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친 것이 아니라 부모 된 것', 청소년부모 어떻게 지원할까
'사고 친 것이 아니라 부모 된 것', 청소년부모 어떻게 지원할까
  • 전아름 기자
  • 승인 2021.03.17 17:2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소년이자 부모, '복합적 정체성' 가진 청소년부모, 통합사례관리 필요"

【베이비뉴스 전아름 기자】

'청소년부모'의 존재를 한 가정으로 인정하고, 획일적 지원이 아닌 구체적 사정에 맞는 통합사례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청소년부모는 자녀의 성장이라는 일반적인 부모의 과제뿐만 아니라 '자립'이라는 생애 목표가 있는 '복합적인 정체성'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청소년기 발달 과업 과제도 잘 이행하면서,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도록 국가의 세심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사)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저출생·인구절벽대응 국회포럼, 남인순(보건복지위) 국회의원, 최혜영(보건복지위·여성가족위) 국회의원은 16일 청소년부모 지원을 위한 정책토론회 '청소년부모 여기 있습니다'를 공동으로 열었다. 해당 토론회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유튜브로 생중계됐다.

오영나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는 "청소년미혼모를 지원하던 중, 혼인관계(사실혼 포함)에 있다고 해도 부모가 청소년이면 자녀 양육에 어려움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청소년부모 지원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후 경기도에서는 청소년부모지원 조례가 제정되고, 국회에서도 지난달 26일 청소년부모 지원 근거를 담은 청소년복지지원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서울시에서도 청소년부모지원 조례가 발의됐다.

오 대표는 "이제 제도 정비에 맞춰 청소년부모에게 보다 촘촘한 지원망을 짜고 실질적 지원을 하는 방안을 심도 깊게 고민해야 한다"라며 "청소년부모에게는 획일적 지원이 아닌 사정에 맞는 통합사례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가족과 단절, 복지 사각지대…빈곤·실업·양육 스트레스에 놓인 청소년부모

(왼쪽부터)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이선영 팀장, 경기도의회 이진연 의원, 자주스쿨 김민영 대표, 여성가족부 가족지원과 인정숙 과장,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이제훈 회장, 국회 보건복지위 남인순 의원,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오영나 대표, 협성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성정현 교수,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심명옥 팀장, 협성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지혜 교수, 김수경 양육지원전문가.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왼쪽부터)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이선영 팀장, 경기도의회 이진연 의원, 자주스쿨 김민영 대표, 여성가족부 가족지원과 인정숙 과장,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이제훈 회장, 국회 보건복지위 남인순 의원,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오영나 대표, 협성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성정현 교수,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심명옥 팀장, 협성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지혜 교수, 김수경 양육지원전문가.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최초 발제를 맡은 성정현·김지혜 협성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양육위기의 청소년부모 지원사업, 100일 동행 프로젝트 효과에 관한 연구'를 주제로 발표했다. 

우선 성정현 교수에 따르면 청소년부모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과 한부모가족지원법의 지원을 받을 수 없어 열악한 상황에 놓인다. 청소년부부와 자녀를 위한 정책과 서비스는 전무한 상황이며, 청소년부부를 지원하는 법적 근거도 없어 출산 후 영아 유기 및 빈곤으로 인한 열악한 양육 환경, 아동학대 가능성도 우려되는 실정이다. 

또한 청소년부모는 자녀 양육 문제뿐만 아니라, 원가족과 관계도 소원해 사회적 지지망이 열악하다. 

성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가 만 3세 이하의 자녀를 키우는 청소년부모의 양육을 지원하는 100일 동행 프로젝트의 효과를 살펴보고 정책 및 서비스 차원의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우선 연구팀은 7인의 청소년부모와 한 인터뷰를 통해 임신 기간 중 이들이 겪은 심리사회적 어려움이 무엇인지 들었다. 정서적 불안과 경제적 빈곤, 주거 문제, 친구와 가족의 단절 등 사회적 지지가 부족했을 뿐만 아니라, 병원이나 보건소에서 차별을 당해 검진과 치료받을 기회가 적어졌고, 직장에서 해고당한 일도 있었으며, 임신으로 인한 학업 중단으로 무시받는 일도 있었다. 

