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15주에 의료비만 60만원' 부족한 고운맘카드
'임신 15주에 의료비만 60만원' 부족한 고운맘카드
  • 정가영 기자
  • 승인 2015.03.30 11: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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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한 기자가 직접 써본 고운맘카드의 현실

【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20주에 정밀 초음파 하고 나니 고운맘카드 잔액이 없네요. 나머지 임신 기간 동안 병원비가 만만치 않을 텐데 걱정입니다.”

 

“지금 병원 두 번 갔는데 고운맘카드 3만원 남았어요. 병원에서 이거 해야 한다, 저거 해야 한다 하면서 결제하니 한번에 20만원이 넘네요.”

 

정부는 임신한 가정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임신과 출산에 필요한 의료비를 고운맘카드를 통해 지원해주고 있다. 고운맘카드로 지원받을 수 있는 금액은 50만원, 쌍둥이 임산부는 70만원이다. 그러나 임산부들은 이 고운맘카드 지원 금액이 턱없이 모자라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임신 기간이 10개월인데, 10개월은커녕 5개월도 넘기지 못한 채 고운맘카드 잔액은 바닥이 나고, 결국 나머지 진료비는 개인 사비를 써야 한다는 것.

 

6개월 차 임산부 A씨는 바닥을 보인 카드 잔액에 한숨부터 내쉬었다. 첫 아이에 조산기까지 있어 받으라는 검사나 진료는 꼬박 받아왔는데, 남은 잔액은커녕 오히려 개인 돈을 털어 병원 진료를 받았다고 말한다.

 

A씨는 “초음파 비용이 4만5000원이니 3번만 가면 15만원이 넘는다. 병원에서 하라는 검사까지 받으니 50만원이 금세 사라졌다”며 “50만원으로 모든 진료비에 출산비까지 사용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말했다.

 

임산부들의 말처럼 고운맘카드로 지원되는 임신·출산 의료 지원비 50만원은 정말 부족한 것일까? 50만원을 정말 알뜰하게 사용하면 출산까지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이 같은 의문을 품고 해답을 얻기 위해 현재 임신 5개월에 접어든 기자가 직접 고운맘카드를 사용하며 임신·출산 의료비가 얼마나 드는지 살펴봤다.

 

◇ 고운맘카드, 10개월까지 쓸 수 있을까?

 

임신출산 지원비인 고운맘카드 50만원을 10개월동안 사용할 수 있을까? 기자가 직접 임신 5주경부터 15주까지 산부인과에서 받은 진료비는 총 60만7860원이었다. 고운맘카드 50만원이 임신 4개월이면 모두 사용된다는 소리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임신출산 지원비인 고운맘카드 50만원을 10개월동안 사용할 수 있을까? 기자가 직접 임신 5주경부터 15주까지 산부인과에서 받은 진료비는 총 60만7860원이었다. 고운맘카드 50만원이 임신 4개월이면 모두 사용된다는 소리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기자는 1월 2일 몸의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리고 집 근처 개인 산부인과 병원을 방문했다. 초음파로 자궁 한 쪽에 아기집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초음파 진료비는 3만3900원. 의사는 “자궁에 피가 고이면서 조산기가 있다. 아기집도 두 개라 쌍둥이일 수 있다”며 일주일 뒤 재방문해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산이라 아무것도 모르는 기자는 잔뜩 겁을 먹은 채 일주일 뒤 다시 병원을 방문, 지난주와 똑같이 초음파 진료비 3만3900원을 냈다. 의사는 다음주에 와서 다시 진료를 받자고 했다. 기자는 이때까지 고운맘카드를 만들 때 필요한 임신확인서를 제공받지 못했다. “임신 확인이 초기에 되면 돈 쓸 일이 더 많다”는 주변 임산부들의 말은 사실일까. 벌써 6만7800원이 나갔다.

 

아무래도 마음이 불편해, 그 다음 주 집 근처 산부인과 병원 중에서는 크고 유명하다는 병원으로 옮기기로 했다. 유명세처럼 처음 갔던 병원과는 달리 병원 대기실에는 임산부들이 넘쳐났다. 진료실로 들어서자 의사는 “임신 확인과 동시에 자궁의 건강상태 등을 살펴보는 검사들을 하겠다”고 했다. 이에 초음파 검사를 비롯해 자궁경부암검사, 인유두종 바이러스 검사 등을 받은 뒤 ‘임신 7주’ 진단을 받았다. 이제 엄마가 된다는 기쁨도 잠시 16만3000원이라는 진료비에 부담감이 확 밀려왔다. 고운맘카드는 아직 발급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산부인과 3번 방문에 23만800원의 진료비가 결제된 것이다. 병원에서 받은 임신확인서를 들고 당장 근처 은행을 방문해 고운맘카드를 만들었다.

 

◇ 임신 15주에 의료비만 60만원···고운맘카드 지원비 턱없이 부족

 

한 달 정도 후 병원을 방문하자, 산전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졌다. 산전검사는 빈혈, 매독, B형간염항체검사, 간기능검사, 풍진검사 등이 포함된 검사다. 각 거주지역 보건소에서는 병원에서 실시하는 산전검사 중 일부 검사를 실시해주고 있어, 보건소를 먼저 방문하고 검사 결과지를 산부인과 병원에 제출하면 산전검사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미리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지 않았던 기자는 병원이 시행하는 산전검사를 받아야 했다.

 

담당 의사는 “오늘 비용은 좀 각오하셔야 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얼마나 되겠어?’라는 생각은 잠시, 22만1860원이라는 엄청난 진료비 영수증이 기자 손에 쥐어졌다. 고운맘카드 50만원의 절반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순간이다.

