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이유주 기자】

학대 문제로 폐쇄된 제주 장애인거주시설 ‘사랑의집’에 중증 발달장애인 13명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폐쇄 이후 퇴소한 24명 가운데 20명은 다른 시설로 옮겨졌으며, 지역사회에서 자립한 사람은 2명에 그쳐 학대 피해 장애인의 지역사회 전환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더불어민주당(비례) 국회의원이 제주특별자치도·제주시로부터 제출받아 29일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폐쇄 처분 이후 퇴소한 24명 중 다른 시설로 옮겨진 사람이 20명(83%)이고, 지역사회에 자립한 사람은 2명(8%), 2명이 가정으로 돌아갔다. 전원자 중 일부는 인천·청주·강릉·안산 등 제주 밖 시설로 보내졌고, 잔류자 1명은 현재 경기도 시흥시 소재 시설에 가입소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제주시가 보호자에게 보낸 공문에는 거주시설 전원과 관련한 안내가 담겼지만, 지역사회 서비스에 대한 정보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7월 공문은 “적합한 거주시설로 전원”에 협조해 달라고 안내했다.
9월 공문에는 희망 전원 시설을 알려달라며 전원 대상 시설 25곳 목록을 붙였는데, 안내된 유형별 장애인거주시설 9곳 중 5곳은 정원 30인을 초과하는 대형 시설이었으며, 서비스 안정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단기장애인거주시설도 포함되었다.
다만, 9월 공문에는 “자립을 희망할 경우” 욕구조사를 하겠다며 개인정보 동의서를 9월 21일까지 제출하라고 안내했으나, “기한 내 제출자에 한해 지원”한다는 단서를 덧붙였다.
남아 있는 13명은 모두 중증 발달장애인이며, 10대 미성년자부터 40대까지 있는데 이들의 평균입소기간은 약 15년이다. 특히 이 중에는 만 8세에 입소해 17년, 만 10세에 입소해 16년을 이곳에서 살아온 사람도 있다.
입소 장애인들의 시설 거주 이력 등을 충분히 고려한 경험이나 정보 제공 없이 보호자에게만 ‘개인정보동의서’를 보낸 것은 형식적인 행정에 그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발달장애인과 가족에 대한 충분한 지원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린 시절부터 삶의 대부분을 시설에서 보냈고, 해당 시설에서 학대를 경험한 장애인들을 또 다른 대형시설로 옮기는 것은 피해 회복보다 이른바 ‘시설뺑뺑이’를 반복하는 것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제주 사랑의집 문제는 지자체 소관으로만 두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9월 10일 ‘발달장애인 돌봄 국가책임제’를 발표했고, 제주시는 그로부터 나흘 뒤 보호자들에게 전원 시설 목록을 보냈다.
또한 보건복지부 장애인거주시설 시도 간담회(2025.12.18.)에서 사랑의집 이용자의 도외시설 전원 협조 요청이 이뤄진 바 있다.
내년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 및 주거 전환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과 자립지원 본사업 전환을 앞둔 지금, 학대 피해 장애인의 지역사회 전환은 국가가 책임져야 할 첫 번째 과제라는 것이다.
이에 서미화 의원은 “학대로 문을 닫은 시설의 피해 장애인들을 또 다른 시설로 보내는 것은 피해의 연장”이라며 “보건복지부와 제주도, 제주시는 자립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당사자와 가족에게 제공하고, 전원이 아닌 자립을 기본값으로 한 개인별 지원계획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를 선언한 정부가 지자체 소관이라며 뒤로 물러서서는 안 된다”며 “보건복지부는 사랑의집 13명 전원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자립지원 본사업 및 통합돌봄 우선 연계 등 직접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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