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용 식탁의자, 아이의 권리 아닐까요?
입식 식탁의자, 패밀리 레스토랑 기본서비스로 정착 하지만 좌식용 식탁의자 구비한 곳은 찾아보기 힘들어
[특별기획] 숨은 아동 인권 찾기
눈에 드러나는 아동에 대한 심각한 신체적 학대나 정서학대, 방임만큼이나 어른들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부분이 바로 만성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아동 학대다. 베이비뉴스(대표 최규삼)는 푸르니보육지원재단(이사장 송자)과 함께 어른들이 무의식중에 행하고 있는 행동들과 사회 구조물 가운데 우리 아이를 아프게 하거나 불편하게 만드는 잘못된 행동을 살펴보고, 아이들의 인권을 되짚어보는 ‘숨은 아동 인권 찾기’ 특별기획을 진행하고 있다. 그 열한 번째로 식당에서 아이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밥 먹을 권리에 대해 짚어봤다.

영유아를 동반한 가족 단위 손님을 잡기 위한 외식업계의 서비스가 진화하고 있다. 이제는 어린이용 수저나 식기를 제공하는 것은 기본이고,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식당이라면 유아식탁의자를 구비하는 것도 보편화 됐다. 또 아이들이 즐겁게 노는 동안 부모들이 여유로운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식당 내 놀이방을 갖춘 곳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빕스나 애슐리 등 일부 패밀리 레스토랑에서는 아이들이 지루하지 않게 색칠놀이를 할 수 있도록 크레파스와 밑그림이 그려진 종이를 제공하는 서비스도 시행하고 있다. 아이들이 색칠놀이에 집중하는 동안 보호자가 편히 밥을 먹을 수 있게 하는 것.
CJ푸드빌 빕스 관계자는 “색칠놀이는 아이들이 식사시간 동안 지루해 하지 않도록 하고, 그 사이 부모님들이 좀 더 편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제공하는 하나의 서비스”라며 “지난해부터는 빕스 야탑점과 충청지역 일부 리뉴얼 매장에 유아서적이나 학습이 가능한 유아전용 태블릿을 구비한 키즈룸도 설치해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이런 서비스들이 더 다양하고 세분화될 수 있도록 계속적으로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있고, 패밀리 레스토랑이다 보니 가족 단위 고객들이 조금이라도 더 만족스러워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아이디어 회의 등을 꾸준히 하면서 좋은 방안들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입식 테이블을 사용하는 식당에서 유아식탁의자를 사용할 경우, 편하게 밥 먹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아이와 부모가 눈높이를 맞추면서 밥을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좌석판이나 발판의 높이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에 생후 6개월부터 10살 아이까지도 이용할 수 있다.
반면, 신발을 벗고 앉아 식사를 해야 하는 좌식형태의 식당에서는 아이들이 편히 식사할 수 있도록 유아용 의자를 갖춘 곳들을 찾기가 힘들다. 좌식 생활이 주를 이루는 우리나라에는 좌식형태의 식당들이 입식형태의 식당보다 훨씬 많은데다, 한식의 특성상 국이나 찌개 등 뜨거운 음식이 많은 상황에서 아이를 데리고 좌식식당에서 밥을 먹는 건 결코 녹녹치 않은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가 밥 먹을 동안 안전하고 스스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가운데 서울의 한 동네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김은주(45) 사장은 “유아용 의자의 경우 많이 구비해 놓지 않아도 되고 비용이 많이 드는 게 아니어서 소규모 식당에서도 얼마든지 관심을 갖고 마음만 먹으면 아이들과 부모가 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이 운영하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 주택가에 위치한 60석 규모의 완산골명가 남부터미널점에서는 아이 손님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여러 벌의 어린이용 식기와 수저세트, 그리고 부스터 2개를 구비해 놓고 있다. 부스터는 일반적으로 6개월 이상 몸무게 20kg 이하 아이들이 사용할 수 있는 유아용 의자를 말한다.
김 사장은 “2011년에 식당을 오픈했는데 주택가에 위치하다 보니 젊은 부부들이 아이를 데리고 식당을 찾는 경우가 많았다”며 “아이들의 특성상 한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다보니 부모님들이 아이 밥 먹이느라 본인들은 제대로 밥 먹을 여유조차 없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올 때마다 식당에서 그 아이들을 계속 봐줄 수가 없다보니 고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다 한 손님이 집에서 사용하는 부스터를 갖고 와서 아이를 앉히는 걸 보고 저거다 싶어 바로 구입해 그때부터 손님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구비해 놓고 있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그 손님한테 물어보니 아이가 밥 먹을 시간에는 부스터에 앉혀 밥 먹게 하고 내려놓으면 바닥에서 놀 수 있어서 좌식식당에 갈 땐 항상 가지고 다닌다고 하더라”며 “부스터는 입식 의자에도 장착할 수 있어 편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해장국집이다보니 뜨거운 음식들이 많이 나오는데 아이가 잘못 건드려 화상을 입거나 돌아다니다 다칠 위험도 있다. 식당 입장에서는 이런 위험 부담을 덜 수 있어서 좋고, 돌아다니다 다른 손님들에게 피해를 줄 확률도 줄어든다”며 “단골손님뿐만 아니라 처음 오는 손님들도 자연스럽게 부스터를 가져다 사용할 만큼 아이 부모님들의 반응도 좋은 편”이라고 귀띔했다.
22개월 된 아들과 함께 식당을 찾은 표주연(35·서울 광진구) 씨는 “요새는 의자에 앉는 방식의 웬만한 식당에는 유아식탁의자를 갖춰놔 편하게 이용할 수 있지만 좌식식당 중에 이렇게 부스터를 구비해 놓은 식당은 처음 봤다. 많은 식당에서 이런 서비스를 제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표 씨는 “보통 아이들은 식당에 가면 가만히 앉아 밥을 먹으려 하지 않고 왔다갔다하고 이것저것 많이 만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사고 날 위험이 있기 때문에 보통 아이 데리고 이런 좌식 형태의 식당에 가면 무릎에 앉혀서 끌어안고 밥을 먹인다”며 “이곳은 부스터에 앉혀 밥을 먹이니 엄마도 편하고 여러 위험으로부터 아이를 보호할 수 있어 좋은 것 같다”고 전했다.
김온기 푸르니보육지원재단 상무는 “식당이라는 공간에는 뜨거운 국물이라든지 그릇이라든지 아이들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는 여러 위험요소들이 있다”며 “이런 위험요소들로부터 안전을 보장을 해주고 아이가 스스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은 어른들의 의무이자 아이들의 권리”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 상무는 “음식 중에서 뜨거운 것이 같은 상에 차려지면 아이를 계속 제재하거나 음식을 먹여주거나 해야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좌식형태의 식당에서 유아의자를 갖춰 놓는 것은 하나의 좋은 배려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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