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 맛 파이는 왜 썩지 않을까
초코 맛 파이는 왜 썩지 않을까
  • 이유주 기자
  • 승인 2014.12.17 1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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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펀딩] 과자, 아이스크림의 불편한 진실

【베이비뉴스 이유주 기자】

 

요즘 허니버터칩이 제 아무리 잘 팔린다고 하더라도 이 과자의 명성을 따라갈 수 있으랴. 바로 '초코파이' 얘기다. 1974년 4월 첫 출시된 오리온제과의 초코파이는 '국민과자 중의 국민과자', '과자의 제왕'이라는 수식어가 붙어도 아깝지 않은 한국 과자의 살아있는 신화다. 달달한 초콜릿 빵과 폭신폭신한 마시멜로의 매력적인 조화는 40년이 넘게 줄곧 과자 판매 1위의 권좌를 지켜낼 수 있게 했다.

 

초코파이는 2003년 제과업계 사상 최초로 단일 제품 누적판매액 1조 원을 돌파했다. 특히 지난 2013년에는 10년 전의 두 배인 2조 1000억 원이라는 누적판매액을 달성했다. 초코파이는 단연 오리온제과 최고의 효자상품이라 할 수 있다. 초코파이가 크게 성공하자, 다른 제과업체들도 유사한 상품을 잇달아 내놓았고 ‘초코 맛 파이’ 시장까지 형성돼 오늘날까지 제과시장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초코 맛 파이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까지 즐겨먹는 국민 간식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과자의 대표적인 과자 초코 맛 파이는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서 얼마나 이바지했을까? 국민 과자라는 명성답게 건강에도 좋은 성분이 얼마나 많이 들어있을까? 초코 맛 파이의 충격적인 비밀을 아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바로 초코 맛 파이가 우리의 건강을 해롭게 하는 다량의 첨가물이 들어가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 초코 맛 파이 속 정제가공유지의 비밀은?

 

 

'초코 맛 파이는 왜 6개월이 지나도 썩지 않을까요?' 지난 12월 10일 오전 수원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초코 맛 파이의 비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안병수 후델식품연구소 소장.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초코 맛 파이는 왜 6개월이 지나도 썩지 않을까요?' 지난 12월 10일 오전 수원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초코 맛 파이의 비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안병수 후델식품연구소 소장.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가장 많이 팔리는 과자에 해로운 물질이 가장 많이 들어가 있다."

 

지난 12월 9일 오후 서울시 강서구 등촌동에 위치한 후델식품건강연구소 사무실. 10년 전 오리온제과 상품개발팀장으로 일하다가 퇴사해 지금은 아이들과 국민들의 건강을 지키는 활동을 하고 있는 안병수 후델식품건강연구소 소장은 초코맛 파이의 유해성을 이렇게 한마디로 말했다.

 

안병수 소장은 오리온제과에서 새로운 과자를 제조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업무상 과자를 많이 먹을 수밖에 없었던 그는 과자로 인해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잃을 뻔하다가 결국 과자에 대한 회의감으로 스스로 회사를 그만뒀고, 그 후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1편, 2편>, <내 아이를 해치는 맛있는 유혹 트랜스지방>, <과자가 무서워요> 등 식품첨가물의 위험성을 고발하는 책을 연달아 내면서 '과자를 주느니 차라리 담배를 권하라'는 경구를 회자시켰던 주인공이다. 현재는 글쓰기, 강연, 언론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대중들과 만나며 식품첨가물의 유해성을 알리고 올바른 식생활 지식을 보급하는데 힘쓰고 있다.

 

안 소장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과자인 초코 맛 파이는 정제가공유지 등 엄청난 양의 화학물질로 제조된다"며 "정제당류, 트랜스지방산, 첨가물 범벅인, 오늘날 문제가 되는 가공식품의 전형"이라고 말했다.

