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벌'로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칠 수 있습니까?
'체벌'로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칠 수 있습니까?
  • 칼럼니스트 김영훈
  • 승인 2020.07.16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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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의 두뇌훈육] '부정적 강화'가 효과 보려면

Q. 저는 가끔 아이가 말을 너무 안 들으면 엉덩이를 때립니다. 특히 아이가 다른 친구를 때리거나 상처를 입혔을 때 체벌합니다. 그러면 아이가 금방 울음을 터트리는데, 그게 또 안쓰러워서 바로 달래주곤 합니다. 심한 경우엔 아이가 자지러지게 울며 바닥에 머리를 들이받는 등 자해를 할 때도 있어요. 아이가 다른 아이를 때렸을 때, 부모가 아이를 체벌로 다스려도 되나요? 

아이를 때려서 가르쳐도 되냐는 질문에 대부분의 학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적어도 체벌만은 말라.' ⓒ베이비뉴스
아이를 때려서 가르쳐도 되냐는 질문에 대부분의 학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적어도 체벌만은 말라.' ⓒ베이비뉴스

A. ‘아이가 말을 안 듣거나, 다른 아이를 때렸을 때, 아이를 때려도 좋은가?’라는 질문에 대한 심리학자들의 대답은 대체로 ‘적어도 체벌은 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부모들이 당장 하기에 좋은 것은 호되게 야단을 치거나 때려서 아이가 고통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체벌은 불필요하고 바람직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많은 부모는 자주 아이를 체벌하고 꾸중하는 등의 처벌을 내리는데, 이것은 아마 다른 방법을 찾지 못했거나, 순간적으로 감정이 제어되지 않아서일 것이다. 

‘부정적 강화’가 효과적이려면 즉시, 강하게, 그리고 원칙에 따라야 한다. 특히 훈육은 적절한 시기를 정해야 하고 반응에 대한 긍정적 강화가 다른 행동으로부터 가능해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아이가 ‘지금 내가 왜 벌을 받는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것이다.

같은 잘못에는 같은 벌을 내려야 한다. 같은 잘못을 했다면 상황이 어떻든, 장소가 어디든 비슷한 종류나 강도의 벌을 줘야 한다. 사전에 벌의 종류나 강도에 대한 원칙을 아이와 부모 간 협의해 정하자. 그러면 아이는 ‘그릇된 행동을 하면 반드시 적발되어 벌을 받는다’라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다. 그러나 격려나 칭찬이 병행되지 않은, 일상화된 꾸중이나 체벌은 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상황에 따라 원리를 선택해야 한다. 우선, 아이가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했다면, 그 행동은 모두 나쁜 것인가? 그 행동이 계속되면 정말 문젠가? 그다지 문제가 안 된다면 ‘포화의 원리’를 사용하자. 아이가 싫증이 날 때까지 바람직한 행동을 허용해보자. 그러면 아이는 나중에 그 행동을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아이가 으깬 감자만 먹으려고 한다면 이 원리를 사용할 수 있다.

한편, 뭔가를 얻으려고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하는 아이가 그 행동에 보상받지 않을 수 있도록 주위의 상황을 조절할 수 있는가? 그럴 수 있는 상황이라면 ‘소멸의 원리’를 사용하라. 아이가 바닥에 누워 떼를 쓴다면 아예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좋다. 지금 하는 행동이 자신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아이는 툭툭 털고 일어나 다신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아이가 지금 하는 행동이 아닌 다른 행동을 하길 원한다면 ‘대체행동의 강화 원리’를 사용하라. 아이가 음식으로 장난을 친다면 다른 장난감을 쥐여주자. 음식 갖고 장난치는 행동을 없앨 수 있다. 위에서 제시한 세 가지 원리가 효과가 없었다면, ‘부정적 강화의 원리’를 사용하자. 꾸중과 체벌은 대표적 부정적 강화의 방법이다.

하지만 꾸중이나 체벌은 아이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데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다. 왜냐하면, 꾸중과 체벌을 받은 아이는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그 행동만 일시적으로 자제할 뿐이다. 또 꾸중과 체벌에 대한 저항감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그 행동은 단지 순간적으로 은폐되고 후에 다른 상황에서 반복될 수 있다. 또, 벌을 주는 사람은 나중에라도 벌을 받은 사람에게 공격받을 수도 있다.

