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아빠가 술만 먹으면 애를 깨워서…
애 아빠가 술만 먹으면 애를 깨워서…
  • 정가영 기자
  • 승인 2014.07.30 13: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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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술 마시는 이유, 아이는 궁금합니다

【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특별기획] 숨은 아동 인권 찾기
 
눈에 드러나는 아동에 대한 심각한 신체적 학대나 정서학대, 방임만큼이나 어른들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부분이 바로 만성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아동 학대다. 베이비뉴스(대표 최규삼)는 푸르니보육지원재단(이사장 송자)과 함께 어른들이 무의식중에 행하고 있는 행동들과 사회 구조물 가운데 우리 아이를 아프게 하거나 불편하게 만드는 잘못된 행동을 살펴보고, 아이들의 인권을 되짚어보는 ‘숨은 아동 인권 찾기’ 특별기획을 진행하고 있다. 그 열세 번째로 부모가 일상적으로 즐기는 술문화가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짚어보고, 부모가 아이를 위해 술을 먹기 전에 기억해야 할 행동 등에 대해 알아봤다.

 

‘애 아빠가 술만 먹으면 아이들을 깨워요.’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자주 가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주 올라오는 유형의 고민이다. A씨는 “밖에서 술 마시고 오면 기분이 좋은지 자는 아이들에게 장난 걸고 귀찮게 한다”고 토로했다. B씨는 “괜히 아이들 방에 가서 ‘아빠 왔다’며 안하던 애정표현을 하고 겨우 잠든 아이들을 흔들어 깨운다”며 못마땅해 했다.

 

C씨는 “아이들 앞에서 매일 술을 마신다. 물론 취할 정도로 마시는 건 아니지만 신경 쓰인다. 신랑은 ‘밖에서 마시는 것도 아니고 집에서 가족들이랑 오붓하게 밥 먹으면서 마시는 게 문제냐’고 하는데, 이젠 소주병만 봐도 싫다”고 말했다.

 

술은 우리나라의 익숙한 문화 중에 하나다. 한국 사람이라면 집, 회사, 식당, 술집 등 언제, 어디서든 늘 술에 노출된다. 이는 아이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술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로 부모의 알코올 중독과 그로 인한 부부싸움, 폭력, 욕설을 떠올리기 쉽다. 이런 상황에 놓여있는 아이들은 늘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정상적인 양육환경에서 자랄 수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놓치는 것이 있다. 부모가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술 마시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아이들에게는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 말이다. 부모가 부부싸움을 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등 극단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더라도 아이들은 술 먹는 부모의 모습을 보면서 심리적으로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소아청소년상담전문가인 허그맘 강동센터 양소영 원장은 “가볍게 한잔 하는 정도의 술은 아이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중독정도가 아니라도 계속적으로 부모가 술을 마시는 모습을 보이면 아이들은 눈치를 보게 된다”고 경고했다.

 

아이들은 부모의 반응이나 집안의 분위기로 상황을 파악하게 된다. 그런데 술만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술만 먹으면 우울한 표정을 짓는 부모의 모습을 보게 된다면 어떨까? 양 원장은 “아이들은 ‘아빠가 왜 술을 먹지? 속상한 일이 있는 걸까?’라고 생각하며 혼자 불안해할 수 있다”며 “대개 기분이 좋다고, 또 속상하다는 이유로 간단하게 술을 마시는 것이겠지만, 아이들은 ‘왜 그럴까’라며 억측을 하고 부모가 술 마시는 이유에 대해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된다”고 충고했다.

 

아이를 재우고 마시는 데 아이가 뭘 알겠느냐고 반문하는 부모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양 원장은 “아이들은 생활 속에서 부모의 스트레스, 부부관계 문제 등을 모두 느끼게 된다. 아이들은 어떤 상황이 좋은지 안 좋은지 걸러내는 능력은 없는 반면, 그 상황을 굉장히 빠르게 흡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부모의 술 먹는 모습은 아이들에게 ‘어른들만 할 수 있는 것’, ‘멋있어 보인다’는 호기심을 심어줌으로써 아이들이 술을 일찍 경험하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부모들이 술을 먹는 모습을 일상에서 자주 접할수록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술에 익숙해진다는 말이다.

