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는 마치 게임을 하는 것 같다. 한 단계가 지나고 나면 새로운 미션이 생긴다. 태어나서는 모유먹기 미션, 조금 지나서 목가누기 및 분유먹기 미션. 그리고 배밀이와 기어가기 등. 각 미션을 완료하고 나면 아이는 레벨업을 하는 것이다.
최근 우리 부부의 미션은 이유식과 물 먹이기다. 이 미션은 산하가 진정한 사람이 되는 관문이다. 고형물을 먹어야 어른과 겸상을 할 수도 있을뿐더러, 이런저런 맛있는 것들을 음미할 수도 있다. 물론 영양소 섭취는 말할 것도 없다.
우선 글의 이해를 위해 산하의 상태에 대해 설명하겠다. 산하는 만 9개월. 몸무게는 10kg 남짓. (월령에 비해 몸무게는 많이 나가는 편임.) 그리고 산하는 하루에 분유를 400~500cc 남짓먹고 3번 정도 먹는다. 한 번 먹을 때 130cc 정도 먹고 잠자기 전에는 더 많이 먹는다. 이유식은 160cc 정도를 3번 먹는다. 많이 먹을 때는 180cc까지 먹는다. 전체적으로 잘 먹는것 같다.
그런데 지난주부터 산하의 이유식 먹이기가 힘들어졌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지난주부터라기보다는 그전부터 나타난 증상이기 한데 지난주에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유식의 양이 늘면서도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먹이는 시간이 늘어났다. 무언가를 보여주거나, 놀아주지 않으면 이유식을 거부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그래서 아내와 나는 산하의 이유식 잘 먹이기 위해 이와 관련한 토론을 진행했다.
아내 : 산하에게 놀이감을 보여주면서 먹이는 것이 좋을까? 스마트폰 보여주면서 먹이는 것과 뭐가 다를까?
나 : 그러게. 나도 그런 생각을 해봤는데.
아내 : 우리도 밥 먹을 때는, 먹는데 집중하잖아.
나 : 맞아요.
아내 : 그런데 그렇게 안 먹이면 잘 안먹으려고 하고. 어떡하지?
나 : (....)
아내 : 산하 이유식 양을 줄이면 어떨까?
나 : 산하 이유식 양이 문제라면, 저번주에는 잘 먹었잖아. 그래서 양이 문제가 아닌 것 같애.
아내 : 그럼 산하가 이유식 거부기일까?
나 : 그것도 아닌 것 같애. 이유식을 거부하는 것이라면, 자체를 거부해야 하는데 놀이감들을 보여주면서 먹이면 먹잖아. 그래서 이유식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애.
아내 : 그럼 물이 문제일까? 이유식과 물을 병행해서 많이 먹이잖아. 그런데 물을 안 먹이면 변비가 생기고….
나 : 딜레마인데….
대화의 요지는 이유식 잘 먹이기 위해 장난감 같은 것들을 쥐어주는 것이 적절한가, 그리고 물을 안 먹이면서 이유식을 먹이면 변비가 있을 것 같은 우려가 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화의 결론은 물을 조금만 먹이고, 장난감은 안 쥐어주고 이유식 먹이는데 집중하기로 했다.
아내의 제안으로 물을 조금씩 먹여봤다. 그런데 이유식 잘 먹는다. 내가 먹여도 30분 내외에서 이유식 먹이기에 대한 고민은 해결됐다. 산하는 이유식이 아니라 '물'을 싫어했다. 그래서 '물'을 먹이기 위해 아내와 나는 또 토론을 했다.
아내 : 에구. 물을 어떻게 먹이지? 물 안 먹으면 대변이 딱딱해지는데. 그럼 변비 생기고.
나 : 별도로 물을 먹여야 하는데. 과즙 같은 것을 먹으면 좋겠는데.
아내 : 분유를 희석해서 먹여보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분유를 빨대컵에 넣어서 먹여보고.
나 : 산하가 빨대컵에서는 안 먹더라고. 그리고 분유를 희석해서 먹이는 것은 안 좋을 것 같애.
아내 : 우리가 이유식 시작하면서 컵 연습을 시켰어야 하는데. 방법이 없을까?
결국 물을 좀 더 먹이기 위해 3가지 결론을 도출했다. 우선 분유를 희석해서 먹이기. 두 번째는 과일/과즙 먹이기, 빨대컵 연습시키기였다. 결국 산하가 스스로 물을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어렵다.
하루에 2번씩 사과, 배를 반쪽씩 갈아서 주고 있는데 효과가 있다. 분유를 희석해서 먹이는 것은 효과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우선 산하가 희석된 분유도 잘 먹고 있다. 마지막 빨대컵은 아직이다. 이거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다.
육아의 세계는 끝이 없다. 이유식, 빨대컵 이런 것들도 지나갈 것이다. 산하가 커가면서 자연스럽게 잘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 단계가 지나면 또 어떤 미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지금보다 훨씬 고차원적이고, 어려운 과제가 남아있겠지? 그러나 항시 그렇지만 해결할 수 있는 과제가 우리에게 주어질 것이다. 해결되지 않는다면? Let it be!
*칼럼니스트 김광백은 10여년 가까이 장애운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이며, 지역사회를 진보적으로 바꾸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시민입니다. 현재는 인천사람연대 장애의제 팀장으로 활동하면서 2012년 2월에 태어난 산하(딸, 태명 볍씨)의 육아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볍씨 아빠의 육아일기는 네이버 블로그(http://blog.naver.com/138100)를 통해서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정말 힘들다는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혼자가 아니라 부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