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위 개구리주차, 유모차는 괴로워요"
유모차 보행자 위협하는 화정천 뚝방길
아이와 부모의 편리한 외출을 돕는 유모차는 아이의 보행권과 이동권을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 옷과 음식 등 아이와 외출할 때는 기본적으로 챙겨야 할 휴대용품이 많은데, 유모차는 이런 휴대용품도 실을 수 있어 부모와 아이 모두가 편안한 외출이 될 수 있게 도와준다. 하지만 아직 우리 주변은 유모차를 끌고 다니기 어렵기만 하다. 울퉁불퉁한 보도블록과 인도 위 불법주차 차량은 유모차 이용을 더욱 힘들게 만든다.
유모차 이용자들이 마음 놓고 외출할 수 있도록 보행 문화를 개선하고자 뉴시스와 베이비뉴스는 영유아 보행권 & 어린이 안전 연중캠페인 '유모차는 가고 싶다'(http://safe.ibabynews.com)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특별시와 서울특별시의회, 유아용품 전문기업 (주)에이원과 아프리카코리아 후원으로 진행되는 ‘유모차는 가고 싶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들고자 사회적 인프라를 개선하고 시민의식을 전환하기 위한 캠페인이다. 오는 10월 9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는 캠페인 제2기 서포터즈 소망식도 열린다. 베이비뉴스는 ‘유모차는 가고 싶다’ 특별기획으로 유모차 이용자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지역사회 현실을 살펴보고 아이와 엄마가 마음껏 누빌 수 있는 사회가 오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한 지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특별기획] 불법주차에 몸살 앓는 화정천 뚝방길
“불법주차 차량 때문에 길이 좁은데다 인도는 길이 제대로 다져지지 않아 울퉁불퉁해요. 그냥 걷기도 힘든 길을 유모차가 통과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에요.”
지난달 26일 오전 20개월 된 둘째 아들을 유모차에 태우고 화정천 산책로를 찾은 김영아(35) 씨. 결혼하고 이 동네에 거주한 지 수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화정천 인근을 걸을 때면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김 씨는 “이 근방은 아파트가 많지 않고 대부분 빌라다 보니 주차시설이 제대로 돼 있지 않아 불법주차 차량이 많은 편이다. 그러다 보니 도로가 2차선인데도 불구하고 차들이 1차선처럼 다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두 살배기 딸아이를 안고 나온 조아라(29) 씨 역시 인도를 점거하고 있는 불법주차 차량 문제를 꼬집었다. 조 씨는 “인도 낮은 턱에 차가 걸쳐져 있거나, 아예 인도 위에 주차돼 있을 때면 정말 화가 치밀어 오른다. 이럴 땐 유모차를 끌고 찻길로 이동하거나 들고 이동할 수밖에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조 씨는 “주차공간이 마땅치 않은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유모차가 지나갈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유모차를 끌고 다니기엔 인도 사정이 너무 안 좋다 보니 요즘엔 그냥 힘들어도 아기띠를 이용하게 된다”고 담담히 말했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와동 화정천은 안산시 중심을 남북으로 가로질러 시화호로 흘러드는 지류로, 지난 1970년대 반월공단 조성으로 도시가 산업화되면서 공장 오폐수, 생활하수 등으로 버려진 하천이었다가 2012년 생태하천으로 재탄생한 곳이다.
시민들이 찾지 않은 버려진 하천 고수부지에 6km 걸쳐 보행자와 자전거가 다닐 수 있는 산책로를 조성하고 인공폭포와 분수대를 설치하면서 시민들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하는 장소로 탈바꿈하게 된 것.
이처럼 화정천이 가족 나들이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거듭났지만, 화정천 뚝방길은 엄마들에게는 유모차 보행이 어려운 난코스 구간으로 꼽힌다. 우선 화정천 산책로로 들어서는 입구 중 하나인 강서고등학교 정류장에서부터 와동체육공원 사거리까지 마을버스로 네 정거장을 이동할 동안 화정천과 인접한 인도와 반대편 인도 위에는 일명 ‘개구리주차’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화정3교와 화정4교 사이는 상황이 더 심각했다. 이곳에는 화청천 산책로로 들어갈 수 있는 내리막길 경사로가 설치돼 있어 유모차를 끌고 온 엄마들이 즐겨 찾는 길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부 인도와 자전거 진·출입로와 맞닿은 곳에는 일반 승용차에서부터 덤프트럭 등 공사차량, 그리고 인화성물질이 담겨 있다고 적힌 유독물 운반차 등이 흉물스러운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또한 인근 주차난을 해소하기 위해 인도를 축소하고 개구리주차장을 만든 터라 통행이 어려울뿐더러 교통사고 등 안전사고에도 시시각각 노출돼 있다. 인도에 진입하기 전 높은 턱도 유모차 보행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이었다. 유모차가 없었다면 걸어 다니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턱도 유모차만 갖고 나오면 어느새 큰 걸림돌이 된다.
게다가 울퉁불퉁한 인도를 가거나 툭 튀어나온 보도블록 위를 지날 땐 유모차 손잡이를 부여잡고 방향을 조절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갑자기 힘을 주느라 손목 등에 통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유모차에 아이가 타고 있기 때문에 엄마들이 체감하는 무게는 배가 되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인도 곳곳에 세워놓은 전봇대와 쓰레기통, 깨진 유리조각이 널려있는 길목 등도 유모차를 끄는 엄마들에겐 위협적이다. 특히 넓이가 채 30cm도 되지 않을 법한 나무밑동이 드러난 흙길을 지날 때면 유모차의 한 바퀴는 흙길에 한 바퀴는 인도 턱에 올린 채 길을 통과해야 한다. 이렇게 몇 개의 나무를 지나야만 비로소 화정천 산책로에 도착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엄마들은 비좁은 인도를 통과하는 대신 찻길로 잠시 내려왔다 다시 올라서는 위험을 무릅쓰고 있다. 찻길에서 유모차를 발견한 차들이 ‘빵빵’대며 경적을 울려 아이가 놀랄 때도 있지만, 어쩔 수 없이 엄마들은 찻길 보행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안산에 거주한 지 5년째인 박미희(29) 씨는 “안산은 자동차가 많아서 그런지 항상 주차공간이 부족하고 갓길에 주차돼 있는 자동차들 때문에 아이와 엄마는 차도로 내몰리고 있다”며 “공원 조성은 잘 돼 있지만 그 공원을 가기 위해 엄마들이 도로로 내몰리고 있다면 아무리 잘 된 공원 조성도 무색해지지 않겠느냐”며 반문했다.
안산시청 관계자는 “대형차들이 차고지로 가야 하는데 화물 주차장을 만들어놔도 거리가 있으면 잘 안 가려고 간다. 그러다 보니 가깝고 편한 곳에 주차하는 경향이 있다”며 “보행자 공간에 주차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현장을 단속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고석훈 교통문화운동본부 실장은 “시·구청에서 주차요원 단속반을 충원해서 단속을 강화하고, 시민단체나 비영리단체와 협조해서 ‘유아가 위험하니 주차하지 말아 달라’는 문구가 담긴 스티커나 안내장을 부착하는 캠페인을 활성화하는 등 시민의식을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인도 위 불법주차 차량 등을 단속하고 개선하는 것은 유모차 이용자뿐 아니라 모든 보행자에게 도움이 되는 부분”이라며 “유모차 이용자 외에도 교통약자를 대변하는 차원에서 인도 환경은 반드시 개선돼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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