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안은선 기자】
아동 성폭행 사건을 보도한 기사에 음란한 댓글을 단 악플러들에게 법원이 벌금형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음란한 댓글자체로도 범법행위가 입증된 이례적인 판례로, 앞으로 음란 댓글을 달아 성범죄 피해자에게 또 다시 상처를 주는 악플러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송각엽 판사는 아동 성폭력 사건을 다룬 기사에 가해자에게 동조하거나 피해자를 조롱하는 악성 댓글을 단 혐의(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 유포)로 약식 기소된 대학생 배아무개(26) 씨 등 8명에게 벌금 100만~300만 원을 명령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2012년 7월 경기 여주에서 50대 남성이 4살 여아를 성폭행한 사건과 다음 달인 8월 전남 나주에서 발생한 7세 여아 성폭행 사건을 보도한 기사에 차마 입에 담기도 어려운 말들로 가해자의 행동에 동조하거나 피해 아동들에게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댓글을 단 혐의를 받고 있다.
아동성폭력추방 시민단체 ‘발자국’ 전수진 대표 등 1071명은 같은 해 9월 악성 댓글을 남긴 아이디 74개를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 및 음란물 유포죄로 경찰에 고발했다.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를 지지하고 부추기는 내용의 댓글을 달고, 음란하고 혐오스러운 내용의 댓글을 게시하면서 쾌감을 느끼는 악플러들을 강력하게 처벌하지 않고 방관한다면 아동 성범죄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전파돼 제3의, 제4의 아동 성폭력 가해자가 양산될 수도 있다는 게 고발 이유다.
이후 경찰에서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지난달 28일 이들을 약식 기소했고, 법원이 이달 21일 약식명령을 내렸다.
전수진 발자국 대표는 “벌금형으로 그쳐 아쉽기는 하나, 음란물 유포죄로 댓글 하나가 100~300만 원의 벌금형을 받은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판례”라면서 “또 지금까지는 성폭력 관련 댓글이 직접 당사자가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로만 고소를 할 수 있었지만 제3자에 의한 고소고발이 범법행위임을 입증을 한 첫 사례라는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전 대표는 “이번에 벌금형이 내려진 8명을 제외하고도 당시 빠져나갔던 악플러들에 관한 자료를 가지고 다시 고발 접수할 예정”이라며 “'발자국'은 느리지만 천천히 세상을 바꾸는 일에 일조하겠다”고 말했다.
[Copyrights ⓒ No.1 육아신문 베이비뉴스 기사제보 pr@ibabynew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