◇ 체벌은 상처만 남길 뿐, 아이에게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체벌은 과거의 행동만 억제할 뿐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쳐주지 않는다. ⓒ베이비뉴스
체벌은 과거의 행동만 억제할 뿐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쳐주지 않는다. ⓒ베이비뉴스

그렇다면 아이를 올바르게 혼내는 방법과 원칙은 무엇일까? ▲체벌 등 부정적 강화는 아이에게 울음, 일반적인 공포, 공격성 같은 바람직하지 않은 감정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매 맞은 아이는 제 감정이 가라앉기 전까지 바깥과 문을 닫고 반응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체벌과 관련된 상황이나 자극은 그 자체로 아이를 고통스럽게 한다. 예를 들어 아이가 장난감을 빼앗으려고 다른 아이를 때리거나 상처를 입혔을 때, 장난감 빼앗은 아이를 체벌했다면 이 아이는 다른 아이와 같이 있는 상황, 장난감, 다른 아이, 집안 환경, 어머니 등 모든 것에 고통을 느끼게 된다. 엄마가 “너, 또 그러면 엉덩이 맞을 줄 알아”라고 했다면 그러한 경고 자체가 아이를 고통스럽게 만든다. 아이는 이러한 자극을 피하고자 도망치려고 할 것이다.

▲적절한 대체행동에는 긍정적 강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부정적 강화는 새로운 행동을 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 과거의 행동을 억제할 뿐이다. 이 말인즉, 체벌은 아이에게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가르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오직 ‘해서는 안 되는 일’만 알려줄 뿐이다.

▲아이가 자신을 벌주는 사람을 신뢰하게 하라. 벌 주는 사람에 대한 신뢰나 존경심이 없다면 그 효과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아이는 자신을 때린 부모를 모델삼아 공격적인 행동 양식을 배울 수 있다. 즉, 부모가 아이를 체벌한다는 것은, 아이에게 부모의 공격적 행동을 따르게 하는 모델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런 아이는 부모처럼 다른 아이를 때리기에 십상이다.

▲반드시 ‘행동’만 문제 삼아라. 아이의 인격이나 관련 없는 것까지 문제 삼으며 질책해선 안 된다. 체벌하는 부모는 체벌로서 강화된다. 체벌은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빠르게 억제하기 때문에 이를 사용하는 부모에게는 부정적 강화가 이뤄진다. 따라서 부모는 점점 체벌에 의지하려고만 하며, 아이에게 바람직한 행동을 유도하는 ‘긍정적 강화’의 사용을 잊는다. 이렇게 되면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점점 많아진다.

▲장소와 상황에 유의하라. 아이에게도 어른과 마찬가지로 체면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친구 앞에서 혼난 아이는 창피함과 함께 억울함, 분노를 느끼게 되므로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 훈육은 아이와 단둘이 있을 때 하는 것이 좋고, 만약 여러 사람이 있는 곳에서 잘못을 저질렀다면 그 즉시 잘못을 깨우쳐주기는 하되 훈육은 집에 돌아와서 해야 한다.

▲아이의 행동에 화가 치밀어 올랐을 때, 빗자루나 총채 등 손에 잡히는 대로 들고 아이의 신체를 마구잡이로 때리는 부모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절대 해선 안 되는 행동이다. 

▲감정보다는 이성으로 벌을 주자. 부모 대부분은 부정적 강화를 할 때 강한 분노를 느끼며 흥분하기 마련이다. 아무리 아이를 바로잡는 행동이라 하더라도 심하면 ‘학대’가 된다. 하지만 벌 줄 땐 ‘분위기’가 중요하다. 꾸중할 땐 정색할 필요가 있다. 장난치듯 벌을 주면 효과 없다.

▲극단적인 말은 피하자. 부모가 던지는 극단적인 말은 아이가 분노를 느끼게 한다. “꼴도 보기 싫어”, “넌 내 자식 아니다”, “바보같이 굴지 마” 같은 부정적인 말을 들은 아이는 자신감을 잃고 소극적으로 변한다.

부모는 아이를 위해 부정적 강화를 하는 것이다. 목적이 아무리 좋아도 방법이 잘못됐다면 아이 마음속에 부모에 대한 신뢰는 사라지고 반항심만 남는다. 특히 ‘하지 마’라는 말을 자주 한다면 주의하자. 그 말을 듣고 자란 아이는 ‘나는 아무 것도 못하는 사람’이라고 느끼기 쉽다. 

*칼럼니스트 김영훈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와 소아신경과 전문의로 가톨릭의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현재 한국두뇌교육학회 회장과 한국발달장애치료교육학회 부회장으로 학술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아이가 똑똑한 집, 아빠부터 다르다(2017)」 「4-7세 두뇌습관의 힘(2016)」 「적기두뇌(2015)」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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