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들이 어떻게 호텔에 들어갈 수 있었을까?
코로나19 확진자들이 어떻게 호텔에 들어갈 수 있었을까?
  • 김민주 기자
  • 승인 2021.08.05 1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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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체온 측정이 안 되는 발열측정 기기 무분별 사용 중

【베이비뉴스 김민주 기자】

NC 다이노스 소속 야구선수들이 코로나에 걸린 A호텔은 열화상 카메라로 체온측정을 하고 있었다. 김민주 기자 ⓒ베이비뉴스
NC 다이노스 소속 야구선수들이 코로나에 걸린 A호텔은 열화상 카메라로 체온측정을 하고 있었다. 김민주 기자 ⓒ베이비뉴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되던 지난달 16일 NC 다이노스 소속 야구선수 4명과 일반인 여성 2명이 서울 강남의 A호텔 방에서 밤샘 술자리 모임을 가졌고, 이들 4명의 야구선수는 모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야구선수 4명이 A호텔을 출입할 때, 발열체크가 제대로 된 것일까?'

지난달 23일, 기자는 이러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강남 A호텔로 향했다. 폭염이 심각한 평일 오후 시간으로, A호텔에는 캐리어를 끌고 방문하는 손님과 내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손님이 많았다. 

A호텔은 중앙 출입문 외엔 다른 출입구가 모두 잠겨 있었다. 기자는 중앙 출입문을 통과해 방역소독기 사이에 서서 체온을 측정할 수 있었다. 꽤 먼거리에서 체온측정을 했고, 바로 통과됐다. 호텔 관계자는 방문객들이 입장하는 즉시 체온측정과 안심콜 출입관리 하는 것을 도왔다.

그런데, 이곳 A호텔의 발열측정 기기를 자세히 살펴보니 의료기기로 검증받지 않은 얼굴인식 열화상 카메라였다. 현재 다중이용시설에서 사용하고 있는 발열측정 기기는 ▲체온계 ▲비접촉식 온도계 ▲열화상 카메라 등으로 구분되는데, 이중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서 체온측정 ‘의료기기’로 인증된 제품은 체온계뿐이다.

유동인구가 높은 다중이용시설에는 열화상 카메라가 설치된 곳이 많았다. 김민주 기자 ⓒ베이비뉴스
유동인구가 높은 다중이용시설에는 열화상 카메라가 설치된 곳이 많았다. 김민주 기자 ⓒ베이비뉴스

미인증 발열측정 기기의 문제는 A호텔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다중이용시설 중 인구밀집도가 높은 장소엔 체온을 동시에 측정하기 위해 대부분 열화상 카메라를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같은 날 기자는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역 인근 B백화점으로 향했다. B백화점은 지하철역과 이어져 밖으로 나가지 않고 지하철에서 백화점으로 바로 들어갈 수 있다. 

지하철과 연결된 백화점 입구는 유동인구가 매우 많은 곳이다. 이곳은 열화상 카메라와 모니터가 설치돼 있었는데, 백화점 직원이 입구마다 지키면서 동시에 들어오는 손님들의 체온을 바로바로 측정했다. B백화점의 여러 출입구를 취재해보니,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곳에는 비접촉 온도계가 설치돼 있기도 했다.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역 인근 C호텔은 로비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발열측정 기기가 없었으나, 호텔 로비 빵집에는 의료기기로 인증된 체온계가 설치 돼 있었다. 이날 유일하게 찾은 의료기기 인증 체온계였다. 호텔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앞엔 열화상 카메라가 설치돼 있었으나, 모니터를 확인하는 직원은 없었기 때문에 체온이 높게 나오더라도 누구나 출입이 가능했다.

다중이용시설 입구에 설치된 발열측정 기기는 정말 제대로 작동을 하고 있는 것일까? 부산 지역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D 씨는 "가게에 코로나19 확진자가 4명이나 와서 식사했지만, 그들 중 체온이 높게 나온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손님 중에 체온이 높게 나온 경우가 한 번도 없었다"면서 체온측정 기기를 신뢰할 수 없다고 했다.

D 씨의 음식점에 설치된 제품은 '비접촉식 온도계'였다. 온도계는 사물의 온도를 측정하는 기기로, 체온을 측정할 때는 의료기기로 인정받은 체온계로 측정해야 한다는 게 현재 정부의 지침이다. D 씨는 "손님들의 체온을 측정할 때, 어떠한 기기로 측정해야 하는지 관련 안내나 공문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 열화상 카메라로는 체온 측정 불가...현실에선 무분별 사용

체온 측정 거리가 가까운 체온계는 의료기기로 확인된 것이 많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체온 측정 거리가 가까운 체온계는 의료기기로 확인된 것이 많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37.5도.

이는 다중이용시설 출입을 결정하는 발열의 기준이다. 37.5도 이상이면, 다중이용시설 출입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이 기준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지난해 1월 31일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생 현황에서 “중국의 검역기준은 체온이 37.3도인데 저희는 37.5도를 적용하고 있다. 원래 발열은 38도 정도 이상을 발열이라고 보고 있어서 그것보다 조금 더 낮은 온도기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발열 기준을 밝혔다.

