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육아휴직 하면서 대출도 받았지만, 아내의 커리어를 지켜줄 수 있었죠"
"아빠 육아휴직 하면서 대출도 받았지만, 아내의 커리어를 지켜줄 수 있었죠"
  • 김정아 기자
  • 승인 2022.02.17 10: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의 목소리를 청와대로, '대선 마이크'] ⑧육아휴직 쌍둥이 아빠 정지헌 씨

【베이비뉴스 김정아 기자】

20대 대통령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대통령이 꼭 알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베이비뉴스는 대선을 앞두고 육아와 생계를 위해 매일 고군분투하고 있는 아빠·엄마들에게 마이크를 건넸다. 아이를 기르기 위해 우리 사회에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기자 말

생후36개월 남녀 쌍둥이를 키우는 육아휴직 경험자 정지헌 씨.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생후36개월 남녀 쌍둥이를 키우는 육아휴직 경험자 정지헌 씨.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적금 들었던 돈도 다 쓰고, 마지막에는 대출까지 받았어요. 그래도 아이들과 함께한 육아휴직 기간 2년은 물질적인 행복보다 가족과 함께하는 행복이 훨씬 크다는 걸 알려준 시간이었습니다."

생후 36개월된 남녀 쌍둥이를 키우며 2년 간 육아휴직을 한 '용기 있는' 아빠 정지헌(40) 씨의 말이다. 정지헌 씨는 대학교 교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10년차 직장인이자 이란성 쌍둥이를 키우는 아빠다. 지난 달 25일 서울 마포구 베이비뉴스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정지헌 씨는 아내가 쌍둥이를 임신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결심했다고 했다. '나도 육아휴직을 해야겠다'고 말이다. 결심한 후부터는 지속적으로 직장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얘기했다. '저희 아내가 쌍둥이를 임신했어요. 그래서 저는 육아휴직을 가야합니다'라고.

다행히도 직장 내에서는 응원을 해주는 분위기였다. 부서 내에서 첫 남성 육아휴직자였던 그는 누군가는 스타트를 끊어줘야 뒤에 다른 사람들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더 용기를 냈다고 고백했다. 

"눈치 많이 보였죠. 하지만 이미 결정한 것이고 해야 할 것 같았어요. 안하면 아내가 너무 힘들 것 같았거든요. 아내의 친정은 해외에 있어서 전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에요. 부부가 함께 육아를 해야겠다는 그 생각 밖에 없었어요."

◇ 2020년 육아휴직자 중 24.5%는 '아빠'…경제적 이유로 꺼리는 경우 많아

실제로 정 씨처럼 아빠 육아휴직자는 최근 많이 늘고 있다.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전체 육아휴직자 가운데 남성 육아휴직자의 비율은 2017년 13.4%, 2018년 17.8%, 2019년 21.2%, 2020년 24.5%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아빠 육아휴직을 꺼리는 이유는 아빠의 소득이 엄마보다 많기 때문이다. 용기를 낸다 해도 육아는 현실이다. 당장 아빠의 벌이가 줄어들면 가계 경제에 큰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었을 터. 정지헌 씨는 "기본적으로 육아휴직 기간 내내 아끼고 또 아껴 썼다. 중고거래도 많이 하고 시에서 운영하는 장난감 도서관에서 장난감을 빌려 쓰고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봤다"고 말했다. 

특히 정지헌씨 부부는 약 1년간 부부가 동시 육아휴직을 사용했다. 경제적 어려움이 더 컸을 것이다.

"당연히 어려웠어요. 처음엔 물질적인 건 크게 신경 쓰지 말자고 했지만 결혼 후 아이들을 위해 적금을 들었던 게 있는데 육아휴직 중에 다 써버렸어요. 결국 육아휴직 후반에는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었어요. 그렇지만 나중에 일하면 다시 벌 수 있으니까 괜찮다고 아내랑 얘기 했어요."

