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뚱뚱하다고 생각하는 아이에게
우리 집 어린이는 옷 구경하는 것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옷가게도 있고, 굳이 옷을 사지 않더라도 매장을 둘러보는 것도 좋아하고, 마음에 드는 옷을 입어보는 것은 더 좋아한다. 옷과 장신구에 관심이 없는 나와는 다른 아이를 보고 있으면 신기하기도 하고, 어떻게 패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자주 찾아가는 쇼핑몰에서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아이가
우리 집 어린이는 옷 구경하는 것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옷가게도 있고, 굳이 옷을 사지 않더라도 매장을 둘러보는 것도 좋아하고, 마음에 드는 옷을 입어보는 것은 더 좋아한다. 옷과 장신구에 관심이 없는 나와는 다른 아이를 보고 있으면 신기하기도 하고, 어떻게 패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자주 찾아가는 쇼핑몰에서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아이가
싱가포르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일이다. 만 4세가 된 큰아이의 나이와 영어 실력 등을 고려해 싱가포르의 사교육 정보를 알려주는 분이 가까이 계셨다. 영어 실력이 떨어지니 어디에 있는 영어 학원을 보내면 좋다, 몇 살이니까 동네 OO학원에서 수학 연산을 시작하면 좋다, 싱가포르 어디 어디에 좋은 학원이 밀집한 동네가 있다, 한국인 코치가 있는 OO센
아이는 언제나 바쁘다. 학교를 다녀오면 동네 친구와 놀이터에서 온 몸이 땀에 젖도록 뛰어 놀아야 한다. 실컷 놀고 집에 들어와서는 손을 씻기 무섭게 동생과 방안에서 노느라 정신이 없다. 엄마 놀이도 했다가 비행기 놀이도 했다가 학교 놀이도 한다. 저녁을 먹고 씻고 자러 들어가서야 비로소 아이의 눈을 제대로 마주할 시간을 얻을 수 있다. 오늘 어땠냐고 물어보
큰 아이는 유치원에 입학할 수 있는 만 4세가 되던 해에 싱가포르로 이사를 왔다. 아이의 말이 폭발적으로 느는 시기였다. 본인이 듣고 배운 말로 감정과 생각을 곧잘 표현했고, 알고 있는 노랫말을 자신의 이야기로 바꿔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했고, 같은 소리가 나는 말을 나열하며 소리 놀이를 하곤 했다. 이렇게 말을 하며 놀 줄 아는 아이가 말이 통하지 않는 싱
싱가포르에는 야외 놀이터가 많다. 처음에 싱가포르에 왔을 때 놀이터를 찾아 다니는 재미가 아주 쏠쏠했다. 아이와 부모 모두 좋아하는 곳은 분수처럼 물이 솟아 나오는 놀이터이고, 아주 길다란 미끄럼틀이 있는 놀이터, 정글처럼 커다란 그물망이 있는 놀이터도 인기 만점이다. 야외 놀이터는 대부분 무료이고, 한낮에는 늘 무더운 날씨 탓에 사람이 많지 않은 점이 가
큰 아이는 올해 한국 나이로 여덟 살이 됐다. 올해 초 입학통지서가 나왔다는 가족들 연락을 받고 배정 받은 초등학교에 해외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서류를 제출했다. 입학통지서를 본 날 마음이 이상했다. 누구나 여덟 살이 되면 들어가는 초등학교에 우리 아이는 들어가지 않는다는 생각에 형체를 알 수 없는 마음이 부풀었다. 아이는 내 곁에 무탈하게
https://youtu.be/Ocvpz2pp_LI 토요일 아침 우리집 풍경은 항상 일정하다. 아이들은 눈을 뜨자 마자 침대로 달려와 EBS를 틀어 달라고 조른다. 이사를 하면서 TV를 안방으로 옮겼고, 토요일 오전 1시간 동안 아이들이 마음 놓고 TV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만화를 보고 아침밥을 먹고 큰 아이는 학교에서 특별활동처럼 진행되는 스포츠 수업
사시사철 더운 날씨로 시간이 흐르는 지, 멈췄는지 알려고 덤비지 않으면 날짜 정도는 잊고 살 수 있는 곳에 살고 있는데다가 코로나로 인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시간에 대해 더 무디어졌다. 매정한 시간은 멈춰버린 우리 현실은 아랑곳하지 않고 기어코 흘러갔다. 이제서야 지난 해 12월에 멈춘 달력을 버리고, 더 없이 진한 잉크가 찍힌 2021년 달력을
며칠 전 식구들이 모여 앉아 한해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딸아이에게 물었다. “올 한 해 가장 잘한 일이 뭐야?” “그림을 많이 그린 것.” 돌아보니 아이는 어딘가 향하고 머물던 모든 길과 공간에서 끄적이고 있었다. 학교를 다녀오면 가방엔 언제나 끄적인 종이 한 뭉치가 들어앉아 있었고, 외식하러 나가는 길에도 옆구리에 작은 수첩과 색연
