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낳기만 하면 정부가 대신 키워준다는 그 말, 불쾌합니다” 
"낳기만 하면 정부가 대신 키워준다는 그 말, 불쾌합니다” 
  • 권현경 기자
  • 승인 2022.01.27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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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목소리를 청와대로, ‘대선 마이크’] ③ 맞벌이가정 직장맘 이한나 씨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20대 대통령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대통령이 꼭 알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베이비뉴스는 대선을 앞두고 육아와 생계를 위해 매일 고군분투하고 있는 아빠·엄마들에게 마이크를 건넸다. 아이를 기르기 위해 우리 사회에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기자 말

아홉 살 아들과 네 살 딸,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 직장맘 이한나(40) 씨를 지난 18일 서울 도화동 베이비뉴스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하루 11시간 이상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겼던 당시를 이야기하며 눈물을 흘렸다. ⓒ베이비뉴스
아홉 살 아들과 네 살 딸,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 직장맘 이한나(40) 씨를 지난 18일 서울 도화동 베이비뉴스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하루 11시간 이상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겼던 당시를 이야기하며 눈물을 흘렸다. ⓒ베이비뉴스

“어쨌든 지금은 엄마가 봐주시니까 친구들이 있을 때 하원하고 일찍 와서 쉬기도 하고 놀이터도 가는데요, 첫아이 소원이 어린이집 끝나고 해님 있을 때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놀고 싶다는 거였어요. 지금 생각해도 제일 미안한 게… 어린이집에 데리러 가면 신발장에 제 아이 신발 하나만 놓여있었어요(눈물). … 그게 잘 안 잊혀요.” 

아홉 살 아들과 네 살 딸,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 이한나(40) 씨의 이야기다.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도화동 베이비뉴스 스튜디오에서 만난 이 씨는 18년 차 직장인이자 맞벌이 9년 차다. 코로나19가 계속된 지난해 24개의 연차를 모두 소진했다. 단 하루도 자신을 위해 쓴 연차는 없다. 다 아이들을 위해 썼다. 이 씨는 맞벌이의 삶이란 “아이도, 저도, 신랑도, 친정엄마도 아플 자유가 없는 삶”이라고 말했다.   

둘째를 낳기 전까지 이 씨는 서울에서 친정엄마의 도움 없이 남편과 둘이서 일과 양육을 병행했다. 부부가 출장도 잦고 야근도 종종 있었지만 그나마 아이가 한 명이니까, 일정을 조율해가면서 지냈다. 그런데 둘째를 임신했을 때 두 사람 모두 출장에 야근이 겹쳤다. 남편이 일정을 조율해 4시쯤 어린이집에 가서 아이를 데리고 회사로 가서 일하고 8시쯤 퇴근했다. 그걸 두세 차례 하고는 둘째 출산을 앞두고, 둘 키우면서 일하는 건 어렵겠다고 판단해 경기도에 있는 이 씨 친정 근처로 이사했다.    

친정엄마는 아침에 7시쯤 이 씨 집으로 온다. 이 씨가 7시 20분쯤 출근하고 나면, 이 씨 엄마는 아이 둘을 깨워서 먹이고, 씻겨 어린이집과 학교에 보낸다. 오후에 다시 집으로 데리고 와서 먹이고 씻기고 이 씨 부부가 퇴근할 때까지 돌봐준다. 

부부는 칼퇴근하고 집에 도착하더라도 7시 반에서 8시 사이다. 저녁 시간 1~2시간은 폭풍처럼 지난다. 집에 들어서면서 아이들의 밀린 이야기를 10분 정도 들어주고, 식사는 짧게 한 후 남편은 설거지, 이 씨는 거실에 어지러진 것들을 정리하고, 아이들 잘 준비시켜서 책 읽어주고 아이들 재우는 것. 10시쯤 아이들 재우고 나서야 비로소 숨 쉴 시간이 생긴다. 그나마도 못다한 정리가 있으면 정리하고 아이들 내일 준비물을 챙긴다.    