아이를 낳은 후에는 부모로서 가져야 하는 책임감 등 자녀 양육에 스트레스가 높았다. 즉, 청소년기로 자신의 성장과 발달도 중요한 시기에 아이를 돌보며 삶의 많은 부분을 포기하는 것이 장래에 대한 불안감과 함께 스트레스로 작용했다고 두 연구자는 설명했다. 

◇ "청소년부모에게 적기에 양육지원한다면 부모도 아이도 안정적 성장할 것"

한편 100일 동행프로젝트 중 네 가정에 각각 두 명의 양육지원전문가가 파견됐다. 이들은 청소년부모에게 아기 돌봄부터, 재정관리 및 정리정돈 등의 생활코칭 등을 지원했다.

프로젝트 이후 청소년부부는 양육지원전문가가 와서 좋았던 점으로 휴식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점과, 부모의 역할과 자녀 양육의 방향성을 알게 된 점을 꼽았고, 앞으로 아이 양육 관련 강의나 돌봄 지원 시간이 확대되길 바란다고 건의했다. 

양육지원가는 "청소년부부의 문제 행동이 개선되고 자녀 양육이 안정적으로 진행되는 모습을 보며 상호 신뢰가 형성됨을 느끼며 개인적 보람을 느꼈으나, 청소년기 특유의 반항감, 낮은 자존감으로 최초 관계 형성이 어렵고, 문제와 개선이 반복하며 장시간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양육지원전문가로서 개입할 수 있는 경계가 모호했다"라며 앞으로 청소년부부 지원 시 기본생활습관과 가사 노하우, 양육 코칭 및 이를 위한 밀착 지원, 청소년기 습득해야 할 기본 지식 전수, 성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 개선 및 관계유지 방법, 정서적 상담 지원을 비롯해 자립 준비, 직업교육, 일자리 연계 및 장기적 교육 지원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두 연구자는 연구를 마치며 "청소년부모는 청소년이면서 부모이기 때문에 돌봄의 대상이자 주체임을 인식해야 한다"라며 "청소년기 발달 과업과 부모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도록 투 트랙 서비스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산후조리 기간 15일 이후 아이돌봄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3개월간의 공백을 메우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결정적 시기에 적시적 개입해 양육 코칭, 산모의 심리적, 건강적 차원의 돌봄을 이뤘을 때 산모의 안정과 자녀 발달에 긍정적"이라고 제언했다.

또한 "일정 기간 충분한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고, 실질적 자립을 이룰 수 있도록 직업교육을 강화하며, 학교 밖 청소년지원센터와 같이 자립 지원이 통합적으로 이뤄지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나아가 "양육지원전문가와 청소년부모의 관계가 무척 중요하다"라며 "전문가에 대한 현실적 대우와 함께, 이들이 청소년부모의 성인 후견인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양육지원전문가 대상 체계적 교육이 필요하다"라고 말하고, "향후 통합사례관리를 수행할 수 있도록 민간단체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이에 따른 후속 연구가 꾸준히 진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발제에 나선 심명옥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팀장은 100일동행 프로젝트를 시작한 배경으로 "보살핌을 받아야 할 청소년 시기 부모가 되어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부모가, 자신의 삶을 지지받고 정서적 안정감을 갖는다면, 자녀와 함께 새로운 출발선에 설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청소년부모에게는 한부모가족지원처럼 구체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라며 임신 기간부터 사각지대에 내몰리지 않을 수 있도록 국민기초생활제도 편입을 위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제언하는 한편, 양육지원전문가를 양성해 청소년부모가 출산하고 최소 6개월은 필수로 이들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맞춤형 지역통합 사례관리 및 청소년부모 전담지원기관 설치가 필요하다고 말하며 "청소년부모를 위한 지원 홍보가 곧 '예방'"이라고 말했다.

