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9개월차 다둥이 아빠 "집안일 해보니까 끝이 없어요"
육아휴직 9개월차 다둥이 아빠 "집안일 해보니까 끝이 없어요"
  • 권현경 기자
  • 승인 2022.02.03 1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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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목소리를 청와대로 ‘대선 마이크’] ⑤서울 100인의 아빠단, 함정규 씨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20대 대통령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대통령이 꼭 알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베이비뉴스는 대선을 앞두고 육아와 생계를 위해 매일 고군분투하고 있는 아빠·엄마들에게 마이크를 건넸다. 아이를 기르기 위해 우리 사회에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기자 말

서울 100인의 아빠단, 함정규 씨는 삼남매 아빠로 육아휴직 9개월 차다. ⓒ베이비뉴스 
서울 100인의 아빠단, 함정규 씨는 삼남매 아빠로 육아휴직 9개월 차다. ⓒ베이비뉴스 

“회사에 육아휴직 한다고 했을 때요? 쓰지 말라고는 못 하죠. 표정은 되게 안 좋은데 ‘꼭 써야 하는 거지?’ 묻더라고요. 저는 아이가 셋이나 되니까 단호하게 육아휴직 해야 한다고 하니까 반대는 안 했어요. 친한 상사가 ‘승진이 힘들 텐데’라고 했는데 그건 제가 감수해야죠.”

열두 살, 아홉 살, 일곱 살 삼남매 아빠, 함정규(44) 씨가 육아휴직을 한다고 회사에 이야기했을 때 얘기다. 지난달 21일 서울 마포구 도화동 베이비뉴스 스튜디오에서 만난 함 씨는 육아휴직 9개월 차다. ‘서울 100인의 아빠단’으로 2018년부터 활동하기 시작했고, 그해 다른 아빠들의 모범이 되고, 부부가 함께하는 육아를 실천한 노력을 인정받아 최우수 아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도 100인의 아빠단에서 놀이멘토로 활약 중이다.  

지난해 6월 1일부터 시작된 함 씨의 육아휴직. 주변에서는 “대단하다, 어떻게 용기를 냈느냐”는 반응이었다. 육아휴직 전에도 평일 오후 4시 반이면 퇴근해서 아이들과 놀아주던 아빠인데도 처음에는 서툰 살림에 아이들과 아내가 회사로 돌아가라고 타박을 받기도 했다. 

4시 반 칼퇴근에 대해, 함 씨는 “이 회사로 옮긴 이유가 아이들을 위해서였어요. 승진은 접었어요. 회사 입장에서는 (직원들) 능력은 다 비슷비슷하니까 나머진 근무태도인데…. 저는 무조건 칼퇴근하니까요. 유통 쪽은 보수적이어서 연장근무도 많이 해요. 요즘은 많이 달라졌긴 한데 그래도 승진 생각하면 칼퇴근해선 어렵죠.”

◇ “처음엔 후회했죠… 전업으로 집안일 해보니까 끝이 없어요”

함정규 씨는 육아휴직 후 처음에는 후회를 좀 했다고 털어놨다. 아이들과 온몸으로 함께 놀아주는 아빠. ⓒ함정규 씨
함정규 씨는 육아휴직 후 처음에는 후회를 좀 했다고 털어놨다. 아이들과 온몸으로 함께 놀아주는 아빠. ⓒ함정규 씨

육아휴직 후 함 씨의 일과를 물었다. “아침에 6시에서 6시 반 정도 일어나요. 식사 준비하고 애들이랑 놀아주기도 하고요, 아내는 7시 20분쯤 출근해요. 8시 반이면 아이들이 모두 나갑니다. 막내를 어린이집 차에 태워 보내고 들어와서 집안 정리를 해요. 점심은 안 챙겨 먹게 되더라고요. 아이들 오기 전까지 사람도 좀 만나고 딱히 뭘 하는 것도 없는데 시간이 엄청 빨리 가요(웃음). 

오후 3시 반부터는 애들이 돌아오기 시작해요. 간식도 챙겨주고, 공부도 좀 봐주고, 집안일하고 저녁 준비하고요. 아내는 5시 반 정도 집에 와요. 저녁 식사하고 설거지하고 분리수거하고 쓰레기 버리고, 그러면 7시. 애들하고 놀아주고 8시 반부터 한 시간 정도 아이들이랑 뒹굴다가 재우고, 저는 책 좀 보다가 10시, 11시쯤 자요.”