◇ “상담가면 원장님은 ‘오후에는 누가 돌봐주세요?’가 첫 질문”

조부모 도움 없이 첫아이 키우던 때, 아이가 해님 있을 때 친구랑 놀이터에서 놀고싶다며 그렸던 그림. ⓒ이한나
조부모 도움 없이 첫아이 키우던 때, 아이가 해님 있을 때 친구랑 놀이터에서 놀고싶다며 그렸던 그림. ⓒ이한나

친정엄마의 도움을 받게 된 것도 4년. 아이들은 특별히 할머니보다 엄마랑 뭔갈 했으면 좋겠다는 건 없지만 늦게 들어오면 싫어한다. 아침에 엄마가 회사에 가려고 하면 가지 말라고 매달린다. 어떤 날은 아침에 출근할 때 아이들이 못 일어나서 인사도 못 하고 나왔는데 야근하거나 출장을 다녀오게 되면 아이들 입장에선 3일 동안 엄마나 아빠 얼굴을 못 본 날도 있다. 

친정엄마가 도와도 쉽지 않은 맞벌이 삶. 오롯이 부부의 힘만으로 아이를 키우며 일을 하던 때 정부가 홍보하는 12시간 어린이집 운영은 잘되고 있을까.    

“맞벌이에 영아라 대기는 많지 않았어요. 그런데 입소는 너무 어려웠어요. 어린이집에 상담가면, 원장님이 ‘오후에는 누가 돌봐주세요?’, ‘엄마·아빠는 몇 시 출근해서 몇 시 퇴근하세요?’ 물어요. 아침 7시 반부터 저녁 7시 반까지 이용해야 할 수도 있다고 그때는 솔직하게 이야기했죠. 

집 가까운 어린이집에서 시작해 점점 범위를 넓혀서 열 곳 넘게 상담받고 거절당하다 딱 한 군데서 봐줄 수 있다고 했어요. 집에서 지하철역 한 정거장 거리요. 아침에 아이 안고 택시 타고 데려다주고, 근처 지하철역에 가서 지하철 타고 출근하고 퇴근하면서 어린이집 가서 아이 데리고 택시 타고 집으로 왔죠. 다섯 살 졸업할 때까지요.”

이야기를 들으면서 머릿속에는 이 씨가 종종거리면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이를 안고 이동하는 장면이 그려졌다. 4년을 매일같이 어떻게 버텨낼 수 있었을까. 이 씨는 그때를 회상하면 또 화가 나고 답답했다고 털어놨다. 

“어린이집 운영 시간은 12시간이 원칙이잖아요. 원장님들은 ‘안 받아요’ 하진 않지만 ‘우리는 그 시간에 열지 않아요’라고 하셨어요. ‘여기는 맞벌이가정의 아이가 없느냐’고 물었더니 가는 데마다 원장님들이 ‘이 동네는 이상하게 맞벌이가정 아이들도 일찍 집에 간다’고 했어요.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오래 있는 게 정서에 좋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에 부모님들이 오래 맡기려고 하지 않고, 조부모님이 근처 사시거나 혹시 멀리 사시더라도 데리러 오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게 안 되면 오후에 아이돌보미를 쓰는 것 같다고요. 

저는 양가 부모님 도움을 받을 수도 없는 상황이고 돌보미를 고용하는 건 경제적인 부분도 있지만 불안함도 있다고 말씀드리면, 저희 아이가 입소하면 저희 아이 때문에 당직을 서야 한다며 난색을 보이셨어요.” 

◇ “정부는 아이 키울 수 있게 다 만들어놨다고 홍보하는데 실상은…”

이한나 씨는 없는 시간을 쪼개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의 활동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한나 씨
이한나 씨는 없는 시간을 쪼개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의 활동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한나 씨

이 씨의 첫째 아이 어린이집을 어렵게 구한 경험은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로 활동하게 했다. 없는 시간을 쪼개 양육당사자 목소리를 내는 일을 어떻게 시작하게 됐을까. 

“첫아이 어린이집 구할 때 많이 거절당하면서요. 한 날 제가 어렵게 구한 어린이집에 아이를 데려다 놓고 출근하는데 그때가 지방선거 앞두고 장하나 전 의원이 지하철역에서 명함을 나눠주더라고요. 명함에 적힌 카카오톡 아이디로 메시지 폭탄을 보냈어요. 너무 화가 나서요. 

어린이집 운영은 공적 영역이잖아요. 정부에서는 아이 키울 수 있게 다 만들어놨다고 홍보하고 있는데 실상은 그렇게 돌아가고 있지 않았어요. 나는 여전히 튕겨 나가고 있는데 당신들이 체감하지 못하거나 체감할 수 없는 삶을 살기 때문에 모르는 건 아닌지… 나는 피해를 보고 있는데 나 같은 사람이 나 하나뿐인 건 아닐 것이고.