 

초코 맛 파이는 크게 겉 부분의 초콜릿, 중간 부분의 파이, 가장 안 쪽의 마시멜로 크림 등 세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우선 가장 겉 부분의 초콜릿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정통 초콜릿, 진짜 초콜릿이 아니라 '모조 초콜릿', '가짜 초콜릿'이다. 업계에서는 이것을 '준초콜릿'이라고 표현한다.

 

일반적으로 초콜릿 원료라 하면 '코코아버터', '코코아파우더', '코코아매스' 등이 있다. 그 중 코코아버터는 천연 초콜릿 재료로, 주로 정통 초콜릿을 만들 때 사용된다. 향료, 비누, 화장품 등 쓰이는 용도가 많아 대체로 가격이 높게 형성돼 있다. 때문에 제과업체는 진짜 초콜릿 재료인 코코아버터 대신 값이 싼 정제가공유지와 코코아파우더를 섞어 정통 초콜릿을 흉내 내어, 초콜릿 과자, 빵 등을 만든다. 카카오열매를 볶은 후 분쇄시킨 코코아매스도 간혹 사용하긴 하지만 이것 역시 생색용으로 소량만 쓰일 뿐이다.

 

"문제는 코코아파우더에 넣는 대용버터인 정제가용유지다. 정제가공유지는 인공적인 화학반응을 통해서 만든 기름(유지)이라고 보면 된다. 자연계에 없는 물질로, 화학물질인 것이다. 이 물질은 우리 몸에 해로운 것이다."

 

정제가공유지는 쇼트닝, 마가린 등의 고체형태의 유지로 초코 맛 파이의 준초콜릿을 제조할 대 사용할 뿐만 아니라 파이 부분을 만들 때도 상당한 양이 첨가된다. 정제가공유지는 수소(H)를 첨가한 화학반응으로 만들어지는데, 이 화학 반응을 거치면 유지 안에는 상당한 양의 트랜스지방산이 생성된다.

 

트랜스지방산은 동맥경화, 뇌졸중, 대장암, 전립선암, 난소암, 고지혈증, 당뇨병을 일으키고, 세포 손상, 만성 피부 질환의 원인이 되는 아주 고약한 물질로 익히 알려져 있다. 때문에 업체들은 최근 정제가공유지 제조 시 트랜스지방을 줄이기 위해 ‘수소첨가반응’ 대신 ‘에스테르교환반응’이라는 새로운 화학반응으로 정제가공유지를 제조하고 있다. 에스테르교환반응은 트랜스지방산을 조금밖에 생성하지 않기 때문이다.

 

 

안병수 후델식품연구소 소장은 화학적 반응을 통해서 만든 정제가공유지는 분자 구조가 미세하게 변형돼 있어서 몸 밖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몸속에 남아 각종 질환을 발생하는 원인 물질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안병수 후델식품연구소 소장은 화학적 반응을 통해서 만든 정제가공유지는 분자 구조가 미세하게 변형돼 있어서 몸 밖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몸속에 남아 각종 질환을 발생하는 원인 물질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정제가공유지는 '수소' 반응이든 '에스테르' 반응이든 화학적 반응의 산물이므로, 자연계의 유지와 달리 미세하게 지방산 구조가 변형된다. 분자가 끊어지기도 하고, 서로 달라붙기도 하고, 휘어지기도 하는 식으로 말이다. 이렇게 변화된 정제가공유지는 우리 몸에 들어가면 제대로 대사되지 못한다.

 

우리 몸은 이미 정제가공유지와 같은 인공 지방산이 자연 지방산이 아님을 알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정제가공유지는 몸 밖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우리 몸에 계속 남아 비만, 고혈압, 심장병, 중풍, 당뇨병, 암 등의 발병률을 높인다.”

 

2007년 의학 전문 저널 'Nutrition and Metabolism'(영양과 대사)에 실린 헤이즈 박사의 'Letter to the editor: healthy alternatives to trans fats'(편집자에게 보내는 편지 : 트랜스 지방에 대한 건강한 대안)에 따르면 '에스테르' 교환반응으로 트랜스지방산을 줄인 정제가공유지는 기존 수소첨가반응으로 만든 정제가공유지보다 오히려 더 해로울 수 있다. 인체 내에서 정상적으로 대사되지 않을 뿐더러 우리 몸의 당을 조절하는 대사까지 교란시키기 때문이다.