육아휴직 하기 전과 후로 어떤 점이 달라졌을까. 함 씨는 “처음에는 후회를 좀 했어요. 회사 나가면 제 시간도 있는데 집에 있으니까 제 시간이 없어요. 휴대폰 볼 시간도 없고. 회사 다닐 때는 쉬는 시간을 활용해서 자기계발도 할 수 있는데 집에 있으니까 무너지는 거예요. 4시 반 새벽 기상을 6개월 동안 하루도 안 빠지고 했는데 육아휴직하고 애들 방학 때 무너졌어요. 나가서 놀고 들어와서 집안일 다하고 하니까 너무 피곤하더라고요(웃음).”

특히 함 씨는 “제가 화를 잘 안 내는 편인데 아이들과 같이 계속 붙어 있다 보니 화를 내게 되더라”고 털어놨다. “제가 다짐하고 또 다짐한 게, 깨고 떨어뜨리는 것 때문에 화를 내지 말자고 다짐을 했는데, 몸이 힘드니까 저도 모르게 욱하고 화를 내더라고요.” 

함 씨에게 없던 고민도 생겼다. “저녁에는 내일 아침 뭐 해 먹지? 때 되면 뭐 해 먹지? 마트 가서 살 것도 없고 사던 것만 사게 되고 요리도 하던 것만 하게 돼요.” 이런 함 씨와는 반대로 10년 만에 일을 시작한 아내는 밖에서 남이 해주는 점심을 먹는 게 가장 행복하단다. 희비가 엇갈리는 순간이 아닐까.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아내가 퇴근해 집에 들어서면서 함 씨에게 “집에서 뭐 했냐? 청소도 안 하고…. 하면서 애들이 옷 벗어 내팽개친 것들이 늘려 있으니 당해보라고 농담으로 한 건데, 저도 바쁘게 잠도 못자고 하느라고 했는데 그렇게 얘기하니까 섭섭하더라고요. 싸우자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참았어요. 저도 그랬으니까요. 전업으로 집안일 해보니까 끝이 없어요. 싱크대 청소, 냉장고 청소….”

◇ “제가 더 많이 번다고 아내에게 집에 있으라고 할 수 없죠”

함정규 씨의 아내와 아이들. 아내는 2011년 출산 이후 일을 그만뒀다. 지난해 6월 10년 만에 자기 일을 되찾았다. ⓒ함정규 씨
함정규 씨의 아내와 아이들. 아내는 2011년 출산 이후 일을 그만뒀다. 지난해 6월 10년 만에 자기 일을 되찾았다. ⓒ함정규 씨

육아휴직을 어떻게 하게 됐을까. “2년 전부터 아내가 자기도 일하러 나가고 싶다고 답답해했어요. 공백이 너무 길어지다 보니까 싸울 때마다 얘길 했어요. 그때는 별로 신경 안 썼는데 지난해 초에 심각하게 이야기하더라고요.”

함 씨의 아내는 2011년 출산 이후 일을 그만뒀다. 지난해 6월, 10년 만에 일하러 나갔다. 함 씨는 “아내도 10년 동안 육아에 최선을 다했으니 남은 기간은 제가 있으려고요. 저도 아내가 꿈을 펼칠 수 있게 지원해줘야죠”라고 말했다. 

10년 만에 자기 일을 되찾은 아내 반응에, “너무 좋아해요. 커피 한 잔 하는 것도 좋아하고, 남이 차려준 점심을 먹는 게 너무 좋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제가 저녁은 다 하니까 식사 고민 안 해도 되고요, 잠시라도 애들 고민 안 하니 그것도 좋은 것 같더라고요. 육아는 성과를 확인할 수 없고 티가 안 나잖아요. 일은 성과가 나오고 또 성과만큼 칭찬도 받고 하니까요, 또 돈 벌어 자기가 쓸 수 있다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제 용돈도 주고요(웃음).” 

다둥이 가정의 가장으로서 육아휴직을 결정이 쉽지 않았을 텐데, 함 씨는 “아내가 행복해야 애들도 행복하거든요”라고 힘주어 말했다. “제가 애들한테 잘해도 아내가 화나 있으면 그게 고스란히 아이들에게로 가거든요. 아내가 출근한 다음에 아이들에게 화내는 횟수나 정도도 줄었어요.”

현실적으로 많은 가정에서 육아휴직 급여가 적어서 어려움을 겪는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남녀 임금 격차가 크기 때문. 가정 내 수입이 적어지는 것을 감수하고 육아휴직을 결정했다는 함 씨. 

