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아이들, 담배 연기에 무방비
어린이집 아이들, 담배 연기에 무방비
  • 안은선 기자
  • 승인 2014.01.15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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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주변 금연구역 지정 전국 확대 절실

【베이비뉴스 안은선 기자】


[특별기획] 숨은 아동 인권 찾기
 
눈에 드러나는 아동에 대한 심각한 신체적 학대나 정서학대, 방임만큼이나 어른들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부분이 바로 만성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아동 학대다. 베이비뉴스(대표 최규삼)는 푸르니보육지원재단(이사장 송자)과 함께 어른들이 무의식중에 행하고 있는 행동들과 사회 구조물 가운데 우리 아이를 아프게 하거나 불편하게 만드는 잘못된 행동을 살펴보고, 아이들의 인권을 되짚어보는 ‘숨은 아동 인권 찾기’ 특별기획을 진행하고 있다. 그 여덟 번째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이 하루의 대부분을 생활하는 어린이집, 유치원 주변의 흡연으로 간접흡연에 노출되는 아이들의 현실과 시설 주변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지자체들의 움직임에 대해 짚어봤다.

 

“새해엔 금연할 거야.”

 

흡연자라면 누구나 새해를 맞아 한번쯤 금연을 계획한다.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간접흡연으로 피해를 볼 가족의 건강을 위한 결정이기도 하다. 특히 아이가 있는 가정이라면 더욱 심각하게 금연을 고려한다.

 

흡연자들의 설 자리가 점점 적어지고 있는 사회 분위기도 ‘이 참에 담배를 끊어볼까’ 결심하는 데 한 몫을 한다. 지난해 150㎡ 이상의 음식점과 호프집, 커피숍 등에서 전면금연이 시행된데 이어 올해부터는 100㎡ 이상 음식점에서의 흡연도 전면 금지됐다. 오는 2015년부터는 면적에 관계없이 모든 음식점, 커피숍, 호프집 등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될 방침이다.

 

또한 길거리 흡연을 막기 위해 서울 강남대로, 대치동 학원가, 한국외국어대 앞 휘경로 등 서울에서만 10여 곳의 금연거리가 운영되고 있다.

 

길거리 흡연의 경우 담배 담뱃재나 불똥이 튈 수도 있고, 간접흡연의 피해가 크다. 특히 아이에게는 더욱 위험하다. 실제 일본에서는 지난 2001년 도쿄 지요다구의 한 거리에서 행인이 피우던 담배 불똥에 어린이가 실명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를 계기로 길거리 흡연금지 조례가 생겨났고 이후 전국으로 급속히 확산됐다. 무심코 피우는 담배가 아이 얼굴에 화상까지 입히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길거리 흡연의 위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상태다.

 

간접흡연은 노출되는 시기가 이를수록 피해는 더 크다.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금연길라잡이’ 사이트(www.nosmokeguide.or.kr)를 살펴보면 간접흡연으로 인한 피해는 직접흡연 이상으로 매우 심각하다. 특히 어려서 간접흡연에 노출되면 조기 폐기종의 원인이 되고, 천식과 알레르기의 발병 가능성을 높인다.

 