 

헤이즈 박사는 말레이시아 팜 오일 위원회 소속 캘리아나 선드램(Kalyana Sundram) 박사와 에스테르화 지방산에 대한 연구를 했던 미국의 생물학자이자 영양학자이다.  

 

"우리나라 식품업계는 아직 트랜스지방산만 줄이면 된다는 식이다. 이러한 문제를 제기하는 학자가 거의 없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트랜스지방산을 넘어 정제가공유지의 다양한 문제점에 대해 논하고 있다. 정제가공유지는 현대병의 대표적 물질이라고 보면 된다."

 

◇ 초코 맛 파이, 반 년 동안 왜 썩지 않을까

 

초코 맛 파이는 명성만큼이나 신비로운 제품이다. 파이 속 머시멜로는 3분의 1이 물이다. 수분이 있으면 미생물이 번식하기 마련이지만 초코 맛 파이는 가공식품 식품의 대명사 '라면'과 유통기한이 같다. 냉장, 냉동 보관 필요 없이 5~6개월 상온에 둬도 원형을 유지한다. 초코맛 파이의 전체 수분은 12%나 되는데, 이 정도로 수분 함량이 높으면 상온에서 변질 없이 수 개월간 유통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런데 왜 초코 맛 파이는 썩지 않는 것일까?

 

"초코 맛 파이의 유통 비결은 정제가공유지의 일종인 쇼트닝이 핵심이다. 쇼트닝이 썩는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쇼트닝은 화학물질이므로 벌레도, 쥐도 접근하지 않는다. 여름철에 아무렇게나 쌓아 둬도 절대 곰팡이가 피지 않는다."

 

초코 맛 파이 속에는 다량의 쇼트닝이 함유돼 있다. 쇼트닝이 변하지 않는 물질이니, 쇼트닝을 넣은 제품은 여간해서 변질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쇼트닝을 변하지 않는 '플라스틱 식품'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안 소장은 "초코 맛 파이에는 산도조절제도 들어가는데 이 산도조절제를 쓰면 제품이 산성으로 변한다"며 "산성 산태가 되면 미생물 번식이 억제되는 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밀가루도 제품이 상하지 않는 역할을 한 몫 해주고 있다. 대부분의 초코 맛 파이 제품은 국산밀가루가 아닌 수입밀가루로 제조된다. 수입밀가루는 농약이 많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이 밀가루를 쓴 제품 역시 미생물이 쉽게 번식하지 못한다.

 

"결국 수입밀가루의 농약, 쇼트닝, 각종 첨가물이 조화롭게 배합돼 보관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5~6개월의 유통기한이 지나도 초코 맛 파이는 잘 썩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유통기한을 정해둔 것은 식감이 떨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5~6개월이 지나면 수분이 빠져 식감이 떨어지는 것이다."

 

한편, 초코 맛 파이를 제조하는 기업 측은 안 소장의 주장이 전혀 근거 없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초코 맛 파이 시장 1위를 점유하고 있는 오리온제과 관계자는 "무슨 의도로 무슨 주장을 하던 그 분(안병수 소장)의 주장은 근거가 전혀 없다. 일방적인 주장을 할 뿐"이라며 "그 분이 정제가공유지의 유해성을 말하는 것은 우리나라 식품체계를 전부 부정하는 것과 같다. 우리는 국가의 법규를 철저히 준수해서 아주 안전하고, 위생적으로 제조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수입밀가루 역시 농약을 많이 써서 유해하다는 점은 근거 없는 주장이다. 우리나라 밀가루는 그럼 농약을 안 쓰냐. 모두 섭취했을 때 해가 되지 않는 수준의 양을 준수해 사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봉지과자도 해로운 화학물질 범벅일 뿐