 

이후 임신 12주에는 1차 기형아검사를 위해 병원을 찾았다. 1차 기형아검사는 ‘태아 목덜미 투명대 검사’라고 해서 초음파로 태아의 목덜미 투명대 두께를 측정하는 검사다. 다운증후군이 있으면 태아 목덜미의 임파선이 막혀 정상보다 두꺼워지는데, 이 투명대 두께가 3mm 이상이면 위험하다고 한다. 다행히 뱃속 태아의 목 투명대 두께는 1mm로 안전했다. 투명대 검사를 마친 동시에 정밀 초음파로 태아의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는 말이 들려왔다. 일반 초음파는 화면이 검정색으로 태아 모습이 단순하게 보이는 것과 달리, 정밀 초음파는 태아의 모습이 입체적으로 보이고 태아의 몸도 살색으로 보인다.

 

정밀 초음파까지 마치자 2차 기형아 검사를 위해 혈액검사도 시행해야 한단다. 2차 기형아 검사는 쿼드검사와 일명 ‘인티검사’로 불리는 통합선별검사가 있다. 병원에서는 1차적으로 뽑은 혈액과 4주 뒤 2차적으로 뽑은 혈액을 비교해 기형아를 선별하는 통합선별검사를 시행하고 있었다. 의사는 “쿼드검사는 기형아 선별 확률이 80%라면, 인티검사는 90% 가까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보건소에서 쿼드검사를 무료로 시행해주고 있어, 2차 기형아검사는 따로 병원에서 받지 않고 보건소에서 받은 검사 결과만 병원에 제출하기로 했다. 이렇게 1차 기형아검사와 정밀초음파 검사를 합쳐 나온 진료비는 8만4200원이었다. 2차 기형아검사까지 병원에서 받았다면 그 비용은 얼마나 될지 가늠할 수 없었다. 

 

이후 질염치료, 배뭉침 통증과 두통, 감기 증상으로 인해 초음파 진료와 수액 처치를 각각 한차례씩 받았다. 초음파와 수액 비용을 합쳐 7만1000원이 추가로 들었다.

 

기자가 임신 5주경부터 임신 15주까지 사용한 산부인과 진료비는 총 60만7860원이다. 물론 이 금액은 보건소에서 일부 받을 수 있는 산전검사를 비롯해 염증치료나 수액 처치, 자궁검사 등 예상 밖의 진료까지 포함됐다. 하지만 이런 예상 밖의 진료비를 제외하고서라도 고운맘카드 50만원으로 임신 10개월까지 버티기엔 버거운 측면이 크다.

 

◇ 국회 “고운맘카드 증액해야”··· 정부는 “초음파검사 부담 낮출 예정”

 

임산부는 임신을 확인 후 출산 때까지 정기적으로 방문해 건강상태를 확인하는데, 보통 임신 28주까지는 4주에 한 번, 임신 36주까지는 2주에 한 번, 임신 36주 이후에는 매주 병원을 찾아 정기검진을 받도록 권장되고 있다. 시기별로 ▲산전검사 ▲기형아검사 ▲임신성 당뇨병 선별 검사는 물론, 필요에 따라 ▲양수검사 ▲융모막검사 등을 받기도 한다.

 

임신 4주부터 임신 40주까지 다른 검사를 제외하고 초음파 검사만 받는다고 가정해보자. 위의 권장대로라면 총 15번의 진료가 이뤄지는데, 초음파 진료비가 병원에 따라 1회에 적게는 3만원, 많게는 6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임신 40주까지 45만원에서 90만원까지 드는 것이다. 물론 각 거주 지역 보건소에서는 산전검사를 비롯해 기형아검사(쿼드검사), 초음파검사, 임신성당뇨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보건소 사정에 따라 평일 오후 진료만 가능하거나, 초음파검사의 경우 임신 12주부터만 가능한 복부초음파만 시행하는 등의 한계들이 있어 모든 검사를 병원에서 받는 임산부들이 많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볼 때 고운맘카드 50만원으로는 임신·출산 진료비를 모두 충당할 수 없음에도 여전히 고운맘카드 금액 확대 움직임은 없다. 고운맘카드는 2008년 첫 도입당시 20만 원에서 출발해 매년 10만 원씩 확대돼왔으며, 2012년 50만원까지 확대된 후 동결된 상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도 ‘2014년도 국정감사 결과보고서’를 통해 “임신·출산 진료비가 2011년부터 동결되어 증대가 필요하다. 가입자 1인당 지급되는 임신·출산 진료비를 물가상승률 및 진료비 증가 등을 고려해 증액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지만, 올해도 변함없이 50만원에 머물렀다.

 

정부는 고운맘카드 금액을 인상하는 대신 임신·출산 관련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통해 임신·출산 진료비 부담을 줄여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 2월 발표한 ‘건강보험 중기보장성 강화계획’에 ▲초음파검사, 출산 시 상급병실 등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및 제왕절개 본인부담을 5~10%로 경감 ▲고운맘카드 이용대상·기간 확대 ▲취약지 산모는 고운맘카드를 20만원 추가 지원 등을 포함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임산부의 경우 비급여가 어디에서 발생하느냐 살펴보니 초음파 쪽에서 많이 발생하는 걸로 나왔다. 이 부분에 대한 부담을 경감시켜주기 위해 초음파검사 항목 등을 보장성 강화에 넣었다”며 “중장기계획에 고운맘카드 인상은 포함되지 않았다. 단, 분만취약 지역에 있는 산모에 대해선 내년부터 고운맘카드 지원금을 20만원 인상할 예정이다. 이 내용들은 내년에 시행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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