지난 9월, 만 6세가 되는 어린이의 생일을 맞이해 어떤 선물을 줄까 고민하다 피아노 수업을 떠올렸다. 아이는 흔쾌히 좋다고 했고 옆 동네에 있는 피아노 학원을 들러 상담을 받기로 했다. 나와 남편, 아이 둘은 모두 나들이 가듯 들뜬 마음으로 버스를 타고 피아노 학원으로 향했다. 문을 열어 들어가니 커다란 홀이 우리를 먼저 맞이했고, 그곳에는 커다란 피아노
지난주는 아이의 학기 중간 방학이었다. 아이에겐 미안하지만, 맞벌이 부모에게 방학은 좋은 점보다 힘든 점이 더 눈에 띄는 부담스러운 시간이다. 아이 방학에 맞춰 하루 휴가를 내어 아이와 집에서 뒹굴뒹굴하며 놀고 싶었지만, 하필 일이 마구 쏟아져 그마저도 할 수가 없었다. 여전히 재택근무 중이기에 방학을 맞이한 아이와 집안에서 마주하는 시간은 길어졌고, 마음
큰아이는 9월 1일 초등학생이 되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초등교육을 준비하는 과정인데 배우는 내용을 들여다보면 우리나라 초등학교 1학년과 비슷하다. 한국에 있을 때 매년 3월이면 초등학생 1학년이 되는 아이를 둔 부장님, 차장님들이 한 달 휴가에 들어가곤 했다. 아이의 초등학교 적응을 곁에서 도와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 그땐 이해가 잘 안 되었는데 나의 일이
싱가포르에 사는 우리는 차가 없다. 한국에서는 출퇴근할 때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했다. 하지만 주말엔 어딜 가나 꼭 자가용을 이용했다. 집 근처 대형마트에 갈 때도, 양평 주말농장에 갈 때도, 서울 시댁에 갈 때도, 꼭 차를 타고 다녔다. 한국에서 자동차는 ‘필수 아이템’이라 여기고 살았다. 싱가포르에 와서 처음 얼마 동안은 차 없는 일상이 어색하고, 가끔은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 4개월 차. 나의 유아기와 2년의 육아휴직을 제외하고 이렇게 집에서만 머무른 건 일생을 통틀어 처음인 듯하다. 만약 아이들이 없었다면 아마 나와 남편은 낮엔 일하고, 밤엔 늦도록 넷플릭스를 보고, 식사는 대충 라면으로 때우거나 굶고, 신체적 활동을 극도로 줄여 침대와 한 몸이 되는 생활을 했을 것이다. 다행히도 아이들이 있었기에
자가 격리 기간 두 달 동안 아이들이 꽤 많이 컸다. 특히 말을 배우기 시작한 둘째의 표현력은 어제 다르고 오늘 또 다르다. 처음 한 달간 둘째는 어른들의 말을 따라 하기 바빴다. ‘밥 먹을까?’하고 물으면 ‘밥 먹을까?’하고 답하고, ‘재미있었어?’라고 물으면 ‘재미있었어?’라고 되물어서 늘 돌림노래를 부르는 느낌으로 대화를 했다. 두 번째 달에 접어드니
“엄마, 엄마는 꼭 그린치 같아." “그린치가 누구야?” “영화에 나오는 초록색 괴물인데 크리스마스를 싫어해. 걔 이름이 그린치야.” “난 크리스마스 좋아해. 내가 왜 그린치 같다는 거야?” “아, 그린치는 맨날 화를 내거든.” 집에서만 생활하며 아이와 마주 앉아 삼시 세끼를 먹은 지 6주가 넘어가고 있다. 나름 생활 계획표도 만들고, 저녁마다 다음 날 미
오늘이 며칠인가. 달력을 보며 날짜를 짚어본다. 4주를 꽉 채워 재택근무를 했고, 아이들이 홈 스쿨링을 한 지도 일주일 반이 흘렀다. 한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매일 최고치를 경신하던 2월 말, WHO에서 팬데믹을 선언했던 3월 초, 싱가포르는 오히려 상황이 나아지는 듯 보였다. 규모가 있는 글로벌 회사를 중심으로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었지만, 아이들은
얼마 전에 마흔 생일을 맞이했다. 마흔에 접어들었다고 늙었다는 느낌도 없고, 세상이 그리 대단하게 달라보이지도 않는다. 십의 자리 숫자 하나가 조금 더 무거워졌고, 체중이 더 는 건 아니라는 생각에 오히려 안심이 된다. 학창 시절에는 생일이 3월이어서 불편했다. 새 학년 친구들은 만난 지 불과 열흘이 채 되지 않아 생일을 알리는 게 괜히 머쓱했고, 전 학년
가려울 때 바르는 연고가 필요해 약국에 갔다. 싱가포르는 한국과 달리 약국이 따로 있는 경우가 드물다. 화장품, 헤어·보디 제품을 파는 체인점 내에 약국이 조그마하게 자리 잡은 경우가 더 많다. 약국 담당자의 추천을 받아 제품을 고르는데 브랜드 판촉 사원이 나에게 다가왔다. 그는 나와 약국 담당자가 주고받은 내용을 우리 뒤에 서서 다 들었기에 이미 파악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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