 

 

딸기 맛 우유에는 딸기가 들어가지 않는다. 안병수 후델식품연구소 소장이 초등학생들에게 합성색소의 유해성을 일러주기 위해서 우유에 합성색소를 넣어 딸기우유를 만드는 실험을 해보이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딸기 맛 우유에는 딸기가 들어가지 않는다. 안병수 후델식품연구소 소장이 초등학생들에게 합성색소의 유해성을 일러주기 위해서 우유에 합성색소를 넣어 딸기우유를 만드는 실험을 해보이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우리나라 과자의 대표격 초코 맛 파이가 이 정도인데, 마트와 가게에서 파는 일반 봉지스낵은 어떨까? 딸기맛, 새우맛, 양파맛, 바나나맛 등 아이를 유혹하는 맛도 가지가지인데, 이들 과자는 정말 과일과 채소, 생선 등 천연재료로 맛을 내는 것일까?

 

안 소장은 "시중에서 파는 과자 대부분은 화학물질인 합성향료로 맛을 낸다"며 "합성항료는 같은 포도라도 달콤한 포도, 떫은 포도, 캘리포니아 포도 등 아이들이 먹는 과자 속 다양한 맛을 전부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자봉지 뒷면 원재료명 표기란에 적혀 있는 '숯불바베큐향', '벌꿀향', '딸기향', '밀크향', '고구마향' 등은 모두 인공향료다. 일반적으로 향료라고 하면 향만 내는 물질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미각세포를 자극해 훨씬 더 풍부한 맛을 느끼도록 해주는 게 바로 향이다. 맛이 없더라도 냄새만 있으면 맛을 느끼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맛과 더불어 과자의 색도 화학물질의 산물이다. 진짜 과일과 채소를 사용한 것이 아니라면 합성색소를 넣는다. 과자 속에 들어가는 화학물질 중 가장 해로운 물질이 색소다. 어른들이 주로 먹는 과자에는 빠지고 있는데, 여전히 아이들이 먹는 과자에는 많이 쓰이고 있다. 타르색소와 같은 합성색소는 당연히 해롭고, 코치닐색소, 캐러멜색소 등 천연색소로 해롭다. 색소는 합성이고 천연이고를 떠나 무조건 나쁘다."

 

합성색소의 역사를 활짝 열리게 한 것은 바로 '타르색소'다. 타르색소는 석탄의 부산물인 석탄타르에서 추출한 착색료로, 담배의 검은 진, 아스팔트의 검은 물질인 타르와 원재료가 같다. 타르색소는 여러 가지 합성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발암, 체중감소, 구토, 알레르기, 천식 등의 유해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요즘은 타르색소의 내막을 알게 된 소비자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기업들도 천연색소를 사용하는 추세다. 하지만 천연색소도 안전한 물질이라고 할 수 없다.

 

실제로 미국의 건강 저널리스트인 루스 윈터(Ruth Winter)가 쓴 '식품첨가물 사전'(A Consumer's Dictionary of Food Additives, Three Rivers Press, 1999)에 따르면 약 40년 전, 미국 보스턴 시의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에서 천연색소인 코치닐색소 때문에 어린 아이 한 명이 숨지고 환자 22명이 고통을 호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특히 영국의 과잉행동장애아 지원단체(HACSG)는 이 천연색소를 '어린이 음식에 넣으면 안 될 물질'로 분류하고 있을 정도다.

 

"시중의 모든 과자에는 색소, 합성향료 외에도 감칠맛을 내주는 인공조미료, 인공 지방산인 정제가공유지, 정제당 등 해로운 물질 5가지 이상이 100% 들어간다. 이 물질들에는 영양소가 없다. 우리 몸에 해로운 물질일 뿐이지, 이로운 물질이 전혀 아니다."