지난해 4월 30일 보건복지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체온계를 구비하지 않은 경우 행정지도가 이뤄진다”고 방역지침을 밝혔다.

또한 식약처는 지난해 9월 9일 '체온 측정, 반드시 의료기기로 인증된 체온계를 사용하세요'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어 코로나19 상황에서 체온계를 선택할 때 주의할 사항을 안내했다.

식약처는 "개인별 체온을 측정해 기록하는 경우 식약처에서 인증받은 체온계를 사용해야 한다"면서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노래연습장, PC방, 학원 등 밀폐된 공간에서 밀접한 접촉이 이뤄질 수 있는 곳에서는 인증된 체온계를 통해 정확한 체온 측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식약처는 "지하철, 대형유통시설 등 대규모 인원에 대해 개별 체온 측정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경우에는 열화상 카메라 등을 이용한 발열 감시를 하고 있으나, 개인별 정확한 체온을 측정하는 경우에는 의료기기로 인증된 체온계를 사용하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즉, 정부 발표에 의하면 열화상 카메라는 스크린 목적으로만 사용 가능한 것이고, 개별 체온을 측정할 때는 의료기기로 인증된 체온계를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의료기기로 인정받은 체온계와 비인증 발열 측정기기가 아무런 구분없이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열화상 카메라는 물체에서 방출하는 열복사를 감지해 다양한 색깔로 시각화해 보여 주는 카메라로, 군사용이나 산불 감시활동, 가축의 질병 유무를 확인하는 등으로 사용된다. 온도계는 사람이 아닌 물체의 온도를 재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열화상 카메라든 온도계든 둘 다 의료용으로는 부적합하다.

식약처 관계자는 ‘의료기기 인증된 체온계와 아닌 것이 어떻게 다른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열화상 카메라는 주위 상황에 따라서 체온이 다르게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의료기기가 될 수 없다”면서 “체온계는 질병 진단을 위한 것이고, 열화상 카메라는 용도 자체가 다르다”고 답했다.

◇ "체온계가 아닌 온도계로는 우리 국민의 목숨을 지킬 수 없다"

환경감시국민운동본부는 공업용 온도계를 사용하지 말자는 국민청원을 진행하고 있다. ⓒ국민청원
환경감시국민운동본부는 공업용 온도계를 사용하지 말자는 국민청원을 진행하고 있다. ⓒ국민청원

현재 대한민국 현실에서 어느 곳을 가든, 체온을 측정하지 않고는 출입할 수 있는 곳은 없다. 하루에도 몇 번씩 체온 측정을 받아야 하는 게 우리네 일상이다. 하지만 의료기기로 인증받지 않은 발열측정 기기가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는 상황으로, 제대로 된 체온 측정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시민단체 환경감시국민운동본부는 “국내에 사용되고 있는 열화상 카메라는 대부분 공업용 온도계다. 식약처의 권고에 따르면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온도 측정이 정확히 이뤄져야 하는데, 편차가 3도 가까이 차이나는 공업용 온도계는 체온 측정이 불가능하다”며 관련 국민청원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청원 참여 인구는 매우 저조한 상황으로, 발열측정 기기의 문제점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낮은 실정이다.

지난 2월 17일 최혜영 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 국회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발열 측정도구로 다중이용시설 등에서 열화상 카메라, 비접촉식 온도계, 안면인식형 체온계 등 다양한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인체의 온도를 측정하기 위한 도구이고, 제품 외형과 적외선으로 발열 여부를 측정하는 작동원리도 동일하다”며 “그런데 보건당국의 명확한 기준이 없어 동일한 제품이 일부는 공산품으로, 일부는 의료기기로 관리되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문제는, 이 중 공산품으로 판매하는 제품은 성능에 문제가 없는지 사전에 검증 절차나 권장 기준규격이 없다는 점이다. 의료기기는 제조시설과 제품이 성능유지에 적합한지 개별적으로 심사를 거쳐야만 판매가능하지만, 공산품으로 판매하는 제품의 경우 전자파 적합성을 평가하는 KC인증만 거치면 된다”고 지적했다.

최혜영 의원실이 지난해 출시된 안면인식형 발열 측정 제품을 직접 조사한 결과, 측정 거리도 30cm에서 1m까지 차이가 나고, 발열 측정에 큰 변수가 되는 실내 환경에 대한 기준도 제각각이었다. 최 의원실 측은 “식약처 관계자에 따르면, 국가기술표준원에서 진행 중인 공산품 온도계 성능 기준마련은 8월에 마련될 예정이라, 이달 말까지 기다려 봐야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최혜영 의원은 “관계부처와 협의해 공산품으로 분류된 발열 측정기기 전반에 대해 한시적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최소한의 성능 기준과 사용 방법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통해 제조·수입업자는 품질관리를 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방역 현장에서는 적절한 측정환경을 준수할 수 있도록 세밀한 방역수칙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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