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물건들은 요술쟁이
우리집 물건들은 요술쟁이
  • 칼럼니스트 황유순
  • 승인 2013.09.23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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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인 생각을 키워주는 생활용품 놀이

[연재] 윤이와 연이의 행복한 하루 - 엄마와 함께하는 탐색과 놀이

 

열두 번째 놀이 – 우리집 물건들로 놀이하기

 
지난해 올림픽 경기에서 역도를 처음 접한 윤이는 원으로 된 장난감 구멍에 사인펜을 끼워서 역도를 만들어 놀았다. 집에서 굴러다니는 사인펜이 역도를 만드는데 쓰일 줄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렇게 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구류, 책, 천, 음식들이 아이들의 손을 통해 뜻밖의 물건으로 탄생하는 경우를 많이 경험하였을 것이다. 윤이와 연이도 집안 곳곳의 물건들을 이용해 다양한 놀이를 하였는데 창의적인 생각을 끄집어내는 중요한 수단이 되었다.

 

윤이가 원으로 된 장난감 구멍에 사인펜을 끼워 역도하는 윤이를 표현하고 있다(34개월 당시). ⓒ황유순
윤이가 원으로 된 장난감 구멍에 사인펜을 끼워 역도하는 윤이를 표현하고 있다(34개월 당시). ⓒ황유순

 

◇ 천으로 된 물건

 

천으로 된 물건 중 윤이가 제일 좋아한 물건은 이불과 보자기 종류들이다. 얇은 이불을 펼치고 여러 가지 물건을 담아 택배놀이를 하거나 보자기로 도시락을 싸 소풍놀이도 하였다. 윤이는 대부분의 선물을 택배로 받았기 때문에 택배놀이를 너무나 좋아했다. 엄마와 택배기사와 택배를 받는 사람의 역할을 교대로 하며 기뻐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연이는 아빠 양말이나 속옷을 좋아해 엄마가 빨래를 갤 때마다 옆에 앉아 신어보거나 머리에 쓰고는 뿌듯해 했다. 구멍이 있는 것은 무조건 쓰거나 끼고자 했고 안 되면 서럽게 울어 댔다.

 

연이가 아빠 양말을 신고 걸어보고 있다(왼쪽, 19개월 당시). 윤이가 여름이불에 물건을 담아 택배를 배달하고 있다(오른쪽, 35개월 당시). ⓒ황유순
연이가 아빠 양말을 신고 걸어보고 있다(왼쪽, 19개월 당시). 윤이가 여름이불에 물건을 담아 택배를 배달하고 있다(오른쪽, 35개월 당시). ⓒ황유순

 

◇ 생활용품

 

윤이는 16개월 무렵부터 주방용품을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했다. 주걱이나 뒤집개로 냄비나 뚜껑을 치는 것을 시작하더니 점점 리듬막대나 실로폰 채로 집안의 온 물건들을 치며 노래하였다. 말을 잘 못할 때는 모음으로 노래를 다양하게 만들어 부르더니 말을 잘 하면서 부터는 음절마다 치며 박자를 맞추었다. 물건의 다양한 소리도 탐색하며 흥겨워하는 윤이를 볼 때마다 나도 절로 흥이나 같이 노래를 부르거나 연주하는데 동참했다.

 

윤이가 냄비뚜껑 두 개를 마주 치고 있다(왼쪽, 18개월 당시) 윤이가 실로폰채로 여러 가지 물건을 두드리고 있다(오른쪽, 32개월 당시).ⓒ황유순
윤이가 냄비뚜껑 두 개를 마주 치고 있다(왼쪽, 18개월 당시) 윤이가 실로폰채로 여러 가지 물건을 두드리고 있다(오른쪽, 32개월 당시).ⓒ황유순

 

◇ 책

 

윤이에게 책을 접하게 하면서 가장 고민한 것은 어떻게 하면 책을 재미있어 할까하는 것이었다. 물론 재미있게 읽어 주는 것도 있지만 그 외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책을 놀이에 자유롭게 활용하도록 허용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책은 읽는 것 외에 블록, 엘리베이터, 지게차 위의 짐, 징검다리, 도형, 숫자 등으로 변신하여 때론 쌓기도 하고 밟기도 하며 놀았다. 딱딱하기만 할 것 같던 책이 요술처럼 변신하는 신기한 장난감이 되었다.

