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여름방학이 한창인 시즌이다. 게다가 코로나19 거리 두기 단계가 격상된 상태로 연기까지 되어서 기약 없는 방학은 더욱 길어지고 있다. 최대한 집 안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하는 나날이지만, 어른도 참기 힘든 더위에 아이는 더욱 지치고 보채는 순간도 늘어간다. 여행에도 제약이 많은 상황이라 근거리에 아이와 함께 가 볼 만한 곳들을 알아보니 이미 예약이 끝난 지 한참 지난 후였다. 코로나19가 이렇게 장기화될 줄 알았더라면 나도 이른 봄부터 어딘가 예약을 해 두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후회스러운 마음이 들 즈음, 아이의 친구 가족이 예약해 둔 장소에 가지 못하게 되어 양도를 받게 되었다.
실내보다는 비교적 공간이 트인 야외 캠핑장이었는데 인원수 제한이 있어 당일 입소할 수 있는 인원이 한정되어 있었고, 텐트 간격도 넓어 마음에 드는 곳이었다. 캠핑장 한가운데 있는 풀장 역시 시간마다 예약을 미리 받은 후 정해진 인원과 시간에 따라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그래서인지 수질도 깨끗하고 관리도 잘 되어 있어 앞으로도 코로나19와 같은 질병, 재해가 아니어도 이런 식으로 운영을 하면 좋겠다는 바람이 들 정도였다. 또 투숙객 대부분이 아이의 부모들이어서 서로 규칙을 잘 지키며 조심하는 분위기라 출발할 때의 걱정과 달리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그렇게 한참 아이와 오랜만에 여름방학다운 여유를 즐기고 있을 때쯤, 캠핑장 전체가 울릴 정도로 시끄러운 엔진 소리와 함께 요란한 차가 한 대 등장했다. 역시 어린아이와 함께 온 부모였는데 짐을 내려놓자마자 아이를 풀로 데려왔다. 관리자가 미리 예약을 하고 정해진 시간에 물놀이를 해야 한다고 하자 아이가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또래의 아이를 둔 엄마로서 아이의 마음이 이해가 되어 안타깝기도 하고 한 명쯤같이 놀면 어떨까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그런 식으로 한두 명씩 규칙을 어기면 안 될 것 같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조금 후에 다른 아이가 물놀이를 마칠 시간이 되었고 우연히 한자리가 남게 되어 새로 온 아이도 물놀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아이의 마스크가 (방수 마스크가 아니라고 했다.) 물에 젖다 보니 점점 무거워져 턱 아래까지 흘러내렸다. 다른 아이들과 부모들이 아이의 부모에게 여러 번 아이가 마스크를 교체하거나 바로 쓰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전했지만 부모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아이에 대해 지적을 하는 것이 불쾌했는지 나중에는 보란 듯이 본인들도 마스크를 턱 밑까지 내리고 돌아다녔다. 나는 얼른 물에서 놀던 아이를 불러 몸을 닦였다. 잠시 평화로웠지만 불현듯 겁이 났기 때문이다. 결국 ‘턱스크’를 쓰고 다니던 가족들은 관리자의 주의를 받고 다시 마스크를 올려 착용했지만, 물놀이를 하는 내내 주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고성을 지르거나 정해진 장소를 이탈해 물놀이를 즐기는 등 기본적인 수칙을 전혀 지키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의 이기적인 일탈은 당일 밤 늦게까지 이어졌다.
계속 집에만 있던 아이들이 오랜만에 야외로 나와 시원한 물놀이까지 즐기다 보면 자연스레 흥분할 수밖에 없다. 부모가 아무리 주의를 줘도 규칙을 잊고, 더 재밌고 신나게 노는 방법을 택할 것이다. 나는 오히려 그렇게 밝은 아이들의 모습에 현실이 더 서글퍼진다. 그러나 혼자만 힘든 것이 아니라 모두가 힘든 상황 아닐까? 함께 이겨내지 않으면 이 비극은 더 길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이의 여름 방학에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 주기 앞서 지켜야 할 예절(매너)도 함께 가르칠 수 있는 어른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칼럼니스트 여상미는 이화여자대학교 언론홍보학 석사를 수료했고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까지 언론기관과 기업 등에서 주로 시사·교양 부문 글쓰기에 전념해왔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아이와 함께 세상에 다시 태어난 심정으로 육아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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