그때 답변이 왔는데 원장님들 많이 만나 이야기 듣고 있다고 했어요. 그 말에 더 화가 났죠. 원장님들 만나서 사실을 알 수 있겠어요? 그때 장 전 의원이 ‘엄마들을 만날 기회가 없고 목소리를 들을 곳도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일단락됐어요.

1년이 지나서 페이스북에 장 전 의원이 ‘아이 양육이나 사회 전반에 대해 어려움을 겪는 엄마들이 모여 이야기하는 집담회를 해보자’고 제안한 칼럼이 링크된 글을 봤어요. 첫 모임은 못 봐서 못 갔고, 두 번째 모임에는 앞뒤 안 따지고 무조건 가야겠다 하고 달려갔어요. 그렇게 가서 창립총회도 같이 하고 지금까지 오게 됐어요.”
 
◇ “가정에서 나를 잃지 않고 아이를 키울 수 있게 지원하는 정책이요”

이한나 씨는 아이 키우는 데 필요한 정책에 대해 "엄마·아빠가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한 채, 아이와 보낼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베이비뉴스
이한나 씨는 아이 키우는 데 필요한 정책에 대해 "엄마·아빠가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한 채, 아이와 보낼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베이비뉴스

이 씨는 출산휴가, 육아휴직은 두 아이 모두 사용했다. 여전히 이런 것도 운이 좋다고 표현하거나 회사가 고맙게도 사용할 수 있게 해줬다고 표현하는 게 우리 사회의 현주소다. 아이 양육과 직업을 유지하려면 조부모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 씨는 “친정엄마에게는 늘 죄송해요. 특히 아픈데 안 아픈 척할 때가 제일 속상합니다. 엄마가 내가 아프면, 우리 한나가 회사를 그만둬야 한다고(눈물). 엄마는 힘들고 아플 때 마음껏 아플 수도 없는 상황에 있어요. 엄마는 어릴 때부터 육십 평생 누군갈 돌보면서 사셨어요. 시부모님을 모시고 사시다가 첫애 태어나고 1년 후쯤 돌아가셨어요. 그때 삼시세끼 신경 안 써도 배고플 때 먹으면 되는 게 너무 좋다고 하셨는데 그 시간을 많이 못 드렸어요. 또다시 누굴 돌보는 삶을 살게 제가 불러드린 거죠. 막 벗어났는데 그게 죄송해요(눈물).”

조심스럽게 물었다. 다시 태어나도 엄마가 되겠냐고. “냉정하게 들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이를 갖기 전으로 돌아가면, 출산은 선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을 것 같아요. 지금 제 아이들이 사라진다고 하면 좀 그렇지만 낳기 전에는 아이의 소중함이나 책임감, 내 일부라는 생각이 없는 상태이니까요. 출산을 고민하는 주변 분들에게 아이를 낳지 않는 것도 선택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우리 사회에서 아이를 키우는 데 필요한 정책은 어떤 게 있을까. 이 씨는 “너무 많아 일일이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보육 정책, 교육 정책만 이야기한다고 어려움과 답답함이 풀리는 게 아니더라고요. 다 연결이 돼 있는 거라서요. 그동안 정부는 낳기만 하면 정부가 대신 키워주겠다고 했어요. 이유도 모르고 불쾌하게 다가왔는데요, 대신 키워주는 게 아니라 엄마와 아빠가 아이와 시간을 보내면서, 제 일을 할 수 있게 해야 해요”라고 힘주어 말했다. 

“일은 먹고 살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사회에서 이 역할을 하기 위해 어렸을 때부터 교육받고 노력해 온 시간이 있는데 하루아침에 아이 양육하는 돌봄으로만 시간을 채울 수 없지 않나요? 엄마·아빠가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한 채, 아이와 보낼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됐으면 좋겠어요. 가정에서 나를 잃지 않고 아이를 키울 수 있게 지원하는 정책이어야죠. 당장 10만 원, 20만 원 올해부터 아이 낳으면 200만 원 준다고 하는데 저도 아이 앞으로 수당이 나오면 좋은데 그건 그때뿐이에요. 단기간 돈 나눠주고 표 얻고 그런데 치중하지 말고 아이들 중심에서 길게 보고 정책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어요. 임기 안에 성과를 내지 못하더라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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