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시범사업이 시작되는 자율형어린이집을 두고 부모들과 보육시설 종사자들이 모두 반발하고 있다. 부모들은 육아비용 부담을 가중시키고, 계층 간 위화감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보육시설장들은 사실상 자율이 아니다고 항의하고 있다.
서울 은평구 불광동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대회의실을 가득 메운 채 지난달 27일 열린 ‘공공형ㆍ자율형 어린이집 시범사업 공청회’에서는 정부에 대한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자율형 어린이집’은 우수한 어린이집이 부모의 수요에 맞춰 다양화ㆍ특성화한 보육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보육비용 결정과 보육과정 운영에 일정한 자율성을 부여하는 어린이집이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는 이날 공청회에서 지방자치단체별로 자율형 어린이집의 보육료와 특별활동비를 기존 보육료와 특별활동비의 1.5배 범위 내에서 정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대신, 정부보조금 지원을 중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단,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는 부모에게는 지원하는 영·유아보육료는 계속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더불어 보건복지부는 자율형 어린이집의 운영기준으로 ▲12시간 보육하는 종일제 운영 ▲표준보육과정에 따라 프로그램 운영 ▲국·공립 수준의 종사자 인건비 지급 ▲어린이집안전공제회 가입 ▲정보 공개 등을 제시했다.
이날 공청회에는 보육시설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해 보건복지부 발표에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뚜껑을 연 복지부 계획에 대해 현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한 어린이집의 원장은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없게 해놓고 자율형이라고 말하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공공형을 하고 싶으면 공공형 어린이집 운영방식을 선택해서 운영하도록 하고, 그렇지 않은 어린이집은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부모가 알아서 선택해 아이를 보내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자율형어린이집 도입 소식을 전해들은 21개월 아이를 키우는 정수빈(29, 가명) 씨는 “나라에서 직접 계층을 나누고 위화감을 조성하네요. 어디 어린이집을 다니는지만 알아도 빈부격차 딱 나오겠네요. 이래놓고 저출산 정책은 왜 만드나요? 둘째 생각을 접어야겠어요. 이게 낳지 말라는 거지 뭡니까? 출산하면 결국 학부모들만 죽어나는데…”라고 비판했다.
보건복지부 보육정책과 관계자는 “인원에 따른 지원, 시설 규모에 따른 지원 등 모두 올해 시행되는 시범사업을 통해 파악한 뒤 본 사업에 반영하겠다.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최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일각의 우려를 해소하고 본 사업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일 방지하기 위해 시범사업을 하는 것이다. 자율형에 대해서도 일단 시범사업을 해본다는 의미로 봐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