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윤이와 연이의 행복한 하루 - 엄마와 함께하는 탐색과 놀이
열두 번째 놀이 – 우리집 물건들로 놀이하기
지난해 올림픽 경기에서 역도를 처음 접한 윤이는 원으로 된 장난감 구멍에 사인펜을 끼워서 역도를 만들어 놀았다. 집에서 굴러다니는 사인펜이 역도를 만드는데 쓰일 줄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렇게 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구류, 책, 천, 음식들이 아이들의 손을 통해 뜻밖의 물건으로 탄생하는 경우를 많이 경험하였을 것이다. 윤이와 연이도 집안 곳곳의 물건들을 이용해 다양한 놀이를 하였는데 창의적인 생각을 끄집어내는 중요한 수단이 되었다.
◇ 천으로 된 물건
천으로 된 물건 중 윤이가 제일 좋아한 물건은 이불과 보자기 종류들이다. 얇은 이불을 펼치고 여러 가지 물건을 담아 택배놀이를 하거나 보자기로 도시락을 싸 소풍놀이도 하였다. 윤이는 대부분의 선물을 택배로 받았기 때문에 택배놀이를 너무나 좋아했다. 엄마와 택배기사와 택배를 받는 사람의 역할을 교대로 하며 기뻐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연이는 아빠 양말이나 속옷을 좋아해 엄마가 빨래를 갤 때마다 옆에 앉아 신어보거나 머리에 쓰고는 뿌듯해 했다. 구멍이 있는 것은 무조건 쓰거나 끼고자 했고 안 되면 서럽게 울어 댔다.
◇ 생활용품
윤이는 16개월 무렵부터 주방용품을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했다. 주걱이나 뒤집개로 냄비나 뚜껑을 치는 것을 시작하더니 점점 리듬막대나 실로폰 채로 집안의 온 물건들을 치며 노래하였다. 말을 잘 못할 때는 모음으로 노래를 다양하게 만들어 부르더니 말을 잘 하면서 부터는 음절마다 치며 박자를 맞추었다. 물건의 다양한 소리도 탐색하며 흥겨워하는 윤이를 볼 때마다 나도 절로 흥이나 같이 노래를 부르거나 연주하는데 동참했다.
◇ 책
윤이에게 책을 접하게 하면서 가장 고민한 것은 어떻게 하면 책을 재미있어 할까하는 것이었다. 물론 재미있게 읽어 주는 것도 있지만 그 외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책을 놀이에 자유롭게 활용하도록 허용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책은 읽는 것 외에 블록, 엘리베이터, 지게차 위의 짐, 징검다리, 도형, 숫자 등으로 변신하여 때론 쌓기도 하고 밟기도 하며 놀았다. 딱딱하기만 할 것 같던 책이 요술처럼 변신하는 신기한 장난감이 되었다.
◇ 음식
윤이에게 간식을 주면 윤이는 간식을 먹기 전, 먹으면서 혹은 먹고 난 후 남는 과일 껍질 등으로 무언가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또 연이와 함께 콩과 쌀을 손과 발로 탐색하거나 물건을 숨겨 손이나 자석으로 찾는 놀이도 즐겨하였다. 바닥은 금방 아수라장이 되었지만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것을 보면 치워야하는 막막함도 참을 수 있었다.
한번은 알파벳 책을 보며 음식으로 만든 알파벳 모양을 그대로 따라하고 싶어 해 집에 있는 과일과 채소를 총 출동시켜 만들어보기도 했다. 윤이, 연이에게 음식은 먹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또 하나의 장난감이었다.
◇ 학용품
집에 있는 물건 중 가장 많이 만지는 물건들 중 하나는 학용품 종류일 것 같다. 윤이는 특히 사인펜이나 색연필 같이 직선으로 된 것을 좋아했다. 주로 알파벳과 도형을 만드는데 많이 사용을 하였다. 그런데 어느 날은 사인펜을 이용해 바이올린처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는데 그 아이디어에 칭찬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들은 놀이할 때 실제와 똑같이 만들어진 모형이 없어도 창조해 낼 수 있는 능력이 있고, 그러면서 얼마나 창의적이게 되는지 생생하게 느끼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집에 있는 물건들은 아이들 놀이에서 자유롭게 변신하는 요술쟁이가 된다. 아이들은 집안의 물건들을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한 가지 용도로 사용하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완제품을 사주는 것 보다 집에 있는 수많은 물건들을 활용하여 놀면서 창의성도 키워주길 바란다.
*이해를 돕고자 활동사진을 첨부하고 연령을 표기하였으나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지 않길 바랍니다. 아이들은 발달의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윤이와 연이의 놀이는 하나의 예일 뿐입니다.
*칼럼니스트 황유순은 덕성여대 유아교육과와 교육대학원에서 유아교육을 공부했다. 5년 동안 유치원 교사로 활동한 경력과 그동안 배운 지식을 총 동원하여 놀이를 통한 교육을 두 아이에게 실천하고 있다. 몸과 생각주머니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행복해하며 살고 있는 엄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