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는 지금 대소변 연습 중
우리 아이는 지금 대소변 연습 중
  • 칼럼니스트 김광백
  • 승인 2014.08.14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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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소변 가리기'는 모든 엄마 아빠의 고민

[연재] 볍씨 아빠의 육아일기

 

아내의 방학이 시작됐다(아내의 직업은 교사다). 아내는 방학의 시작과 함께 야심차게 계획을 세웠다. 바로 산하의 대소변을 가리게 하면서 기저귀를 떼는 것이었다. 산하는 내가 주로 키우지만, 나는 ‘시간이 해결하겠지’라는 약간 방관자적인 육아방법을 고수하는 반면 아내는 적극적으로 이런저런 아이디어와 계획을 세우는 편이다. 그래서 아내는 나의 약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방학에 산하 기저귀 떼기 계획을 수립했다.

 

방학이 시작하자마자 아버지의 칠순이어서 시골에 내려가야 하니 첫 번째 주는 패스. 방학의 두 번째 주는 어린이집 방학과 겹쳐서 아내가 세운 계획을 실현하기 좋은 적기가 됐다. 아내는 나의 소극적인 태도를 못마땅해하면서 자신만의 계획을 만들었다.

 

우선 산하가 대소변에 대한 반응을 정확히 알아보는 것이 중요했다. 내 육아일기를 계속 보신 분은 알겠지만 산하는 작년부터 대소변 가리는 연습을 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났음에도 별반 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기저귀나 바닥에 소변을 누는 것이 고착화된 듯 싶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산하 왈 “나는 기저귀에 쉬하는 것이 좋아”라고 말하기에 이르렀다. 할머니나 아내가 산하에게 쉬하자고 하면 산하는 기저귀를 가져왔다. 그리고 아기 변기에 앉기를 완강히 거부했다. 그래서 아내는 산하를 아기 변기에 앉히기 전단계로 화장실에서 소변을 누도록 하고, 엄마와 함께 화장실에서 쪼그려 앉아 소변누기를 권유했다.

 

아내 왈 “산하야, 여기서 쉬를 하면 엄마 쉬와 아가 쉬가 만나는 거야”라고 하면서 산하를 유혹하기 시작했다. 산하는 화장실에서 노는 것을 좋아하는데 아내가 화장실 바닥에 쪼그려 앉아서 소변을 보니 산하는 이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번 시도하고 나니 산하도 따라하는 것이 아닌가?

 

덕분에 산하는 집에서는 기저귀에 소변을 누지 않고 화장실에서 누게 됐다. 화장실에서 쪼그려 앉아서 소변 누는 것이 생각보다 간단히 성공했다. 그러나 여전히 아기 변기에 앉는 것은 싫어했다. 그렇게 쪼그려 앉아서 소변 누기를 며칠하고 나서 산하와 비슷한 또래의 친구가 놀러왔다. 그 친구는 산하보다 한 달이 늦은 남자아이인데 벌써 기저귀를 뗐다고 했다. 여기에 자극을 받은 아내. 산하랑 놀다가 그 친구는 화장실에 가서 소변을 눴는데 산하도 무척 그 장면을 신기하게 생각했다.

 

다음날 또 산하 또래의 친구 여자아이가 놀러왔다. 그 친구는 산하보다 5개월 정도 늦다. 그런데 그 친구도 기저귀를 떼었다고 했다. 아내는 더 큰 자극을 받았다. 그리고 여자아이가 소변을 화장실 변기에 앉아서 누는데 역시 산하는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두 친구가 가고 나서 아내와 나는 산하를 설득하기 시작하였다. “산하야, 00랑, 00는 쉬통에 앉아서 쉬를 누잖아. 산하도 한번 해볼까? 쪼그려 앉아서 쉬를 하는 것보다 변기에 앉아서 쉬를 하면 아빠 쉬와 엄마 쉬를 모두 만나는 거야”라고 하니 산하는 그 말에 넘어가서 화장실 변기에 앉아서 소변을 누기 시작했다.

 

그날 저녁 아내와 나 그리고 산하는 동네마트에 가서 산하가 눌 수 있는 변기커버로 바꾸었다. 산하가 좋아하는 뽀로로 그림이 가득 차 있는 것으로. 그날 이후 산하는 소변을 화장실 변기에 앉아서 누게 됐다. 아내의 고심과 노력 그리고 주변 아이들의 자극에 힘입은 결과 1주일 만에 소변 과제를 해결했다.

 

그러나 여전히 산하는 아기 변기에 앉는 것을 싫어한다. 내 생각에는 엄마와 아빠와 같이 무언가를 하는 것이 좋은 듯하다. 그리고 대변은 변기에 앉아서 하지 못하고 웅크리는 자세로 하고 있다. 그래서 아기 변기나 우리들이 같이 쓰는 변기에는 대변을 누지 못하고 있다. 

 

소변은 1주일간 엄마의 노력 끝에 가리기 시작했지만 대변이라는 숙제가 남아있다. 여전히 나는 소극적인 자세인 반면 아내는 적극적인 자세로 고민하고 있다. 엄마와 산하 모두 화이팅!

 

*칼럼니스트 김광백은 10여년 가까이 장애운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이며, 지역사회를 진보적으로 바꾸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시민입니다. 현재는 인천사람연대 장애의제 팀장으로 활동하면서 2012년 2월에 태어난 산하(딸, 태명 볍씨)의 육아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볍씨 아빠의 육아일기는 네이버 블로그(http://blog.naver.com/138100)를 통해서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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