 

과자의 유해성을 깨닫게 된 부모들이라도 아이들에게 과자를 사주지 않고 키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와 관련해 안 소장은 "친환경 식품회사에는 화학물질은 안 쓰고 만든 과자가 있다. 값이 비싸기는 하지만 색소, 향료는 안 쓴다.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시중 제품보다는 화학물질을 적게 쓰는 편"이라고 전했다.  

 

◇ 아이스크림이 아이들에게 위험한 진짜 이유

 

 

안병수 후델식품연구소 소장은 “아이스크림 속에 들어가는 유화제는 그 자체로는 해로운 물질이 아니지만, 몸속에서 중금속, 발암물질, 노폐물 등 몸 밖으로 배출해야 할 나쁜 물질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작용한다”고 말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안병수 후델식품연구소 소장은 “아이스크림 속에 들어가는 유화제는 그 자체로는 해로운 물질이 아니지만, 몸속에서 중금속, 발암물질, 노폐물 등 몸 밖으로 배출해야 할 나쁜 물질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작용한다”고 말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2006년 한 어린이도서관의 교사가 아이들과 직접 아이스크림을 끓이는 실험을 했던 적이 있다. 향긋한 과일향이 날 것 같았던 아이스크림은 끓이자마자 이내 코를 찌를 듯한 악취가 나는 찐득찐득한 잼으로 변해버렸다. 아이들은 모두 손 사레를 쳤고, 교사는 이 실험 내용을 한 언론사에 기고했다. 이 실험은 지난 2008년 KBS '스펀지'에서도 방영돼 주목을 끌었고, 아직까지 온라인상에서도 회자되고 있다.

 

안 소장은 이 실험에 대해 "아이스크림에는 유화제, 향료, 정제가공유지, 색소, 정제당, 산도조절제 등 유해물질이 들어가는데, 각종 화학첨가물이 모두 함께 타면서 악취가 나고 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이스크림에 얼마나 많은 첨가물이 들어가 있는지 제대로 보여주는 실험인 것이다.

 

"아이스크림 속에는 유해물질들이 많이 있지만 특히 유화제가 가장 큰 문제다. 유화제는 물질 자체로는 해로운 것이 아니지만 간접적으로 우리 몸 안에서 해로운 작용을 한다. 우리 몸에 들어가서 중금속, 발암물질, 노폐물 등 지용성 물질들이 배출되는 것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아이스크림을 만들 때 물과 기름이 분리되는 게 큰 어려움이다. 이를 막기 위해 아이스크림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유화제가 사용된다. 유화제는 천연유화제도 있지만 우리가 먹는 아이스크림의 경우 대부분 화학유화제가 사용된다. 화학유화제는 유화력이 강해 각종 유해성분을 체액에 잘 섞이도록 해서 몸 세포 안으로 흡수하게 만든다. 배출돼야 할 유해 성분이 체내에 쌓이니 각종 장애의 원인이 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우리 집 밥상에서 더할 음식 뺄 음식>(전도근 저, 북포스, 2008), <몸살림 먹을거리>(임선경 저, 씽크스마트, 2009), <밥상의 유혹>(이승남 저, 경향미디어, 2010) 등의 건강관련 서적에서도, 유화제는 장 점막이 흘러 보내려던 해로운 화학물질을 잡고, 영양소의 흡수까지 방해하는 물질로 설명이 돼 있다. 
 
그렇다면 시중 아이스크림보다 5~10배 이상 비싼 아이스크림 전문점의 아이스크림은 괜찮은 것일까, 화학물질이 들어가지 않은 것일까. 안 소장은 "아이스크림 전문점 제품도 화학적 첨가물이 들어가는 것은 똑같다"며 "아이스크림 가격 차이는 유지방량이 많으냐 적으냐의 차이일 뿐"이라고 단언했다.

 

안 소장의 설명에 따르면 값싼 아이스크림은 유지방을 쓰지 않고 정제가공유지를 쓴다. 유지방이 비싸기 때문이다. 전문점에서 파는 아이스크림은 유지방의 함량이 높고, 그래서 가격이 비싸다. 이렇게 유지방 함량의 차이만 있을 뿐, 유화제를 비롯해 색소, 향료 등 화학첨가물은 모두 똑같이 사용된다.

