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볍씨 아빠의 육아일기
산하가 요즘 부쩍 아빠의 '음경'을 만지려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다. 자신과 다른 신체적 차이가 무척이나 흥미롭나 보다. 그래서 산하가 나의 '음경'을 만지려고 하면, 나는 "산하야, 이건 만지는 것이 아니에요"라고 한다. 그러면 산하는 꺄르르 웃으면서 지나간다. 그러면서도 내가 옷을 갈아입을 때, 혹은 같이 목욕을 할 때 눈에 보이면 만지려는 노력들을 하는 산하이다.
어제, 산하가 어린이집에서 있던 이야기를 해준다.
산하 : 내가 아가들 '고추' 하니까 선생니미 '짝' 손뼉을 쳤어요.
아빠 : 선생님이? 왜?
산하 : 만지려고 하니까, 선생님이 "짝" 손뼉 쳤어요.
아빠 : 산하야. 고추는 만지는 것이 아니야. 산하가 아빠 거 만지려고 하면 아빠가 못만지 게 하지?
산하 : 네.
아빠 : 만지면 안 돼요! 알았죠?
산하 : 네.
어린이집에서 자기 또래나, 어린 친구들이 기저귀를 갈때 남자 아이들의 고추를 보게 된다. 그럴 때 산하는 자기와 신체 특성이 다른 남자 아이들의 '음경'을 볼 때 만지고 싶나 보다. 그래서 만지려고 하니까 선생님이 손뼉을 치면서 못만지게 했다는 이야기를 한다.
요즘 산하는 호기심이 무척 왕성해졌다. 지나가다 궁금한 것들이 보이면 "저건 뭐에요?"라고 물어본다. 그리고 알려주면 그것을 그대로 머리에 입력하고 있다. 그렇게 알게된 것들이 숫자, 색깔들, 노래들이다. 자기 친구가 하는 것들, 주변의 사물들, 사람들의 생각들과 이름들이 궁금해서 매일 매일 물어보는 것이 일이다. 그런 과정에서 역시 자신과는 무언가 다른 남자 아이들의 신체 구조가 궁금했지 않을까 생각된다.
아침에 아내가 출근하기 전 산하에게 남자 친구들의 '고추'를 만지면 안 된다고 일러주고 간다. 나는 속으로 '성교육을 시작해야 하나? 신체를 설명하는 책을 보여줘야 하나?'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어린이집에 산하보다 한 달 빠른 여자 아이가 있었는데, 그 친구는 "나는 잠지가 있으니까 여자야"라고 했다. 산하에게 여자와 남자의 차이를 어떻게 설명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이 드는 아침이다.
이럴 때는 어떻게 알려주는 것이 좋을까요?
*칼럼니스트 김광백은 10여년 가까이 장애운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이며, 지역사회를 진보적으로 바꾸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시민입니다. 현재는 인천사람연대 장애의제 팀장으로 활동하면서 2012년 2월에 태어난 산하(딸, 태명 볍씨)의 육아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볍씨 아빠의 육아일기는 네이버 블로그(http://blog.naver.com/138100)를 통해서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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