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동에 대한 학대, 어떻게 해야 막을 수 있을까?
장애아동에 대한 학대, 어떻게 해야 막을 수 있을까?
  • 칼럼니스트 박현주
  • 승인 2021.04.27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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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꿈을 꾸는 아이] 장애아동 학대교사 무죄 판결을 보며

타고난 부모는 없다. 우리는 모두 아이를 낳고 '엄마,  아빠'라는 이름을 처음 가져본다. 그 역할을 해야 하는 것도 '처음'이다. 타고난 교사도 없다. 아이들과 부모님들과 함께 하는시간이 쌓이면서 '좋은 선생님'으로 거듭날 뿐이다. 아이를 키우는데 부모에게도 여러가지 도움이 필요하듯 교사에게도 마찬가지다. 좋은 선생님이 되려면 정말 필요한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아이들, 특히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함부로 대하지 않을지, 어떻게 해야 학대문제가 지면에서 사라질 수 있을지 고민해본다.

몇 주 전이었다. 유아특수교사의 학대에 대한 재판결과를 알리는 내용의 기사를 봤다. 이와 관련해 부모들의 무죄판결에 대한 항의 시위도 함께 봤다. 아이의 아버지는 아동학대혐의가 있는 교사의 무죄에 대해 "장애아동은 학대가 허용되는 위험한 재판결과"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아동학대범은 이유를 막론하고 달게 처벌받아야 마땅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정인이 사건과 마찬가지로 나는, 아동학대범을 더 강하게 처벌하고 다시는 이런 학대가 일어나지 않게 경종을 울려야 함에 이견은 없다. 아이들을 위해서 그리 돼야 한다. 재판결과가 아쉬운 것은 나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11월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관계자들이 강동구 한 유치원 특수교사 장애아동 학대 무죄 선고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해 11월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관계자들이 강동구 한 유치원 특수교사 장애아동 학대 무죄 선고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오해 받지 않으려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한다?

장애통합어린이집 원장으로 돌아와서, CCTV를 보자 목소리가 사라진 화면에는 교사가 서있는 모습만 보아도 위협적이다. 아이에게 직접적인 폭력이 가해질리는 없지만, 아이의 손을 잡아끄는 모습조차 위험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더구나 아이를 훈육하는 순간은 아슬아슬한 줄타기다. 아이는 사랑만으로 건강하게 크지 않는다. 세상을 배워나가는 아이에게는 옳고 그름도 함께 알려주고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방법들도 이곳,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배운다. 아이가 위험한 행동, 친구를 괴롭히는 행동이 보이면 교사가 중재를 한다. 목소리가 사라진 CCTV는 전지적 교사시점에서 보면 별것 아닌 행동이지만 필터링을 바꿔 전지적 부모 시점으로 보이면 순간순간이 가슴이 철렁한다.

전지적 부모 시점으로 학대범으로 오해받지 않기 위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은 벌써 현장에서 만연한 우리만의 암묵적인 룰인지도 모른다. 우리원이야, 통합보육의 철학을 가지고 여러 전문가들의 협업이 가능하니 어느 정도 '학대'의 오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쳐도, 대한민국의 대부분의 장애통합어린이집은 위험하다. 아니, 어린이집 뿐만 아니라 유치원, 특수학급이 있는 초등학교, 특수학교도 마찬가지다. CCTV가 의무화돼 있지 않은 공간은 학대당한 아이를 증명해 줄, 혹은 학대교사가 아님을 증명해 줄 객관적 증거조차 부족하다. 이것이 현실이다.

2017년의 소송이 2021년에 결과가 나오는 동안, 교사와 아이, 부모의 마음은 얼마나 피폐해졌을까. 생각하기도 싫은 시간이었을테다. 내가 소송결과와 부모의 요구에 대해 아쉬운 것은 이런 것이었다. 학대를 한 교사를 분명히 강하게 처벌해야 함은 두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그 한 교사의 문제였을까?