 

그렇다면 안전하고 건강에 좋은 아이스크림은 없는 것일까? 아이들에게는 무엇을 먹어야 하는 것일까? 안 소장은 "아이스크림도 과자와 같이 웰빙을 표방하는 전문점이 간혹 있다"며 "이 웰빙 아이스크림에는 과일, 채소, 우유, 비정제설탕 등 좋은 재료가 들어간다. 이렇게 좋은 재료를 넣어서 만드는 아이스크림은 믿을 만 하다"고 전했다.  

 

◇ 유해한 물질들, 왜 제재하지 못 하나

 

 

안병수 후델식품연구소 소장은 대중들과 만나 가공식품의 위해성을 알리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지난 12월 10일 오전 수원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과 만나고 있는 모습.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안병수 후델식품연구소 소장은 대중들과 만나 가공식품의 위해성을 알리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지난 12월 10일 오전 수원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과 만나고 있는 모습.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그렇다면 유해성이 알려진 수많은 첨가물들을 왜 우리 정부가 금지하지 않을까. 안 소장은 "해로운 첨가물을 금지하고 싶어도 못 한다. 미국처럼 식품첨가물의 유해성을 밝힐 과학적인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식품산업은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 미국이 식품에 대한 유해성을 제대로 조사하고 연구할 수 있는 과학적 수준을 갖추고 있어서다. 아울러 이러한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 때문에 여건이 충분치 않은 우리는 주로 미국의 결정에 따라가고 있다. 미국에서 쓰고 있는데, 우리만 단독으로 뺄 수 없는 것이다.

 

만일 우리나라가 단독으로 어떤 유해첨가물을 금지하는 결정을 내린다면 어떻게 될까. 안 소장에 따르면 WHO(세계보건기구)가 '금지한 이유'를 요구해 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금지한 이유에 상응하는 마땅한 연구 결과를 내밀지 못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독자적으로 행동할 수 없다는 얘기다.

 

막강한 파워를 가진 가공식품업계의 로비도 걸림돌이다.

 

"가공식품업체들은 자기네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정관계에 로비를 한다. (식품첨가물 금지 등의) 법제화를 시도한다면, 업계가 그렇게 하도록 가만 두지 않는다. 갖은 방법으로 로비를 해서 법제화를 못 하도록 막는다."

 

아울러 학자들의 양심 문제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학계는 유해첨가물에 관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려고 해도, 업계의 압박이 만만치 않아 스스로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학계에서는 기업 이익에 반하는 연구결과를 내기 어렵다. 그런 얘기를 하는 순간, 식품업계에 찍혀 연구비 지원을 받기 힘들고 교수직을 유지하기도 어렵다. 식품업계의 힘이 보통이 아니다. 제자들이 졸업 후 진출하는 곳이 식품업계이므로 양심적인 목소리를 쉽게 내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학자들이 식품첨가물의 유해성을 쉬쉬하는 것은 아니다. 트랜스지방산 연구의 권위자인 미국 메릴랜드 주 영양사협회장 메릭 에닉(Mary Enig) 박사는 지방 연구가들 사이에서 신망이 두터운 학자로 유명하다. 유지업계에서는 에닉 박사를 '경계대상 1호'의 인물로 지목하고, 필사적으로 그의 발언을 봉쇄하고 압박했지만, 그는 강직하게 트랜스지방산의 유해성을 연구하고 공론화시켰다. 오늘날 트랜스지방산의 위험이 많은 사람에게 알려진 것은 에닉 박사의 굳건한 양심 덕분이다.

 

안 소장 역시 2005년 식품첨가물 유해성을 밝히는 책을 집필한 뒤, 식품업계의 많은 압박을 받았던 경험이 있다. "법적 대응이 들어오기도 했고, '활동하지 말라'는 노골적인 협박도 받았다. 나로 인해 과자가 팔리지 않아서 부도나는 사람도 봤다. 그래서 한 동안 언론에 나가지 않고 조용히 있었던 적도 있다.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고, 옳은 일이 무엇인가 고민한 끝에 결국 이 길을 쭉 걷게 됐다."