◇ "아빠 육아휴직으로 엄마의 커리어를 지켜줄 수 있어요"

일방적으로 아내가 남편의 커리어를 지켜줄 게 아니라 남편도 아내의 커리어를 지켜줄 수 있어야 한다고 정지헌 씨는 말한다. ⓒ정지헌씨제공
일방적으로 아내가 남편의 커리어를 지켜줄 게 아니라 남편도 아내의 커리어를 지켜줄 수 있어야 한다고 정지헌 씨는 말한다. ⓒ정지헌씨제공

아빠가 육아휴직을 하면 수입도 문제지만, 직장 내에서의 커리어에 대한 걱정도 큰 현실이다. 정지헌 씨는 어땠을까. 정 씨도 물론 걱정했다고 했다. 하지만, 육아휴직을 하고 첫 날 눈을 뜨니 그런 걱정은 사라졌다고 얘기한다. 

또, 엄마의 육아휴직은 당연한 일이 아니라고 단호히 말했다. 아내의 커리어도 남편이 지켜줄 수 있어야 한다고 정 씨는 힘주어 말했다. 

"아빠가 육아휴직을 하면, 엄마의 커리어를 지켜줄 수 있는 거예요. 일방적으로 아빠의 커리어만 엄마가 지켜주는 게 옳을까요? '엄마니까 어쩔 수 없지'가 아니라 아빠도 엄마의 커리어를 지켜줄 수 있어야 해요. 그리고 아직은 좀 이른 얘기일지 몰라도 제가 관리자 위치에 가게 된다면 육아휴직도 충분히 경력으로 쳐줄 수 있을 거 같아요. 육아휴직 기간이 쉬다 온 기간이 아니라 많은 걸 배우고 인내한 시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또, 가족과 함께 하는 행복이 훨씬 크다는 걸 정지헌 씨는 육아휴직을 하면서 배웠다.

아내와 동시 육아휴직을 하면서 5개월 간 제주도에서 생활했던 정지헌 씨. ⓒ정지헌씨제공
아내와 동시 육아휴직을 하면서 5개월 간 제주도에서 생활했던 정지헌 씨. ⓒ정지헌씨제공

"저희 부부는 2020년 1년 간 동시 육아휴직을 사용했는데 정말 잘 한 선택이었어요. 당시 코로나19가 막 대유행을 시작한 시기였고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기 어려웠어요. 개월 수도 얼마 안됐기 때문에 외출을 하기도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제주도에 내려가서 5개월 간 살았어요. 그곳에서 아침에 눈 뜨면 해부터 보게 하고 바람을 맞게 하고 바다에서 모래, 나뭇가지도 만지게 했어요. 어느 날 보니 아이들의 표정이 달라져있더라고요. 표정만 달라진 게 아니라 몸이 약했던 아이들이 많이 건강해졌어요."

가족 넷이 똘똘 뭉쳐서 보낸 그 시간을 회상하며 정 씨는 무척 행복해보였다. "그 시간만큼은 아이들에게 오롯이 집중했어요. 너무 좋은 시간이었어요. 또 한 번 해보고 싶은데, 그렇게 가족 넷이서 함께 쉴 수 있는 시간이 앞으론 없겠죠?"

◇ "아빠 육아휴직 후 아내와 사이도 더 좋아졌어요"

이처럼 정 씨 가족을 똘똘 뭉치게 한 아빠 육아휴직과 부모 동시 육아휴직을 정부도 권장하고 있다. 생후 12개월 이내 자녀를 둔 부모가 동시에 또는 순차적으로 육아휴직을 쓰면 첫 3개월 동안 각각 통상임금의 100%(월 최대 300만원)를 육아휴직 급여로 지급한다. 지난해까지는 한 사람은 100%, 배우자는 80%를 받았다.

부모 모두 올해 처음 육아휴직을 시작하는 경우뿐 아니라 부모 중 한 사람이 2021년에 육아휴직을 사용했더라도 나머지 한 사람이 올해 육아휴직을 시작하면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육아휴직 4~12개월째 지급하는 급여 역시 통상임금의 50%(월 최대 120만원)에서 80%(월 최대 150만원)로 인상된다.

