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김재희 기자】
“여기가 공산국가냐.”
홍문종 자유한국당 국회의원(경기 의정부시을)은 14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이하 한유총)와 함께 ‘사립유치원 이대로 지속가능한가’라는 주제로 진행한 정책토론회에서 이같이 일갈했다.
홍 의원은 “몸과 정성을 바쳐 노력을 다해 여기까지 왔는데 유치원을 매도하는 게 속상했다”며 “저라도 위로하려고 이 자리에 왔다”고 말했다. 사립유치원 비리를 근절하고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를 위해 만든 정부 정책이 사립유치원 원장들의 사유재산을 제한하며 경제 자유를 박탈하고 있다고 주장해온 한유총 소속 사립유치원 원장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김순례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비례대표)도 축사를 하러 찾아와 유치원 공공성 강화 방안을 ‘박해’라고 표현하며 “우물에 빠진 사람 구했더니 동냥자루 내놓으라는 격”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지원금 막 썼다고 탄압하는 건 느낌이 이상하다”며 “국감 현장에서 사립유치원 정부지원금 남용을 터트리면서 여러분을 범법 집단으로 몰아가는 숨겨진 의도가 무엇이냐”고 목청을 높였다.
이날 토론회 현장은 전국에서 몰려온 사립유치원 설립자와 원장들, 취재진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좌석이 모자르자 계단이나 단상 앞 바닥에 앉는 등 빼곡하게 채웠다. 주최 측은 “500부 찍은 토론회 자료집이 모두 나갔고 자리에 앉지 못한 분까지 포함하면 1000명쯤 왔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유총은 이날 토론회를 사립유치원을 둘러싼 비리 의혹과 불법성 논란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는 자리로 삼았다. 이덕선 한유총 비상대책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치열한 경쟁 속에서 공적영역에서 사회적 책무를 다했지만 칭찬은 고사하고 비리집단으로 내몰리는 것이 현실”이라며 “사립유치원은 개인이 자산을 동원한 사유재산으로 여타 사립학교와 기반이 다르다”고 예전 입장을 고수했다.
한유총은 앞서 사전 보도자료를 배포해 “사립유치원의 공공성 강화를 이유로 국회의 입법활동, 교육부 정책수립이 급박하게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사립유치원의 공공성 강화가 자칫 헌법에 위반되는 사항이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토론회는 발제와 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발제에는 현진권 전 자유경제원 원장, 박세규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가 나섰고, 이어 최철용 전 강동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를 좌장으로 김주일 공인회계사, 장진환 공평·보육교육 실천연대 상임대표, 이경자 전국학부모단체연합 공동대표 등이 참여한 가운데 토론이 펼쳐졌다.
◇ “박용진 3법은 사립유치원 국유화 위한 것… 사유재산 공적 이용료 보장해야”
현진권 전 자유경제원장은 우선 문재인 정부를 “민간 시장 경제를 신뢰하지 않는 좌파”로 분류한 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자유를 침탈하는 일이 유치원부터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내놓은 공공성 강화 방안에 대해서는 “유치원 정책을 민간에서 정부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 대중들을 흥분하게 만들었다”며 “공공성의 뒷면에는 개인의 재산권 침해, 실질적인 국유화를 의미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현 원장은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서울 강북구을)이 발의한 ‘박용진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을 두고 “법으로 학부모지원금을 유치원 보조금으로 바꾸면 사립유치원은 이름만 사립이지 실질적으로 국유화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부지원금 갖고 명품백을 샀다’는 문장 하나로 그 집단(사립유치원 관계자)을 비도덕집단으로 매도해 대중의 분노를 유도하며 공공성 강화 방안으로 재산권을 침탈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 원장은 사립유치원을 향한 제재에 대해서 “자유민주주의 정체성 훼손하는 큰 사건이 될 것”이라면서 “자유는 지키지 못하는 사람에게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현장에 참석한 사립유치원 원장들에게 저항을 주문하기도 했다.