우리는 기관에서 아이들의, 특히 장애 아이들의 학대를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를 깊이 고민해봐야 한다. 말을 하지 못해서 의사를 전달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교육적 명목으로 이뤄지는 수많은 행동수정 요법들과, '교육적'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수많은 학대들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지켜내는 방법이 정말, 학대한 교사 한 명만, 그 개인만 달게 처벌하는 것으로 해결이 될까? 만약 무거운 법 처벌이 나왔다면 그것으로 만족하고 있어야 했을까? 한 명의 아이 뒤에 가려진 더 많은 ‘우리’의 아이들을 지켜내는 방법은 없을까? 한 명의 학대교사 뒤에 가려진, 자신의 교육방법에 확신을 잃어가는 바르고 열정 넘치는 교사들은 없을까?

◇ 누구나 좋은 선생님이 되고자 시작하지만...

특수학교에 근무하면서 특수학급에 근무하는 특수교사 친구들을 부르는 별명이 있었다. '별당아씨'. 별당아씨 선생님들은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다. 심지어 개별화교육계획안 조차 개인의 의견으로 작성돼지고, 학교장의 검토조차 받지 않아도 승인돼지는 이상한 공간이다. 초임이라도 배정이 되면 아마 그 선생님은 미칠 지경일테다. 아이들과 덩그러니 남아져버린 교실에 일반교사는 일반교사대로 비장애아이들을 키워내느라 여념이 없고, 특수교사는 아이들의 현실적인 문제에 조언을 구할 곳조차 없다.

행여나 어려운 아이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가 '무능'으로 비춰질까 우려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 교사는 점점 장애아이와 함께 섬에 갇힌다. 내가 하는 게 곧 법이 되는 장애공화국의 탄생이다. 대부분의 특수학급들이 일반학급에 비해 수적으로 적다. 어린이집도 별반 다르지 않다. 어린이집은 학급수가 많으면 유아특수교사가 배치돼야한다는 조항 때문에 시립의 경우에도 학급수를 늘리지 않으려고 한다.

학급수가 적은 특수학급. 아이의 장애를 이유로 혹은, 일반교사와의 미묘한 신경전으로 인해, 또는 통합의 가치를 모르는 운영자로부터 배제돼 어느새 특수교사는 장애 아이들과 함께, 섬에 갇혀버렸다.

누구나 사범대나 교대를 선택했을 때는 ‘좋은’ 선생님이 되고자 했을 테다. 나 역시 그랬으나, 졸업 후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그나마 첫 시작이 특수학교였던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특수학교에서 일어나는 아동학대의 현실 역시 만만치 않게 보도되는 요즘에는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라는 생각이다. 특수학교에 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을 심하게 때리거나 내팽게 치는 교사는 없었지만, 알게 모르게 교사의 분주함 뒤에 일부 아이들이 방임되고 있기도 했다. 고백하건데 요즘과 같이 아동학대 문제에 민감하지 않았던 10년이 훌쩍 넘은 일이라 나 스스로의 민감도는 낮았다. 언젠가 특수교사들의 오픈챗팅에 참여했다가 어쩌다 관찰하게 된 어느 유치원에서 특정교사의 아이들을 다루는 방법이 너무 거칠었다는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었다. 우리의 이야기는 아이들의 학대에 대한 주제로 옮겨갔다.

