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 냉방기기가 없던 시절 왕실에서는 더위에 지치지 않도록 생맥산(生脈散)을 처방해서 왕에게 올렸습니다. 한방에서 생맥산은 ‘맥을 살린다’는 의미가 담긴 이름처럼 허약한 체질이라 늘 기운이 처지고 맥이 약한 사람들의 원기 회복을 돕는 처방입니다.

생맥산에 들어가는 재료는 맥문동, 인삼, 오미자 세 가지인데 이를 각각 2:1:1의 비율로 섞어서 물과 함께 1시간 정도 푹 달여서 먹으면 됩니다. 이 세 가지 약재로 만든 생맥산은 여름철 가만히 있어도 식은땀이 줄줄 흘러서 기운이 쭉 빠지는 사람들에게 좋습니다. 또한 더위를 잘 견디지 못해서 활력을 잃어버렸거나 더위에 입맛이 달아난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생맥산의 재료 중 맥문동은 예로부터 입이 마르고 갈증이 심할 때, 몸이 허약할 때, 심장과 폐에 열이 쌓였을 때 처방했습니다. 즉 기운을 나게 하고 체내 과도한 열이 쌓였을 때 이를 식혀주는 역할을 합니다. 여름철 더위를 잘 못 견뎌 체력이 떨어질 때 몸의 열을 식히고 에너지를 보충합니다.

기운을 보강하기 때문에 과로로 기운이 소진했을 때도 도움이 되며 큰 병으로 아팠다가 회복기에있는 환자들에게도 좋습니다. 출산 후의 산모들의 산후조리에도 도움이 되는데 진액을 채우는 효능 때문에 젖을 잘 나오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처럼 부족한 진액을 보충해서 갈증 해소에 좋은 맥문동은 호흡기에도 좋습니다. 호흡기가 건조해지면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쉬운데 맥문동은 폐와 기관지를 보호하며 진액을 보충해서 촉촉하게 유지시켜서 호흡기를 보호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피부가 심하게 건조하거나 입이 마르는 경우에도 도움이 됩니다.

인삼은 예로부터 대표적인 자양강장 약재로 처방되었습니다. 기운을 보강하기 때문에 나이가 들어 기력이 떨어졌을 때 좋은 보약이 되고 평소에 허약한 체질로 잔병치레를 많이 하는 사람들에게도 좋습니다. 인삼의 이런 효능은 사포닌 성분 때문인데 혈액 순환을 개선하며 피로 해소, 면역력 강화에 효과가 있습니다.

인삼은 열을 내는 대표적인 본초이기 때문에 몸에 열이 많은 사람들은 인삼을 장기간 많은 양을 복용하면 안 됩니다. 하지만 생맥산의 경우에는 나머지 두 가지 약재가 인삼과 조화를 이루고 성질을 보완해주기 때문에 체질에 관계없이 먹을 수 있습니다.

생맥산에 들어가는 마지막 재료인 오미자는 다섯 가지 맛을 가지고 있듯이 오장에 두루 작용하여남성들의 정력 강화와 장수에 좋은 약재로 알려져 있습니다. 몸이 허약하고 말라서 기운을 못 내는 사람들에게는 활력과 에너지를 주기 때문에 여름철 체력 보강에 도움이 됩니다.

특히 오미자는 밖으로 새는 기운을 안으로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약재입니다. 따라서 여름철 식은땀을 지나치게 흘려서 맥을 못 추는 사람들의 원기 회복에 좋습니다. 심신의 스트레스로 피로를 많이 느끼는 사람들에게도 좋고 정신적 스트레스가 많아서 잠을 잘 이루지 못하거나 피로로 집중력이 흐트러졌을 때도 좋은데 마음을 안정시키고 편안하게 만들어줍니다.

*칼럼니스트 김소형은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원 한의학 박사로 서울 강남 가로수길의 김소형한의원에서 환자를 만나고 있다. 치료뿐만 아니라 전공인 본초학, 약재 연구를 바탕으로 한방을 보다 넓고 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컨텐츠를 만들고 있다. 저서로는 「꿀피부 시크릿」 「데톡스 다이어트」 「CEO 건강보감」 「김소형의 경락 마사지 30분」 「김소형의 귀족피부 만들기」 「자연주의 한의학」 「아토피 아가 애기똥풀 엄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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