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보조금 횡령? 생존권 위한 것"
"어린이집 보조금 횡령? 생존권 위한 것"
  • 안은선 기자
  • 승인 2014.03.03 14: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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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권센터 "어린이집 재산권 침해 당하고 있어"

【베이비뉴스 안은선 기자】

 

그동안 비리의 온상으로 비판받아 온 민간 어린이집이 실상은 재산권 침해를 넘어 생존권까지 위협받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정부가 이를 알면서도 문제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아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시민단체 프리덤팩토리 산하 재산권센터가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개최한 ‘어린이집 비리의 뿌리를 밝히는 고백대담’에서 어린이집 관계자들은 “어린이집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과도한 재산권 침해로부터 기인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어린이집은 그동안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특별단속을 통해 영유아 허위 등록, 인건비 착복, 각종 비용 부풀리기 등 국고보조금을 횡령한 혐의로 적발돼 비리와 편법이 난무한 사회복지시설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어린이집 현장에서는 “어린이집을 설립하기 위해 개인 재산을 출연했던 출연자 개인의 재산권 행사가 심각하게 규제받고 있어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현실적인 표준보육비 산정, 자기 자본으로 이루어진 어린이집의 특수성을 반영한 재무회계 규칙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찰이 적발한 ‘비리’가 실상은 ‘생존비’ 확보를 위한 것이라며 정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프리덤팩토리 재산권센터 창립기념 대담이 열리고 있다. 사진은 한상환 어린이집 종합지원센터장(왼쪽), 이은경 전직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 원장, 이의춘 재산권센터장.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프리덤팩토리 재산권센터 창립기념 대담이 열리고 있다. 사진은 한상환 어린이집 종합지원센터장(왼쪽), 이은경 전직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 원장, 이의춘 재산권센터장.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이날 대담자로 나선 한상환 어린이집종합지원센터장은 “어린이집은 설립초기부터 원장이 재산을 출연했다는 점에서 헌법상 재산권 보호를 받아야 하지만 실제로는 정부의 지원을 조금 받는다는 이유로 출연자의 재산권 행사가 원천적으로 차단되고 있다”며 “정부의 지원금도 필요한 운영자금에 비해 워낙 쥐꼬리에 불과해 각종 편법과 비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 센터장은 “보건복지부가 요구하는 건 ‘수입-지출=0’인 구조다. 한마디로 개인 자본을 투자해 어린이집 차려도 원장 급여를 제외하고는 단 돈 10원도 가져갈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무상보육이 정책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복지부는 비영리사업이라는 테두리 안에 전국 120만 명의 어린이들을 보육하는 민간어린이집을 가둬놓고 범죄 집단으로 몰고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패한 어린이집 원장’으로 본인을 소개하며 대담에 나선 이은경 전(前)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 원장은 지난 13년간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을 운영한 경험을 예로 들며 “생존권 보장이 안 되는 현재의 회계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각종 부정과 거짓으로 돈을 빼돌리는 비리는 절대 근절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설립초기에 막대한 투자비용이 들어가는 최소한의 이자 지원도 해주지 않으면서 정부의 지원을 국공립 어린이집과 똑같은 회계를 요구하다 보니 우리는 빚을 갚고, 죽지 않고 살기 위해 편법을 선택해 운영할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또한 이 원장은 “이건 인격이 불량한 극소수 어린이집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 복지부가 제시한 회계대로 한다면 전체 4만 3000개의 민간어린이집이 전부 시설폐쇄 대상”이라며 “별도의 수입이 없고 수익사업도 없이 어린이집만 운영하는데 딴 방안이 있을 게 없다. 단지 금액의 차이만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 원장에 따르면 적자를 면치 못해 정리하려는 어린이집은 암묵적으로 ‘권리금’이라는 명목으로 토지와 건물 비용 외에 초기시설투자비용을 받고 넘기고 있다. 그나마 그렇게 떠나는 것은 운이 좋아 가능한 일이다. 대부분의 어린이집들은 접을 수가 없어서 편법 운영을 한다는 것. 가장 대표적인 것이 허위 교사를 등록하거나, 업체에 특별활동비나 급간식비, 교재비, 현장체험학습비 등을 입금한 뒤 되돌려 받는 방식이다.

 

특히 이 원장은 “어린이집이 월수 500만 원이니 1000만 원이니 하는 광고는 전부 거짓”이라며 “‘은폐’와 ‘회계부정’만이 생계비 마련 창구라는 사실은 숨긴 채 브로커를 끼고 빠져나간 일부 양심불량 원장들로 인해 전 재산을 털어 넣고 어린이집을 인계한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그들은 먹고 살기 위해 어린이집을 몰래 인계했다는 사실을 더 범죄라 인식해 가슴이 시커멓게 타도 침묵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영유아보육이라는 국가목적사업을 담당하는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어린이집에서 비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문제를 외면한 채 오히려 자신들의 직무유기에서 벗어나려고 규제만 강화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 센터장은 “어린이집 원장들이 숱한 세월 동안 생존권 보장 창구가 없는 회계구조를 개선해 달라고 한목소리로 호소하고 울부짖었지만 아무도 돌아보지 않았다”며 “정부는 공보육이란 미명 아래 사유재산을 기부하고 적자비용 책임까지 짊어진 채 재정 부담을 감당하는 자들의 생계유지를 외면한 채 20년이나 지나왔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원장들이 오랜 세월 동안 더 큰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건 이러한 진실을 밝힌 후에 복지부에서 진행되는 지도점검 때문이기도 하다”며 “집회에 참석하는 원장들의 어린이집에는 지도점검을 실시해 시설 정지, 시설폐쇄, 보조금 반환 조치 등 각종 행정처분을 내리니까원장들이 제대로 목소리도 내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 원장은 “초기시설투자금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고 회계제도를 개선하면 비리를 저리를 이유가 없다”며 “국가목적사업을 위해 정책적으로 참여한 원장들이 여태까지 고생한 채 왜 맨 몸으로 나가야 하는지, 또 결국 나갈 수조차 없도록 법을 만들어 놓고 끊임없이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안을 바꾸는 국회의원들도 원망스럽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의춘 재산권센터장은 “생존 자체가 안 되는데 보육사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겠느냐”며 “제도가 비리를 양산한다면 제도를 고쳐야 한다. 정부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제도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 재산권센터에서도 앞으로 위헌소송, 행정소송이나 관련 입법 개선활동을 적극적으로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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