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은퇴를 앞둔 50~60대 고객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자주 듣는 말이 있다.
“국민연금도 있고 건강보험도 있는데 노후 준비를 꼭 더 해야 하나요?”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국민연금과 국민건강보험은 노후생활의 중요한 기반이지만 모든 위험을 해결해 주지는 못한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보험시장의 변화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 1990년대, 가장 큰 위험은 ‘가장의 부재’
1990년대는 경제성장기였다. 평균수명이 지금보다 짧았고, 대부분의 가정은 외벌이 구조였다.
당시 보험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사망보장이었다. 가장이 갑작스럽게 사망하면 가족의 생계가 무너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시기 생명보험은 유가족의 생활비를 마련하는 역할에 집중했고, 손해보험 역시 화재나 사고와 같은 재산 손실 보장이 중심이었다.
즉, 노후보다도 ‘갑작스러운 사고와 사망’이 가장 큰 위험으로 인식되던 시대였다.
◇ 2000년대, 위험의 중심이 질병으로 이동하다
2000년대에 들어서며 의료기술이 발전하고 평균수명이 크게 늘어났다.
과거에는 치료가 어려웠던 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등의 생존율이 높아지면서 사람들은 더 오래 살게 되었다. 하지만 오래 사는 만큼 의료비 부담도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 보험의 중심은 사망보장에서 질병보장으로 이동했다. 암보험, 건강보험, 실손의료보험이 대중화되었고, 치료비 부담을 줄이는 것이 보험의 핵심 역할이 되었다.
국민건강보험이 있더라도 비급여 진료비와 간병비, 소득 공백은 여전히 개인이 부담해야 했기 때문이다.
◇ 2020년대, 가장 큰 위험은 ‘장수’
현재 우리는 또 다른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제 가장 큰 위험은 사망이 아니라 장수다.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평균수명은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은퇴 후 30년 이상을 살아가는 것이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다.
문제는 수명이 늘어나는 속도만큼 노후자금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은 노후소득의 기초가 되지만 충분한 생활비를 모두 책임지기는 어렵다. 국민건강보험 역시 의료비 부담을 줄여주지만 간병비, 생활비, 비급여 의료비까지 모두 보장하지는 않는다.
결국 현대의 보험은 단순히 위험을 보장하는 수단을 넘어 노후재무설계의 한 축으로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 공적제도만으로 부족한 부분은 무엇일까
노후에 발생하는 대표적인 재정 위험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생활비 부족이다.
둘째, 의료비 증가다.
셋째, 장기간 간병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은 이 위험을 일부 완화해 주지만 모든 비용을 책임질 수는 없다. 특히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간병비와 장기요양 관련 비용은 앞으로 더욱 중요한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 노후준비의 핵심은 ‘나만의 계획’
노후준비에는 정답이 없다.
어떤 사람은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이 충분할 수 있고, 어떤 사람은 개인연금이나 보험을 추가로 준비해야 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남들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예상 생활비와 은퇴 시점을 기준으로 부족한 부분을 확인하는 것이다.
보험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만능도구가 아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질병과 의료비, 간병비로 인해 노후계획이 흔들리는 것을 막아주는 중요한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
1990년대에는 사망을 대비했고, 2000년대에는 질병을 대비했으며, 2020년대에는 장수를 대비하는 시대가 되었다.
노후준비 역시 시대의 변화에 맞춰 달라져야 한다. 공적연금과 국민건강보험이라는 든든한 기반 위에, 나에게 부족한 부분을 점검하고 스스로 준비하는 계획과 실천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칼럼니스트 임진혁은 밸류마크 금융서비스 라플사업단 팀장으로 활동하며 어린이보험과 가족 보장 설계 분야를 전문으로 하고 있다. 베이비뉴스 맘스클래스 금융 강사와 베이비뉴스TV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대해상과 DB손해보험 등의 어린이보험 전문가로서 부모들에게 실질적인 금융·보험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현재 베이비뉴스 '우리 가족 금융주치의' 칼럼을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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