◇ 청소년부모를 엄연한 '가정'으로 인정해야

청소년부모 정책 토론회 모습.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청소년부모 정책 토론회 모습.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이어진 토론에서는 오영나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가 좌장을 맡고, '청소년부모 가정'이란 단어를 알린 경기도의회 이진연 의원(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회)을 비롯해, 김수경 양육지원전문가, 김민영 자주스쿨 대표, 이선영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서울아동옹호센터 옹호사업팀장, 인정숙 여성가족부 가족지원과장, 김지혜 보건복지부 지역복지과 사무관 등이 참여했다.

이진연 의원은 "청소년부모로 이뤄진 가정은 '가족구성원의 욕구가 충족되고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는 가정인 건강가정이 될 수 있도록 지원'받을 법적 근거가 분명히 있었음에도 기존 제도가 '청소년부모'를 인지하지 못해서 정책에서 소외돼왔다"고 말했다.

상위법을 바탕으로 조례를 만들기 위해 이 의원은 다양한 연구와 자료를 수집해왔는데, 이 과정에서 청소년들이 만든 가정이 안정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들이 아이를 양육하는 가족구성원의 관계를 명확히 '가정'으로 인정하자는 것이 조례 제정의 목적이라고 봤다. 이진연 의원은 지난해 10월 자료 조사 및 분석, 토론회, 연구용역 등을 거친 후 '경기도 청소년부모 가정 지원 조례안'을 발의했고, 지난해 12월 31일 공포됐다.

이어 김수경 양육지원전문가는 청소년부모에게 맞춤형 통합사례관리가 필요하다고 언급하며, 특히 청소년부모에게는 타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 긍정적 마인드가 장착된 양육지원전문가가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수경 전문가는 양육지원전문가가 청소년부모에게 개입했을 때 주거 및 자녀양육 환경이 개선되고, 부부간 사소한 말다툼이 큰 싸움으로 번지지 않게 중재할 수 있는 등의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양육지원전문가가 개인적 경험, 주변의 유사 사례 등을 공유함으로써 청소년부모 스스로 현재 상황을 직시하고 수용할 수 있도록 긍정적 조언을 제시하며 여러 대안을 함께 모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정숙 여성가족부 가족지원과장은 "현재 여성가족부 가족지원과에서는 한부모가정, 미혼모 가족을 지원하고 있는데, 이제 청소년부모 지원도 담당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청소년복지지원법이 6개월 후 시행을 앞두고 있는데, 하위법령 마련에 고심이 많은 상황"임을 전하며 "부모가 청소년이라는 사실에 방점을 두고, 복지지원부터 가족지원, 학업지원부터 지원기간 등 세부적인 내용을 정해야 한다"고 알렸다.

아울러 인정숙 과장은 "청소년부모가 대학교에 다니는 상황이라면 직장어린이집을 이용할 수 있도록 규정에 포함했다"라며 "우리 부를 포함해 청소년부모 사안이 보건복지부뿐만 아니라 학교 밖 청소년 지원과도 연관이 있는 만큼 관련 정책을 모으고, 빠진 것이 있다면 발굴하며 통합적으로 사례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하고 하위법령 마련 시 많은 의견을 듣겠다고 말했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실시간 댓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snow**** 2021-05-04 18:06:41
전아름 기자님! 제목이 '사고 친 것이 아니라 부모 된 것' 이라고 하셨는데요, 정확히는 '사고를 쳐서 부모가 된 것' 입니다. 국회발표를 비롯한 모든 통계에서 사고 쳐서 미혼부모가 됬다고 합니다. 결혼을 해서 아기를 낳은게 아니고요, 결혼을 할 수도 없는 나이서부터, 성생활을 먼저 하니까 아기를 낳은거예요. 베이비 박스에도 해마다 아기를 한 명씩 데리고 오는 애(?) 엄마가 있고요, 국회 발표 19세에 아기 네명 미혼모 15세에 아기 두명 미혼모가 있답니다. 부모가 될 수가 없고요 본인이 부모가 필요한 애들이에요. 정신과 치료가 시급하고 스마트폰 앱으로 아무 남자나 만나서 성관계 못하도록 관리해주는 기관이 필요합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