한유총 고문변호사인 박세규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사립유치원에 ‘비리 프레임’을 씌우고자 하는 현재 상황을 두고 안타깝다는 입장부터 밝혔다. “전국 모든 사립유치원이 마치 범죄의 온상인양 엽기적인 내용까지 여과 없이 보도되고 있다”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사립유치원이 사립학교법상 법인이 아닌 ‘비법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유치원을 경영하며 개인자금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공공의 목적으로 사유재산을 제공할 뿐”이라며, 사립유치원의 이 같은 특징은 비리혐의로 인한 사법절차에서 설립자와 원장의 행위를 ‘무죄’로 결론나게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사립학교는 그 설립자의 특별한 설립이념을 구현하거나 독자적인 교육방침에 따라 개성 있는 교육을 실시할 수 있고, 공공의 이익을 위한 재산출연을 통해 정부의 공교육 실시를 위한 재정적 투자능력의 한계를 자발적으로 보완해 주는 역할을 담당한다”는 헌법재판소 판결을 인용했다. 이를 근거로 사유재산의 공적 이용료와 함께 사립유치원 운영의 독자성을 정부가 보장할 것을 주장했다.
◇ “국가, 날강도 같은 행동”, “정치하는엄마들, 가짜조직” 등 막말도
토론자로 나선 김주일 공인회계사도 박 변호사와 마찬가지로 ‘사유재산의 공적 이용료’를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그는 “교육부에서 추구하는 상황은 사립유치원 생산 용역을 세상에서 지워버리기 위한 행위”라고 규정했다. 이어 “정부는 유치원 설립인가 때 재산 사용에 자발적인 동의를 했다고 해서 사용료를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 말한다”며 “국가는 왜 이런 무지막지한 날강도 같은 행동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는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을 향한 막말에 가까운 비판도 등장했다. 이경자 전국학부모단체연합 공동대표는 정치하는엄마들을 지목해 “가짜 조직”, “학부모 운동 20년동안 한번도 들은 적 없는 이름”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원을 지낸 장하나 공동대표에 대해서는 “동성애 운동에 앞장 선 국회의원 자격도 없는 사람”, “본인 정치 운동 재개하려고 엄마들 데리고 언론에 부화뇌동 당했다”는 등 인신공격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더불어 이 대표는 박용진 3법에 대해 “사립유치원 죽이는 전체주의식 법안”이라면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엎어 사회주의 국가로 가는 길을 국가가 주도하고 있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 정치하는엄마들, “한국당, 한유총 대변인인가” 규탄 성명
정치하는엄마들은 같은 날 오후 한유총 정책토론회에 대한 성명을 내어 “평범한 부모들, 힘없는 시민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선 일말의 노력도 않는 정당이 한유총과 손을 잡고 그것도 국민의 혈세로 국회에서 토론회를 개최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매년 약 2조원의 막대한 국가 재정이 투입되는데, 국고지원금의 사적 유용을 방지할 최소한의 법적 장치도 마련하지 않겠다는 한국당은 한유총의 대변인인가? 나랏돈이 허투루 쓰여 명품백이 되고 외제차가 되고 성인용품이 되는 동안 아이들은 밥 한 끼 제대로 못 먹었는데, 한국당은 지금 국민 전체를 등지고 한유총만 바라보겠다는 것이냐”고 질문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홍문종 의원에게는 “대한민국 유아교육이 이렇게 파탄나기까지 두 의원은 국민의 녹을 받는 국회의원으로서 어떤 역할을 해왔느냐”고 물었다. “‘출산주도성장’을 운운한 자유한국당이 유아교육 공공성 대신 유치원사업 수익보장에 앞장서는 꼴이라니, 출산율 떨어진다며 대한민국 미래를 걱정하는 척하는 위선의 정치에 환멸을 느낀다”며 “정치권력을 사유화하기 위해 아이들의 안전과 행복을 팔아먹는 정치인들도 장사꾼이고 사기꾼”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정치하는엄마들은 “유피아 3법(박용진 3법) 처리가 지연되면 유치원 대란이 발생하거나, 정부가 한유총에 무릎 꿇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국민들에게 법안 통과를 위한 관심과 참여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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