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어린이는 환경성 질환에 가장 취약한 계층이다. 어린이 스무 명 중 한 명은 천식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양하고 복잡한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특징을 가진 환경성 질환에 대해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VR(가상현실)과 인형극, 이동학교 등 다채로운 방식으로 천식 교육을 하는 곳이 있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천식환경보건센터의 이야기다. 이 센터 연구팀은 지난해 가을부터 소아청소년과 내원 환아와 공주지역 일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VR을 이용한 천식 교육을 하고 있다.
알레르기 질환은 특성상 환자 자신의 꾸준한 환경 관리가 중요하다. 아이들의 경우 치료와 교육에 대한 순응도가 높지 않아 효율성이 떨어진다. 연구팀은 최근 산업·게임·교육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가상현실을 통한 교육으로 아이들의 관심과 집중도를 높이고자 VR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블룸(Bloom)의 교육목표 체계 이론에 따르면, 교육의 가장 첫 번째 단추는 기억을 통한 지식습득이다. 뇌신경학에서 기억을 강화하는 데에는 해마 시스템이 주된 역할을 하며, 공간인지 체계와 그 영역을 공유한다. 정보를 공간과 연합해 자극할 때 기억 능력이 높다는 연구 결과에 기반해 알레르기질환에 대한 환경개선 VR 교육 콘텐츠를 구성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 프로그램은 어린이가 컴퓨터에 연결된 HMD(Head Mounted Display)를 착용하면, 가상의 가정집을 방문해 직접 실내를 탐험하게 된다. 실내에는 일반적인 가구와 물건이 배치돼 있다. 실내를 돌아다니다 알레르기 유발물질과 관련된 사물을 만나면 시각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공간의 설명 인터페이스가 생성되는 방식으로 구성돼 있다.
연구팀은 해당 VR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건강과 환경 관리 교육을 받은 환아들과 기존 안내 책자를 통해 교육을 받은 환아들의 교육성과를 비교·평가해 VR 교육의 효과를 검증하고, 점진적으로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다.
유영 고려대 안암병원 천식환경보건센터장(소아청소년과 교수)은 “가상현실, 증강현실을 넘어 메타버스까지, 상상에 머물렀던 신기술이 우리 삶의 영역으로 들어오고 있으며,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일상의 한 부분이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러한 신기술이 아이들에게 흥미롭게 다가와 자신의 건강 교육에 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아토피천식 예방관리 인형극’과 ‘환경보건 이동학교’는 온라인 강의로 진행
고려대 천식환경보건센터는 교과서에는 설명이 부족한 환경성 질환을 어린이들에게 쉽게 설명하기 위해 ‘아토피천식 예방관리 인형극’을 개발하고, 코로나19 확산에 맞춰 ‘온라인 환경보건 이동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아토피천식 예방관리 인형극은 이 센터가 최초로 개발한 과학적 이론에 근거한 인형극이다. 천식 악화인자와 위험인자에 대해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내용을 쉽고 재미있게 유아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질환과 환경관리에 대한 콘텐츠를 2018년에 개발했다. 유치원, 어린이집, 서울시 육아종합지원센터, 보건소, 구청 등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방문해 인형극을 제공해 왔다. 지난해부터는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다.
온라인 환경보건 이동학교는 지난해까지 하던 대면교육을 개선해 워크북 교재를 개발해 온라인 강의 콘텐츠와 함께 제공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장기화된 유치원과 초등학교 원격수업의 질적인 문제와 콘텐츠의 부족을 해소하는 역할도 한다.
아토피천식 예방관리 인형극과 찾아가는 환경보건 이동학교는 현재 온라인 강의로 진행된다. 초등학교와 유치원, 어린이집, 육아종합지원센터 등을 대상으로 신청받고 무료로 강의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신청학교에 필요한 만큼 교재인 워크북과 온라인 강의, 교육 수료 선물을 제공한다.
또, 최근 천식환경보건센터는 서울시 초·중·고 ‘건강보호학생 관리방안’ 매뉴얼을 개발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에서 교사들이 기저질환으로 학교생활에 어려움이 있는 학생들을 관리하고 지도하는 방법에 표준화된 서식을 제공하기 위해 센터에 요청한 것이다. 새로 개발한 매뉴얼은 심장질환과 돌연사, 알레르기 질환 당뇨병 등 세 가지 주제를 담고 있다. 이 매뉴얼은 올해부터 서울시 일선 초·중·고에 배포될 예정이다.
한편, 고려대 천식환경보건센터는 2007년 9월 설립해 그해 환경부로부터 지정받아 미세먼지와 천식 발생 연구, 환경오염물질 모니터링, 예방교육과 홍보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2018년 우수센터로 선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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