‘그 정도라면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것 아닌가요?’, ‘선생님네 어린이집에는 그런 교사 없나요? 보통 한 두명은 꼭 있잖아요’라는 글들이 달렸다. 간혹 그런 교사들이 채용된 적은 있지만, 장기간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이전 기관에서 학습된 잘못된 방식은 수정되거나, 혹은 몸에 밴 습관이 바뀌기 어려운 교사는 얼마지나지 않아 그만두곤 했다. 스스로도 부담이었을테다. 우리 어린이집과 다른 기관의 차이점이 무엇일까 생각해보았다. 그것은 ‘함께’와 ‘혼자’의 차이가 아닐까 생각했다. 우리 어린이집은 이전 칼럼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부모와 함께 하는 협동조합을 통해 치료사들이 하루에도 열두 번씩은 들락날락 거린다. 치료실과 연결된 공간에 대기실이 있다 보니, 어린이집 교실에서 아이들과 교사가 놀이하는 목소리, 아이들을 훈육하는 목소리는 여과 없이 들린다. 때로는 훈육을 위해 언성이 높아지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들의 지속되는 문제행동에는 일정 시간을 통해 늘 동료교사와 이야기하거나 원장에게 보고해 함께 고민하는 시간들이 있고, 여기서 해결이 안 되는 문제는 치료사들에게 자문을 구하기도 한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은 부모에게 보고해야 하고 늘 동의를 구해야 한다. 다른 별당아씨의 특수학급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 장애아동 학대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열쇠는?

그런데 장애아동 학대의 근본 열쇠는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봤다. '함께 키움'이다. 예외인 경우도 존재하겠지만 학대가 발생하는 선행사건은 아이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제지하기 위해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장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도 했을 테고, 어떻게 지원해야 할지 난감했기 때문이기도 할 테다. 이런 교사들에게는 도움이 필요하다. 말로만 이론으로만 지원하는 것 말고, 전문가의 지원이 필요하다. 사실 한 교실에서 3명, 4명씩 보는 교사들에게 제대로 된 긍정적 행동지원을 하라고 이야기하기에는 무책임하다. 활동만 보조해주는 비전문가인력 지원 외에도 전문가 인력지원이 필요하다.

하다못해 개별화교육계획이 법에 명시된 대로만 진행이 됐어도, 장애아동 학대사건을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개별화교육계획에 명시된 대로 학교장이 포함된 제대로 된 회의를 열고, 학교장의 승인이 난 교육을 실시했는데도 어떤 문제가 발생했다면 학대교사보다 더 달게 무심한 교장이 처벌받아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 작은 어린이집에서 조차, 개별화교육계획에 명시된 대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어떤 문제가 생긴다면, ‘원장 책임’이라고 늘 이야기하는데, 더 큰 규모의 기관을 운영하는 장은, 그 책임의 무게 또한 더 크고 깊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래야, ‘모든 아이들’에 장애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모두의 책임임을 다시 한 번 통감할 수 있을테니까. 법에 명시된 대로 개별화교육팀을 만들고, 교사의 교육실행은 교사만의 책임이 아니라, 팀의 책임임을 알 수 있게, 늘 깨어서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볼 수 있도록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다. 교사가 마음 놓고 교육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가는 것, 교사가 교육을 했을 때 잘못된 방향으로 나가지 않도록 만들어주는 교사 지원에 관한 시스템도 만들어져야 한다.

장애아동을 학대한 교사가 처벌 받지 않은 것에 유감을 표한다.

하지만, 문제교사를 징계하는 것에만 혈안이 된 우리들에게도 유감을 표한다. 문제교사 위에 문제 관리자를 처벌하고 교사들을 지원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지원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혼자 키우기 어려운 아이는 ‘함께’ 키우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아이들이다. 법으로 명시된 대로 개별화교육계획이 이뤄지길 바란다. 다양한 전문가가 협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누구나 들여다 볼 수 있는 열린 공간 안에서 ‘함께’ 아이를 키우는 일이 학대를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다.

*칼럼니스트 박현주는 유아특수교육을 전공해 특수학교에서 근무했다. 결혼과 출산을 겪으면서, 내 아이를 함께 키우고 싶어 어린이집을 운영하게 됐다. 화성시에서 장애통합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으며, 부모님들과 함께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을 설립하는 데 동참해, 현재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에서 장애영유아 발달상담도 함께 하고 있다. 다양한 아이들을 키우는 일, 육아에서 시작해 아이들의 삶까지, 긴 호흡으로 함께 걸음으로 서로의 고민을 풀어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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