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육아, '문지기' 엄마와 소통하세요
남편과 팀을 이뤄 아이를 양육해야
[연재] 심리학자 아빠의 행복한 육아
부부 관계가 좋지 않을 때 아이에 대한 남편과 아내의 행동은 어떻게 변할까? 심리학자들이 부부 인터뷰와 설문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밝혀낸 사실은 다음과 같다. 남편은 아이를 차갑게 대하고, 아내는 이를 보상이나 하려는 듯 아이에게 더 잘해주려고 한다는 것! 아빠들에게 그리 달갑지 않은 소식일 수 있다. 마치 자신이 아이를 어떻게 대하는지 아내가 감시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단지 느낌이 아니다. 과학자들에 의해 입증된 사실이다.
미국 캔자스 주립대학교의 드 루시(M. F. De Luccie)는 아빠의 양육 참여에서 엄마가 문지기(gatekeeper) 같은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그녀는 이 사실을 검증하기 위해 144명의 엄마들을 대상으로 설문연구를 실시했다. 엄마들에게 남편의 육아에 대한 태도(인식, 만족도)와 결혼만족도, 남편이 실제로 양육에 얼마나 참여하는지를 조사했다. 그리고 아빠의 양육 참여를 설명하는 변인이 무엇인지 찾아보았다.
그 결과 아빠의 육아에 대한 엄마의 두 가지 태도, 즉 아빠 육아가 중요하다는 ’인식’과 아빠 육아에 대한 ‘만족도’가 아빠 육아와 직, 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엄마가 아빠 육아가 중요하다고 생각할수록, 아빠 육아에 대해서 만족할수록 아빠들의 양육 참여가 높았다. 이 외에도 아이의 나이가 어릴수록, 엄마의 결혼 생활 만족도가 높을수록 아빠의 양육 참여가 높았지만 이 역시도 아빠의 양육 참여에 대한 엄마의 두 가지 태도를 통해 간접적으로만 영향을 미쳤을 뿐이다.
드 루시가 ‘문지기로서의 엄마 모형’을 제안한 이후 아빠의 양육 참여에 있어서 엄마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연구가 쏟아져 나왔다. 어떤 연구에서는 아빠의 양육 참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빠 자신의 특성보다는 엄마의 특성이라고도 했다.
마치 아빠의 양육이 엄마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듯하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할까? 분명 아빠도 양육자로서 생물학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양육 효과도 엄마와 비교했을 때 부족하지 않은데 말이다. 이에 대해 미국 미네소타대학교의 도허티(W. J. Doherty)와 동료들은 그 원인을 문화에서 찾는다.
“여성에게 엄마(일차 양육자)의 역할을 부여하는 강력한 문화적 힘 때문입니다. 따라서 아빠들의 적극적인 육아는 여성의 정체성을, 그리고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영역(자녀 양육)에 대한 통제감을 어느 정도 위협할 수 있습니다.”
요즘 적지 않은 남편들이 엄마 못지않게 양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고, 심지어 엄마가 밖에서 일을 하고 아빠가 집에서 집안일과 자녀 양육을 전적으로 책임지는 전업주부의 삶을 산다고 한다. 그러나 훨씬 더 많은 가정에서는 여전히 엄마가 일차 양육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많은 미혼 여성들은 결혼 후 자신도 엄마로서 살 것이라고 생각한다. 취직 대신 시집을 간다고 해서 생겨난 ‘취집(취직+시집)’이라는 용어는 있지만 취직 대신 장가를 간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지 않은가. 이는 아직까지도 가정에서 양육자의 역할은 주로 여성들이 감당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남편의 육아가 엄마로서, 여성으로서 주어진 역할을 다하려는 아내의 자존심을 손상시킬 수 있다니! 이 사실은 아내들에게 당연할 수 있지만, 남편에게는 그저 당황스러울 수 있다. 아내가 그토록 원해서 아이들 양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는데, 이제 와서 자신보다 아이를 더 잘 본다는 이유만으로 혹은 더 잘 따른다는 이유만으로 아내로부터 옐로우 카드를 받을지도 모른다니! 당황스럽지만 이것이 아내들의 마음이니 어쩌겠는가?
엄마가 자녀 양육에서 문지기 역할을 하고 싶어 한다는 이상의 연구결과가 아빠들에 주는 조언은 명확하다. 바로 육아에 있어서 반드시 아내와 조율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남편이 아내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자녀 양육에 참여하면 부부 갈등은 뻔하고, 결국 아이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사실은 아내들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드 루시의 말을 빌리면 이렇다.
“엄마는 아이 돌보는 아빠의 능력에 대해서 신뢰해야 하고, 아빠에게 자녀를 돌보는 책임을 기꺼이 맡겨야 합니다.”
아내는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려는 남편을 감시하고 경계하는 악덕 문지기가 아니라, 집 밖을 배회하는 남편이 집을 잘 찾아들어올 수 있도록 친절히 안내하고 인도하는 선한 문지기가 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남편은 양육에 무관심하거나 관심이 있더라도 적절한 방법을 모른다. 이런 남편을 위해 아내는 아이와 남편 사이에서 기회를 만들고 적절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아이에게는 도통 관심이 없다면서 남편을 무시하거나 타박하고, 불평만을 쏟아내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남편과 함께 팀을 이루어 아이를 잘 양육하도록 해야 한다. 결국 부부의 하모니가 중요하다.
*칼럼니스트 강현식은 ‘누다심’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심리학 칼럼니스트다. 누다심의 심리학 아카데미(www.nudasim.com)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다양한 심리학 정보와 소식을 전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일보다는 두 아들과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하는 행복한 아빠다. 많은 아빠들에게 아빠 육아의 즐거움과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서 『아빠 양육』1, 2권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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