“제가 더 많이 번다고 아내에게 집에 있으라고 할 수 없죠. 금전적으로 손해를 보더라도 감수하는 거죠. 아내가 자리 잡을 때까지 당분간 까먹고 살자 생각하기로 했어요. 아내가 자리 잡고 제 육아휴직 기간이 끝나면 아이들도 좀 커서 알아서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처음부터 함 씨는 육아 참여도가 높았을까. 2012년, 첫째 아이 돌을 앞두고 발리로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아내가 한 시간 마사지를 받는 동안 함 씨는 아이와 둘이 있었는데 울고불고 난리가 나서 아이와 아빠의 사이가 이래서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한 일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육아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이가 둘에서 셋이 되면서 그 역할은 더 커졌다.

함 씨는 아이들과 몸으로 놀아주는 일에 자신이 있다. 사진만 봐도 웃음유발, ‘찐 아빠’다. 세 자녀가 함 씨 얼굴에 낙서하기도 하고, 스티커를 붙이기도 한다. “체력이 좋다 보니 남들보다 잘할 수 있는 게 아이를 던져주는 거였어요. 어리니까 쉬웠는데 지금은 막내가 27㎏이니까 너무 힘들어요. 걔만 하는 게 아니고 첫째는 5학년인데 자기도 해달라고하고 어떨 땐 등에 셋이 타고 있어요. 셋을 합치면 85㎏입니다. 제가 70㎏인데요. 

그런데 애들은 ‘아빠는 할 수 있다’고 해요. 제가 100인의 아빠단 처음 할 때 최우수상을 받았었어요. 애들이 아빠는 최우수 아빠니까 할 수 있다고 하니까(웃음), 안 할 수도 없어요. 애들이랑 놀아주다가 힘들어서 침대에서 잠들기도 해요.”

◇ “아빠 육아휴직이 힘든 건… 공유할 사람이 없다는 거예요”

함정규 씨는 아빠 육아휴직이 힘든 건 공유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라고 이야기 했다. ⓒ베이비뉴스 
함정규 씨는 아빠 육아휴직이 힘든 건 공유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라고 이야기 했다. ⓒ베이비뉴스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함 씨가 생각하는 아이 키우는 데 필요한 정책이나 제도는 어떤 게 있을까. “아빠 육아휴직이 힘든 건, 공유할 사람이 없다는 거예요. 아빠들은 맘카페 가입도 안 돼요. 아빠가 갑자기 육아휴직하고 집에 있으면 우울해져요. 아내도 첫째 아이 낳고 우울증이 왔었는데 남자들도 똑같아요.”

함 씨는 ‘100인의 아빠단’을 시작했다. 아빠들과 육아 카페 활동을 한다. “한 달에 한 번씩 같이 캠핑도 가고 얼음 썰매도 타러 가고요. 엄마 빼고 아빠와 아이들만요. 저보다 큰아이를 키우는 아빠는 제 고민에 조언을 해줘요. 같이 아이들 데리고 놀러 가면 아빠들이 돌아가면서 아이도 봐줘서 쉴 수도 있어요.” 

주변 친구들로부터 육아하는 아빠는 좋지 않은 시선을 받는다. 함 씨도 친구들이 많이 끊겼다. 그러다 보니 아빠 활동하는 분들과 친구보다 더 친해졌다. 골프보다 육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아빠들과 육아 얘기가 즐겁고 좋다. 

“저는 육아의 다양한 정책보다 돈으로 주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다 없애면 지금보다 더 지원해 줄 수 있을 거예요. 주변에 물어보니 아이가 부담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아이 안 낳는 이유가 경제적인 부분도 크더라고요. 

육아휴직은 필수적으로 사용하게 하거나 회사에 과감하게 인센티브를 주면 좋겠어요. 자율적으로 쓰라고 하면 쉽지 않아요. 공무원도 승진은 포기했다고 하더라고요. 회사에 인센티브를 줘야 참여하지 자발적으로 하라고 하면 안 할 것 같고요. 지금은 선택이라 눈치가 보여요. 육아휴직 후에 복귀하면 권고사직을 하기도 하고 거의 다 그만두더라고요. 불이익이 없다고 하지만 없을 수가 없어요.”

끝으로 함 씨에게 물었다. 다시 태어나도 아빠가 되고, 육아휴직을 하겠느냐고. “아이를 위한 인생 살아봤으니까 다음 생에는 아이 없이 한번 살아보고 싶어요. 저는 후회는 없어요.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거고 그런데 그런 인생을 살아봤으니까 지금 마음 같아선, 제가 하고 싶은 거 마음껏 해보고, 배우 거 싶은 거 마음껏 배워보고, 가고 싶은데 가보고요. 육아휴직은 아이가 없으니 모르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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