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원장 협박에 법안 철회 '논란'
어린이집 원장 협박에 법안 철회 '논란'
  • 안은선 기자
  • 승인 2013.05.07 1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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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감시감독 강화 법안에 원장들 반발 철회 의원실 측 "잘못 알고 서명한 것일뿐"

최근 일부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라 발생함에 따라 어린이집의 아동 학대 등에 대한 감시·감독을 강화하기 위한 법안이 발의됐으나, 어린이집 원장들의 집단 항의에 밀려 발의 보름 만에 철회돼 논란이 일고 있다.

 

새누리당 이운룡 의원 등 13명의 국회의원들은 지난달 18일 보건복지부 및 지방자치단체에 근무하며 영유아보육 사무에 종사하는 국가공무원 및 지방공무원에게 관련 범죄에 대한 사법경찰권을 부여해 단속의 실효성을 높이는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공동으로 발의했다가 보름만인 지난 3일 법안 발의를 돌연 철회했다.

 

그 이유가 어린이집 원장들이 법안 발의에 참여한 의원실 측에 낙선운동을 거론하며 항의방문과 전화 등을 통해 압박을 가하자 공동 발의한 5~6명의 의원 측에서 공동 발의 철회를 요청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는 것.

 

해당 법안은 보조금, 보육비, 양육수당 등에 대한 부당수령, 유용 등 불법행위와 어린이집의 설치·운영과 관련된 불법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나, 점검 방법의 한계로 인해 효율적인 단속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을 개선하기 위해 발의됐다. 특히 최근 부산의 한 어린이집에서 17개월 된 여아를 폭행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알려지며 법안 통과에 관심이 모아졌다.

 

국회법상 한 번 발의된 법안은 발의자를 한 명이라도 빼려면 법안 자체가 철회돼야 하기 때문에 공동 발의에 참여한 5~6명이 철회를 요청해온 이 법안은 결국 보름 만에 철회되고 말았다.

 

법안 철회 소식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어린이집 원장들의 표 보다 국민의 표가 더 무섭다는 것을 국회의원들이 모르나보다”, “그 정도 협박에 넘어간다면 의원 자격도 없다”, “압력을 넣은 어린이집 원장들이나, 그렇다고 국민의 대표라는 국회의원들이 발의를 철회한 거나 다 어처구니없다” 등 비판을 쏟아냈다.

 

이와 관련 공동발의 철회를 요청한 각 의원실 측은 어린이집 원장들의 압박 때문이라기보다는 법안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모르고 서명했기 때문에 철회하게 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법안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무작정 서명에 동참하는 ‘품앗이’ 관행이 문제를 만든 것이다.

 

해당 의원실 관계자는 “지역구 항의방문 때문에 철회한 것은 아니다. 지역구 사무실에 찾아와 어린이집 운영 상 힘든 부분들에 대해 하소연 하듯 이야기는 한 적은 있지만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협박은 없었다”며 “애초에 법안 내용은 모르고 별 문제 없다고 해서 (공동발의 서명 도장을) 찍어준 건데 나중에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와 알고 봤더니 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법안이었고, 어린이집 원장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 같아 철회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 관계자는 “충분히 검토하지 못한 불찰은 인정한다. 중요한 건 이런 법안은 취지는 좋지만 이해관계도 있기 때문에 무작정 사법경찰권을 부여하기보다는, 관계자 등이 모인 가운데 공청회를 거쳐 지혜로운 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의원실 관계자도 “다른 지역구 의원실 쪽에 협박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린이집에서 전화를 받기는 했지만 협박은 아니었다”며 “의원님의 기본 입장은 법안에 찬성하지 않는데, 품앗이 공동발의 관행으로 비서실에서 충분한 검토 없이 서명한 것이라 철회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이하 한어총)는 지난달 26일 “보육 전체에 대한 국민 불신의 감정을 조장하는 입법은 당장 철회해야 하며, 만약 법안 철회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국회의원 낙선운동을 병행한 강력한 대응을 할 것”이라며 법안 철회를 촉구하는 의견서를 해당 국회의원실에 발송했다.

 

한어총 정광진 회장은 7일 오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보조금 허위청구 등은 현행법 체계 하에서도 얼마든지 지도·점검을 하고 2중, 3중 체크할 수 있는데, 이걸 또 하나의 제도로 만드는 것은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 원장들에게 굉장히 부담을 준다”며 “지금도 공무원들이 법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지금 집행하다 보니까 민원소송 등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법도 잘 모르는 사람에게 업무도 많은 상태에서 사법권까지 준다면 부작용이 굉장히 많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한 정 회장은 “이번 법안은 의원들이 어린이집 실태를 정확하게 모른 채 일부 뉴스에 보도된 내용만 보고 발의한 것 같다. 의원들을 찾아뵙고 상세히 설명하니 본인들이 생각을 잘못했다고 한 의원들도 있었다”며 “정부의 수시감사나 지속적인 감시 등을 전면적으로 반대하는 게 아니라, 현재 공무원들이 인사이동이 잦다보니 관련법을 잘 몰라 여러 문제들이 발생해 반대하는 것이다. 공청회라든지 좀 더 제도적 보완을 한 다음에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어총은 이번 문제가 언론에 크게 다뤄지자 7일 보도자료를 통해 어린이집에 더 이상 아동학대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어린이집 아동학대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어총이 제시한 어린이집 아동학대 방지 대책은 우선 아동학대 및 불법어린이집에 대한 ‘마음의 소리 전화’를 개설해 한어총 소속 정책연구소장과 변호사 2명이 직접 민원을 해결하고 아동학대 및 안전사고와 불법을 근절한다는 것이다.

 

또 소속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어린이집 내에 ‘아동학대&안전지도 수호천사 자율지도교사’ 1인을 임명, 연 1회 4시간 교육을 통해 ‘아동학대 제로 인증제’를 실시하고, 아동학대를 한 보육교직원은 한어총 홈페이지에 명단을 공개한다는 것.

 

이운룡 의원이 대표 발의한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는 김성태, 박대동, 박성효, 서용교, 윤명희, 이주영, 이한성, 이현재, 정문헌, 최봉홍, 하태경, 한기호 의원 등 새누리당 소속 의원 13명이 참여했다.

 

현재 이운룡 의원 측은 해당 법안의 재발의를 위해서 법안 내용에 대한 충분한 의견 수렴과 검토를 거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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