 

뿐만 아니라 민감성이 뛰어난 아이들은 기회주의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양 원장은 “부모가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아이들은 ‘아빠가 술 먹어서 기분이 좋은가봐. 용돈 좀 받아볼까?’라든지, ‘기분이 안 좋은가봐. 오늘은 조용히 피해야겠다’는 등 약삭빠른 태도를 배우게 된다”고 염려했다.

 

특히 술을 먹었을 때와 안 먹었을 때의 분위기가 다를 경우 아이들은 큰 혼란에 빠지게 된다. 무뚝뚝한 부모들은 술을 핑계 삼아 아이들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는 경우가 있다. 자는 아이를 깨워 스킨십을 하고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사다주기도 하며 적극적으로 사랑을 표현하지만, 술을 먹지 않았을 때, 술을 먹었을 때 했던 것처럼 아이에게 반응해주지 않으면 아이들은 이중적인 부모의 모습에 당황하게 된다. 즉, 술 먹었을 때, 안 먹었을 때의 양육방식이 달라지면 아이의 올바른 성장에도 방해를 준다.

 

술 먹는 모습을 아이에게 자주 보이지 않는 게 제일 좋겠지만, 부득이하게 술 먹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면 어떠한 이유와 감정으로 술을 마시는지 정확하게 알려주는 것이 좋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술 먹는 모습을 아이에게 자주 보이지 않는 게 제일 좋겠지만, 부득이하게 술 먹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면 어떠한 이유와 감정으로 술을 마시는지 정확하게 알려주는 것이 좋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술은 우리사회의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 있다. 한국주류산업협회(회장 권기룡)에 따르면 지난 2012년 15세 이상 우리나라 국민을 대상으로 한 알코올 소비량은 1인당 평균 9.16ℓ(공식소비량 9.12ℓ, 비공식소비량 0.04ℓ)이며, 1인당 맥주는 2.01ℓ, 소주는 5.69ℓ 마신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1명이 일주일 동안 맥주 2병, 소주 1병 이상을 꾸준히 마신다는 얘기다. 술 먹는 모습을 아이에게 자주 보이지 않는 게 제일 좋겠지만, 부득이하게 술 먹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면 아이들에게 어떠한 이유와 감정으로 술을 마시는지 정확하게 알려줘야 한다.

 

술 먹는 행위를 통해 엄마, 아빠의 상황이나 기분을 드러내는 게 아니라 “엄마가 오늘 기분 좋은 일이 있어서 아빠랑 술 한 잔 할거야”, “아빠가 오늘은 속상한 일이 있어서 한잔 마실게”라고 늘 부모가 의사표현을 통해 술을 마신다는 것을 고지하는 것이다. “딱 맥주 2캔만 먹을게”, “소주 1병만 마시고 안 먹을거야”라면서 술 먹는 양을 정하고 약속을 지킨다면 더욱 좋다. 가족간에 약속을 위해 ‘가족행동계약서’를 만들고 ‘술 마실 때는 꼭 미리 말해주기’, ‘이성을 잃지 않을 정도로 몇 잔 먹기’ 등 부모가 지켜야 할 규칙을 정하고 실천한다면 부모와 아이의 신뢰가 돈독해질 수 있다.

 

특히 호프집이나 술집 등 성인들이 술 먹는 공간에 부득이하게 아이를 데리고 갈 경우에는 반드시 아이에게 어떤 상황이 일어날 수 있는지, 또는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 설명해줘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린 술집이라는 곳에 갈 건데, 그곳에서는 어른들이 술을 많이 먹고 목소리를 높일 수도 있을 거야”라든지 “우리 그때 술집 갔었는데 어떤 아저씨가 소리쳤잖아. 그래서 ○○가 많이 놀랐을 것 같아. 아저씨가 화나는 일이 있어서 그러셨나봐“라며 아이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해주고, 아이가 느꼈을 반응을 살펴주는 게 필요하다.

 

양소영 원장은 “많은 부모들이 ‘아이가 어린데 뭘 알겠어’라고 생각하지만, 아이들의 무의식 속에는 부모가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크게 찍혀있을 수 있다. 아이를 독립적인 개체로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아이와 감정을 소통해야 한다”며 “그런 소통들이 아이가 어떤 상황이라도 건강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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