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안하고 아이 낳고 싶은 비혼여성의 권리, 국가가 보장해야"
14일 국회토론회 열려... "모자보건법 관련 규정에 비혼여성의 시험관 시술 지원 규정해야"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 아이를 원한다면 국가가 법과 제도로 지원하고 그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국회 토론회에서 제기됐다.
이재강, 김남희, 남인순, 박지혜, 백승아, 서미화, 임미애, 진선미 의원은 지난 14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실에서 '저출생 해소 및 비혼여성 권리 보장을 위한 법제도 개선 토론회'를 공동으로 주최하고, 비혼여성 권리 보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결혼하지 않은 여성은 기증된 정자로 시험관 시술 등 보조생식술을 받을 수 없다. 그래서 비혼이지만 아이를 원했던 방송인 사유리 씨는 일본에서 정자 기증을 받아 출산한 후 우리나라에서 아들 젠을 키우고 있다. 「언니, 저랑 결혼할래요」를 쓴 우리나라 레즈비언 부부 김규진-김세연 씨는 벨기에의 난임병원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임신에 성공, 지난해 8월 딸 라니를 낳았다.
그러나 익히 알려진 것과 달리 우리나라에서 비혼 여성이 보조생식술을 받을 수 없는 이유는 법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선 혼인 여부에 따라 체외수정을 금지 하지 않는다. 즉, 비혼 여성이 기증 정자로 보조생식술을 받아 출산하는 건 불법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 비혼 여성의 임신이 어려운 이유는 뭘까. 대한산부인과학회가 「보조생식술 윤리지침」에 따라 인공·체외수정과 같은 보조생식술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을 법률혼·사실혼 부부로 한정하기 때문이다. 대다수 난임 전문병원은 학회 윤리지침에 따라 비혼여성의 시험관 시술을 거부하고 있다는 게 이번 토론회에서 지적된 문제 중 하나.
2022년 5월 국가인권위원회는 비혼 여성의 진정을 받아들여 학회에 지침 개정을 권고했지만, 학회는 현행 윤리지침을 유지하는 상황이다.
발제를 맡은 나인선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배아생성 의료기관이 비혼여성에 대한 시험관 시술 불법성 여부를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향후 보건복지부 등 주무부처에서 문제를 삼을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서 비혼여성의 보조생식술을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모자보건법 관련 규정에 비혼여성의 시험관시술 지원을 규정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나 변호사는 이와 함께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절차 규정의 개정, 정자기증 활성화 지원책과 가이드라인 마련, 정자기증자의 친권관계 정리 후속법안 입법, 부부가 아닌 비혼여성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시술 제한 사항 삭제 검토 등을 제안했다.
장수경 한겨레신문 기자는 "비혼 출산의 허용을 출산율 관점에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며 "재생산권은 여성의 낳을 권리와 낳지 않을 권리 차원에서, 결혼 여부와 무관하게 임신과 출산의 선택은 여성의 자유이자 권리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강 의원은 "우리나라는 현재 0.72명이라는 세계 최저 수준의 출생률로 그 어느 때보다 여성의 임신과 출산 선택을 존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졌다"며 "관련 법령을 개정해 실효성 있는 저출생 대책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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