간접흡연이 더욱 위험한 이유는 간접흡연을 통해 주로 들이마시게 되는 담배의 생연기(주류연)가 흡연자가 들이마신 후 내뿜는 연기인 주류연보다 독성 화학물질의 농도가 높고, 담배연기 입자가 더 작아서 폐나 기타 장기에 더 나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이 하루의 상당 시간을 보내며 생활하는 어린이집, 유치원 주변에서의 흡연은 아이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수송동 종로구청 제2별관에 위치한 종로구청어린이집 외벽 곁에서 두 직장인이 담배를 피우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종로소방서 옆에 위치한 제2별관에는 종로구청어린이집 외에 구청직원식당과 종로가족관, 체력단련실 등이 자리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수송동 종로구청 제2별관에 위치한 종로구청어린이집 외벽 곁에서 두 직장인이 담배를 피우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종로소방서 옆에 위치한 제2별관에는 종로구청어린이집 외에 구청직원식당과 종로가족관, 체력단련실 등이 자리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유치원과 어린이집 내 흡연은 금지돼 있다. 유아교육법의 적용을 받는 유치원의 경우 건물 뿐 만 아니라 운동장, 주차장, 화단 등 시설에 속하는 울타리 내의 부속시설까지 금연구역으로 규정돼 있어 어느 정도 간접흡연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지만, 어린이집은 실내만 금연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대부분의 소규모 어린이집의 경우 복합건물에 상가 등과 함께 있거나 단독건물이더라도 바로 옆에 점포가 밀집해 있어 보행자들의 담배연기에 아이들이 그대로 노출되거나 창문을 통해 담배연기가 실내로 들어오는 등 간접흡연 피해를 고스란히 겪을 수밖에 없다.

 

초등학생보다도 상대적으로 간접흡연에 더 취약한 영유아들의 보육시설 주변이 간접흡연의 피해로부터 법적으로 보호 받지 못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어린이집 내에서 환기도 자주 해야 하는데 밖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 때문에 연기가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며 “대부분 흡연자들이 어린이집이라는 푯말을 봐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편이다. 어린이집이 큰 길가에 위치하다 보니 건물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화단에 담배꽁초를 버리고 가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러한 문제들이 제기되면서 담배연기가 어린이집으로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고, 등하원시 아이들이 담배연기로부터 피해를 입지 않게 하기 위한 지자체들의 움직임도 생겨났다.

 

서울 서초구는 전국 지자체 최초로 지난 2012년 10월부터 어린이집과 유치원 주변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해 운영 중이다. 이에 따라 관내 유치원 26개소와 어린이집 222개소 등 248개소의 건물 경계선으로부터 10m 이내의 도로법에 의한 보도나 차도에서는 흡연이 금지됐다. 강남구나 동대문구도 어린이집 주변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조례를 제정해 아이들을 간접흡연의 유해환경으로부터 보호하는데 동참하고 있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어린이집·유치원 주변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한 후 안내 플래카드를 걸고 계도활동을 펼치고 있다”며 “흡연자들도 아이들에게 만큼은 흡연 피해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인지 주변에서의 흡연 횟수도 줄고 반응도 꽤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내 18명의 단속요원이 흡연자가 많거나 민원이 많이 발생하는 곳 중심으로 단속활동을 벌이고 있는데 지난 한 해 동안 보육시설 주변에서 적발된 흡연자 수는 전체 관내 금연구역 1만 여 곳에서 적발된 전체 건수 2만 건 중 9건 정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에서도 금연 관련 조례제정을 통해 어린이집 주변 금연구역 지정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인천광역시와 대전광역시 등은 시 차원에서 흡연피해방지 조례를 마련해 어린이집 출입구로부터 10m 이내 지역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을 두고 지자체 조례가 아닌 법률로 정해 전국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어린이집 주변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건 지자체에서 각각 조례로 정할 게 아니라 전국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 차원에서의 대책이 필요하다. 또 단속과 더불어 흡연자들의 금연의식을 향상시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들 둘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 아버지 안아무개 씨도 “흡연자의 입장에서 보면 별도의 흡연실은 설치하지 않으면서 금연구역만을 확대하는 것은 흡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면서 “그래도 최소한 아이들에게는 흡연 피해가 가지 않도록 어린이집 주변 통학로 정도는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온기 푸르니보육지원재단 상무이사는 “어린이의 건강과 관련된 문제인 만큼 도로교통법에서 어린이보호구역을 지정해 관리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흡연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한다는 개념으로 국가가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어린이집의 경우 유형이 다양하고 어린이집별, 지역별 입지조건도 모두 다르기 때문에 법에서 건물에 대해 규정할 순 있지만 거리에 대해 일률적으로 규정하긴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각 지자체의 상황에 맞게 조례로 금연거리를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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