 

윤이가 책으로 미끄럼틀을 만들어 자동차를 굴리고 있다(31개월 당시). 윤이가 책으로 길을 만들어 사이를 지나가고 있다(25개월 당시). 윤이와 연이가 책을 높이 쌓고 있다(연이 22개월, 윤이 43개월 당시).(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황유순
윤이가 책으로 미끄럼틀을 만들어 자동차를 굴리고 있다(31개월 당시). 윤이가 책으로 길을 만들어 사이를 지나가고 있다(25개월 당시). 윤이와 연이가 책을 높이 쌓고 있다(연이 22개월, 윤이 43개월 당시).(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황유순

 

◇ 음식

 

윤이에게 간식을 주면 윤이는 간식을 먹기 전, 먹으면서 혹은 먹고 난 후 남는 과일 껍질 등으로 무언가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또 연이와 함께 콩과 쌀을 손과 발로 탐색하거나 물건을 숨겨 손이나 자석으로 찾는 놀이도 즐겨하였다. 바닥은 금방 아수라장이 되었지만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것을 보면 치워야하는 막막함도 참을 수 있었다.

 

한번은 알파벳 책을 보며 음식으로 만든 알파벳 모양을 그대로 따라하고 싶어 해 집에 있는 과일과 채소를 총 출동시켜 만들어보기도 했다. 윤이, 연이에게 음식은 먹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또 하나의 장난감이었다.

 

윤이가 사과로 책에 나온 알파벳 A를 만들었다(왼쪽, 35개월 당시). 윤이가 오렌지를 먹고 껍질로 사과를 만들고 있다(오른쪽, 32개월 당시).ⓒ황유순
윤이가 사과로 책에 나온 알파벳 A를 만들었다(왼쪽, 35개월 당시). 윤이가 오렌지를 먹고 껍질로 사과를 만들고 있다(오른쪽, 32개월 당시).ⓒ황유순

 

◇ 학용품

 

집에 있는 물건 중 가장 많이 만지는 물건들 중 하나는 학용품 종류일 것 같다. 윤이는 특히 사인펜이나 색연필 같이 직선으로 된 것을 좋아했다. 주로 알파벳과 도형을 만드는데 많이 사용을 하였다. 그런데 어느 날은 사인펜을 이용해 바이올린처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는데 그 아이디어에 칭찬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들은 놀이할 때 실제와 똑같이 만들어진 모형이 없어도 창조해 낼 수 있는 능력이 있고, 그러면서 얼마나 창의적이게 되는지 생생하게 느끼는 순간이었다.

 

윤이가 가위로 오리기하다가 가위를 돌려서 나타나는 모양을 관찰하고 있다(27개월 당시). 윤이가 사인펜으로 알파벳T를 만들고 있다(25개월 당시). 윤이가 사인펜으로 바이올린을 만들어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39개월 당시).(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황유순
윤이가 가위로 오리기하다가 가위를 돌려서 나타나는 모양을 관찰하고 있다(27개월 당시). 윤이가 사인펜으로 알파벳T를 만들고 있다(25개월 당시). 윤이가 사인펜으로 바이올린을 만들어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39개월 당시).(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황유순

 

이렇게 집에 있는 물건들은 아이들 놀이에서 자유롭게 변신하는 요술쟁이가 된다. 아이들은 집안의 물건들을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한 가지 용도로 사용하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완제품을 사주는 것 보다 집에 있는 수많은 물건들을 활용하여 놀면서 창의성도 키워주길 바란다.

 

*이해를 돕고자 활동사진을 첨부하고 연령을 표기하였으나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지 않길 바랍니다. 아이들은 발달의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윤이와 연이의 놀이는 하나의 예일 뿐입니다.

 

*칼럼니스트 황유순은 덕성여대 유아교육과와 교육대학원에서 유아교육을 공부했다. 5년 동안 유치원 교사로 활동한 경력과 그동안 배운 지식을 총 동원하여 놀이를 통한 교육을 두 아이에게 실천하고 있다. 몸과 생각주머니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행복해하며 살고 있는 엄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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