 느낌’이 왔다. 뭐냐, 아들 사랑하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냐.

◇ 아이를 좀 덜 사랑하는 거,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아이를 키우면서 내가 아이였을 때를 늘 돌이켜 생각해본다. 엄마를 너무 사랑했는데 엄마에게 좋은 딸은 못 됐다. 아빠에게 인정받고 싶었는데 아빠와는 늘 엇갈렸고 어긋났다. 아이러니하게도 엄마 돌아가시고 나서 아빠와 사이가 좀 유연해졌다. 애어른으로 살아서 애매하게 철이 일찍 들었는데, 그래서인지 빨리 부모 품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강했다. 그러다 보니 어릴 땐 어른스럽단 말을 많이 들었는데, 커갈수록 철없이 굴었고 마음의 방황이 잦았다.

나도 그랬는데, 이 아이들이라고 어떨까. 당연히 어느 순간 부모 사랑이 귀찮고 답답하고 벗어나고 싶은 순간이 오겠지. 남자아이들이니 더 그럴 것이다. 그러니, 너무 진하게 사랑하진 말자고 항상 생각하는데 그게 참, 말처럼 쉽지가 않다. “사랑하는데 어쩌라는 거야!” 라고 뻔뻔하게 포효하던 드라마 속 ‘그’처럼, 나 역시 이 서운한 마음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이렇게 사랑하게 되어버렸는데 어쩌라는 거야! 아들을 사랑한 게 죄는 아니잖아!”

안전과 내 마음의 다스림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남편과 상의 후 아이들 등하원은 어린이집 버스로 하기로 했다. 여러 가지 사건 사고가 잦아서 사실 어린이집 등원 버스 이용하고 싶지 않았는데, 지금 상태로는 그게 최선인 것 같다. 버스를 이용하니 아침이 여유롭고, 저녁에 덜 피곤하다. 처음 버스 태워 보낼 땐 참 죄짓는 마음이었는데 며칠 하다 보니 괜찮아졌다.

불필요한 싸움과 감정 소모가 줄어서 그럴까? 찌찌와 다투고 울고 서로 삐져서 토라져 있는 일도 사라졌다. 버스에서 내린 아이들은 “엄마아” 하며 내게 안긴다. 서운한 마음이 풀려서인지 다시 애교쟁이 찌찌로 돌아왔는데, 극소심 엄마는 그런 아들이 반가우면서도 뒤끝을 부리게 된다. “야, 너 엄마 안 사랑한다며? 됐어~” 이 말을 찌찌는 아는지 모르는지 “엄마아~”하면서 더 파고든다. 아이를 좀 덜 사랑하고 싶은데, 누가 방법 좀 알려주실 분?

*전아름 기자는 35개월 남자 쌍둥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이 글을 통해 육아와 일상과 엄마와 아빠의 고민을 함께 풀어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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