 

안 소장은 여러 가지 문제를 떠나 정치인, 고위직 관료가 유해첨가물을 금지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그것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노르웨이,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가 독단적으로 타르색소 사용을 금지한 것처럼 말이다. 특히 노르웨이는 타르색소의 안정성이 밝혀질 때까지 사용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치인이나 고위직 관료의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법제화가 가능하다. 하지만 그들은 이 문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보다 중요한 게 더 많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식품업계의 로비를 먼저 생각하고, 국민 건강은 뒷전으로 놓는다. 그러면서 앞에서는 국민 건강을 운운한다."

 

◇ "식품회사가 알아서 잘 할 것이라고? 순진한 생각 말라"

 

 

안병수 후델식품연구소 소장은 “부모는 영어, 피아노 등 조기교육에 대한 고민보다, 아이에게 좋은 음식을 어떻게 먹일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부터 시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안병수 후델식품연구소 소장은 “부모는 영어, 피아노 등 조기교육에 대한 고민보다, 아이에게 좋은 음식을 어떻게 먹일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부터 시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이렇듯 변화를 위해서 걸림돌이 많이 있지만, 안 소장은 소비자들의 인식이 바뀌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공식품 시장이 너무나 거대해 스스로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다. 지금 상황에선 자연도태 되도록 하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 그렇게 만들려면 소비자들이 사먹지 않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해로운 것을 먹지 않고, 먹이지 않으려는 소비자들의 마음이 뭉치면 하루아침이라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소비자들이 가공식품을 외면하고 친환경식품을 찾는다면 자연스레 식품기업들도 첨가물이 많은 제품을 생산하지 않고, 보다 친환경적인 제품 생산에 몰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안 소장의 설명이다.

 

"미국 소비자들은 정부의 결정을 믿기보다 자기 건강은 자기가 챙긴다는 의식이 강하다. 반면, 우리나라 국민은 자기 건강을 나라에 맡겨놓는 경향이 있다. 식품회사가 알아서 잘 만들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으로 말이다. 이제는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알려고 노력해야 한다."

 

안 소장은 "암, 고혈압, 심장병, 중풍, 아토피까지 현대병에 걸린 사람들이 왜 병에 걸렸는지를 살펴보면, 그 배경에는 반드시 잘못된 음식이 있다"며 "자기와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지 말고, 스스로 자신의 식생활에 대해 잘 생각해봐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아울러 안 소장은 “지금 아이를 키우는 30~40대 부모들은 가공식품이 급속히 팽창하던 시기에 자랐기 때문에 가공식품에 너무 물들어 있다. 이들은 유해한 가공식품의 최대 피해자”라며 “실제로 오늘날 면역력이 가장 약하고 비만도 역시 가장 높고, 생활습관병도 가장 많이 걸리는 세대가 바로 30~40대다. 가공식품에 물든 이들이 지금 자신의 생활습관 그대로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안 소장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값이 나가긴 하지만 친환경적으로 만든 과자, 라면, 아이스크림 등이 판매되고 있다. 당장은 비용이 조금 더 들어갈지 몰라도, 길게 보면 오히려 더 싼 것이다. 사소한 돈에 연연하다가 나중에는 병원비 등 더 큰 목돈이 들어갈 수 있다"며 "조금 번거롭고 불편하더라도 엄마표 기호식품을 만들어 먹이고 웰빙식품을 사서 먹이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피아노, 미술, 영어학원에 보내고 가정교사를 모시는 등 조기교육을 시키기 전에, 제대로 된 식생활 교육부터 시켜야 한다. 먹는 게 제대로 이뤄져야 진짜 교육이 된다. 부모는 아이에게 좋은 음식을 어떻게 먹일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부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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