정지헌 씨는 처음에는 육아휴직을 3개월만 신청했었다. 그러다 복직 후 9개월 만에 재차 육아휴직을 냈다. 이유가 뭐였을까.  

"육아휴직을 처음엔 3개월을 냈었어요. 출산 전에는 100일 정도면 아내 혼자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3개월 휴직 후 복직을 하려니 발 길이 안 떨어지더라고요. 그렇지만 3개월만 휴직을 하겠다고 직장에 말을 해뒀었고 아내도 괜찮다고 해서 복직을 했어요. 그런데 막상 복직을 해보니 이건 아니다 싶었어요. 회사에선 일을 집중하기 어렵고, 집에선 일 생각을 떨쳐내기 어렵고 그러다보니 결국 번 아웃이 왔어요. 결국 복직 9개월 만에 다시 육아휴직을 내고 쌍둥이 육아휴직 2년을 꽉 채워 사용하게 됐어요."

다시 육아휴직을 내고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이었을까. 

정지헌 씨는 아빠 육아휴직 후 아이들의 주양육자가 아빠가 된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정지헌씨
정지헌 씨는 아빠 육아휴직 후 아이들의 주양육자가 아빠가 된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정지헌씨

"아내와 대화를 많이 할 수 있었다는 거였어요. 처음에는 육아를 두고 의견 충돌이 많아서 갈등이 생겼었는데 함께 대화를 많이 하다 보니 앞으로 아이를 어떻게 키우고 어떻게 살 것인지 의견 조율이 되고 부부관계도 더 좋아지더라고요. 무엇보다 아내가 복직한 후 제가 주 양육자가 되면서 육아의 주도권을 아빠가 갖게 됐다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예전엔 엄마가 주 양육자로 엄마가 하는 육아를 아빠가 뒤따라 갈 수밖에 없었거든요. 그런데 이젠 아이들과 보이지 않는 신뢰도 많이 쌓이고 육아를 아빠가 주도적으로 책임지고 하면서 어렵지 않게 육아를 하고 있어요. 아내도 제 방식을 믿고 따라주고 있고요."

◇ '아빠 나 행복해’ 그 한마디로 육아휴직은 성공!

아빠 육아휴직을 하면서 어떨 때 가장 행복한지도 물어봤다.

"어느 날 아이가 '아빠 나 행복해', '나 정말 신나'라는 말을 해주더라고요. 아빠랑 함께 있어서 행복하다는 걸 느꼈다는 게 정말 너무너무너무 행복해요. '나는 살면서 언제 신났지?' 생각해보니 아이들이 '신난다'라고 말해주는 게 정말 행복하더라고요. 곧 복직을 해요. (인터뷰 날짜 기준 복직 전이었지만 기사가 나가는 날 기준으로는 이미 복직 후이다.) 그동안은 일이 아니면 안 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이젠 무게 중심이 달라졌어요. 일은 수단이고 우리 가정이 우선이에요."

끝으로, 대선을 앞둔 지금, 아빠 육아휴직 경험자로서 또, 쌍둥이 아빠로서 하고 싶은 말은 없는지 물었다. 

"제가 육아휴직을 2년 해보니까요. 아이들도 우리집 분위기가 지금 좋은지 안좋은지 다 감지하더라고요. 엄마아빠의 기분에 따라 아이들도 기분이 달라져요. 그러니까, 엄마아빠가 행복하면 아이들도 행복하게 돼 있거든요. 아이들이 행복한 나라도 중요하지만 엄마아빠가 행복한 나라를 만들어줬으면 좋겠어요. 엄마아빠가 신나는 사회가 된다면 아이들도 그걸 보면서 '대한민국 살만한 곳이구나' 하고 느끼지 않을까요. 엄마아빠가 행복할 수 있는 공약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 영향은 고스란히 아이들에게도 흘러갈테니까요."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관련기사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