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이미 ‘저출생’ 을 넘어 ‘초저출생’ 단계에 진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이며, 2024년에도 반등의 기미는 뚜렷하지 않다. 이에 따라 영유아 인구는 급격히 감소하고 있으며, 보육·교육 인프라 전반이 구조적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특히 어린이집 현장은 이미 수요 감소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어린이집 이용 아동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정원의 50% 이하만 채운 채 운영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반면 시설 수 감소 속도는 상대적으로 완만하여, 공급 과잉 구조가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추진되는 유보통합 정책은 단순한 제도 통합을 넘어, 수요 감소 시대의 보육·교육 체계를 재설계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논의 방향에는 몇 가지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 연령 분리 접근의 한계: 수요 감소를 더 가속할 가능성
최근 제기되는 방안 중 하나는 만 3~6세 유아는 유치원 중심 교육으로, 만 0~2세 영아는 별도 보육 체계로 분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식은 어린이집의 핵심 이용 연령층을 축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현재 어린이집 이용 아동 중 상당 비중이 만 3~5세 연령대에 분포하고 있다. 이 연령층이 유치원으로 이동할 경우, 어린이집은 영아 중심 기관으로 재편되는데, 이는 운영비 증가(교사 대 아동 비율 강화), 수익 구조 악화, 시설 활용도 저하를 동시에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즉, 정원 미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이 오히려 기관의 구조적 축소를 가속화하는 역설이 발생할 수 있다.
◇ 발달 연속성 vs 제도 단절: 전환 비용의 증가
발달심리학적으로 영아기(0~2세)와 유아기(3~6세)는 구분되지만, 실제 성장 과정은 연속적이다. 그러나 제도적으로 기관이 분리될 경우, 대부분의 아동은 만 3세 시점에 기관 이동을 경험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환 비용은 다음과 같다
-아동: 환경 변화로 인한 정서적 불안 및 적응 스트레스
-부모: 기관 재선택 및 적응 부담 증가
-기관: 지속적 이탈 및 신규 충원 비용 발생
이는 단순한 행정 변화가 아니라, 사회적 비용 증가 문제로 연결된다.
◇ 교사 인력 구조 불균형: 통합의 핵심 변수
유보통합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교사’다. 현재 어린이집과 유치원 교사 간에는 다음과 같은 차이가 존재한다
-자격 체계
-임금 수준
-근무 시간 및 조건
-교육·보육 역할 인식
통합 과정에서 이러한 격차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인력 이동 불균형 또는 현장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영아 보육 영역은 노동 강도가 높아 기피 현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보육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 정책 방향 제안: ‘통합’이 아니라 ‘재구조화’가 필요하다
수요 감소 시대의 유보통합은 단순한 통합이 아니라 재구조화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
(1) 아동 중심 연속형 모델 구축
연령 기준으로 기관을 분리하기보다, 0~6세를 하나의 발달 흐름으로 보고 통합 커리큘럼을 설계해야 한다.
(2) 단계적 통합 및 지역 맞춤형 모델
지역별 영유아 수, 시설 밀도, 수요 특성을 반영한 시범 운영을 통해 정책을 점진적으로 확산해야 한다.
(3) 공급 조정 + 기능 전환 전략
단순 폐원이 아닌, 다음과 같은 기능 전환이 필요하다:
-시간제 보육 확대
-긴급 돌봄 및 야간 보육
-부모 지원형 돌봄 서비스
이는 감소하는 수요를 보완하면서 지역 돌봄 인프라를 유지하는 방식이다.
(4) 교사 중심 통합 정책
자격 통합, 임금 격차 해소, 경력 인정 체계를 포함한 인력 정책이 선행되어야 한다.
◇ 결론: ‘숫자’가 아니라 ‘구조’를 바꿔야 한다.
현재의 보육 위기는 단순히 아이 수가 줄어든 문제가 아니다. 기존 시스템이 수요 감소를 반영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다.
유보통합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행정적 통합보다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아이는 어떤 환경에서 성장해야 하는가
-지역 사회는 어떤 돌봄 체계를 유지해야 하는가
-교사는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 없이 진행되는 통합은 또 다른 혼란을 낳을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통합’이 아니라, 수요 감소 시대에 맞는 보육·교육 시스템의 재설계다.

*칼럼니스트 임경임은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 박사로, 직장 및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을 역임하며 현장 중심의 보육과 복지 실천을 이어왔다. 중앙대학교,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립한경대학교에서 외래교수로 활동하며 예비 사회복지 인재 양성에도 힘썼다. 현재는 행복한 육아연구소와 사회적협동조합 미래로 대표로서 아동과 가족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다양한 복지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저서로는 따뜻한 시선의 육아 에세이 『다정다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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