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사는 비결요? 서로 믿고 돕는 거죠!”
“잘 사는 비결요? 서로 믿고 돕는 거죠!”
  • 신은희 기자
  • 승인 2011.08.09 17:30
  • 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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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하나둘 늘어나니 부부간 사랑도 두터워져 언어 다르지만 꾸준히 대화하면 모든 게 통해

[지금 만나러 갑니다] 전남 장흥 다문화 다둥이 7남매 가족

 

눈이 탁 트이도록 넓게 펼쳐진 충적평야의 푸른 물결과 구제역을 이겨낸 황금빛 소들, 그리고 긴 장마 끝에 다시 찾아온 따사로운 햇볕이 어우러진 7월 중순의 풍경은 한마디로 아름다웠다. 지난달 19일 서울에서 약 400km 떨어진 전남 장흥군 회진면 신상리에 러브하우스를 꾸리고 있다는 ‘다문화 다둥이 7남매 가족’을 만나러 가는 길의 풍경이다.

 

과연 어떤 가족일까, 하는 궁금증과 설렘을 안고 고속버스로 6시간을 정도 달려 도착한 곳은 ‘신상리 정류장’. 이곳까지 마중 나온 다둥이 가정의 안주인 하시모토 지에코(45) 씨는 약간 서툰 한국말로 “아이고 먼 길 오느라 고생 많이 하셨죠. 그런데 아직 청소가 안 끝났는데…”라며 수줍지만 환한 얼굴로 기자를 맞았다.

 

지에코 씨네 대문을 열고 들어서니 널찍한 마당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정면으로는 방 4개와 주방이 보이고, 맞은편엔 미끄럼틀이 있어 작은 놀이터를 연상케 하는 창고, 그리고 왼편엔 수세식 화장실이 있었다. 집안을 둘러보는 기자에게 남편 김영덕(47) 씨는 “저기 화장실 보이죠? 그게 이 사람 편하라고 결혼할 때 제가 직접 수세식으로 만든 거예요”라며 뿌듯해 했다.

 

일본 출신 지에코 씨는 남편과 결혼 후 한국에 온 지 올해로 15년이 됐다. 남편 김 씨는 20년 전, 농촌에 노총각이 늘어남에 따라 해외 원정결혼이 붐이 일던 시절에 외국인 여성과의 결혼을 신청했다. 그렇게 제이코 씨를 만났는데, 정작 그녀와 가정을 꾸리는 데는 5년이 걸렸다. 부모를 떠나 바다 건너 낯선 남자와 결혼하는데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일 터. 김 씨는 “내가 이 사람하고 결혼하려고 몇 년을 기다렸는지 아세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자신 하나만을 믿고 한국으로 온 지에코 씨에 대한 김 씨의 사랑은 남달랐다. 김 씨는 한글을 몰라 힘들어하는 아내를 위해 어린 아이에게 말을 가르치듯, 동화책 등을 읽어주며 한글을 깨우쳐줬다. 그리고 부부는 결혼 후 2년 터울로 아이들이 하나둘씩 낳게 됐는데, “가족이 늘어남에 따라 부부의 사랑도 커졌다”고 김 씨는 말했다.

 

김 씨 부부는 어느덧 7남매의 부모다. 딸이 다섯이고, 아들이 둘이다. 아리(14), 아련(12), 아수(10), 아경(8)과 생후 88일 된 막내딸 아민은 공주님, 교우(7)와 교성(5)은 왕자님이다. 식구가 총 9명이다 보니 부부의 하루는 짧기만 하다. 아침 7시에 일어나 아침상을 차리기 시작해 아이들을 모두 학교와 어린이집에 보내기까지 2시간이 걸린다.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나서야 김 씨는 밭일을 하거나 소를 돌보고, 지에코 씨는 막내 아민이가 자는 시간을 틈타 집안일을 한다. 아홉 식구이다 보니 빨래만 하루에 2~3번씩 해야 한다. 그래서 세탁기의 수명이 2년을 채 넘기지 못한다고.

 

오후가 되자 아이들이 하나둘씩 집으로 귀가하기 시작한다. 평일에 온 가족이 모이는 시간은 보통 저녁 7시. 첫째 아리가 오면, 지에코 씨는 마음이 편안해진다. 아리는 동생들에게는 제2의 엄마이기 때문이다. 중학교 1학년으로 아직 어리지만, 기저귀 갈기 등 동생 돌보는 일은 물론 요리까지 곧잘 한다고. 요즘에는 막내 아민이가 유독 엄마만 따르고, 아리 본인도 사춘기여서 엄마와 불협화음이 생기기도 한단다. 하지만 아리는 “제가 장녀니까요”라고 제법 어른스럽게 말한다.

 

베이비뉴스 신은희 기자 = 전남 장흥군 회진면 노력항을 배경으로 김영덕 지에코 씨 부부가 7남매와 함께 ‘사랑해요’라며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euni@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베이비뉴스 신은희 기자 = 전남 장흥군 회진면 노력항을 배경으로 김영덕 지에코 씨 부부가 7남매와 함께 ‘사랑해요’라며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euni@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책임감이 강한 첫째 아리는 음악가가 꿈이다. 둘째 아련이는 천상 수줍음 많은 소녀다. 셋째 아수는 가장 아빠를 닮은 딸로 체육을 제일 좋아한다. 넷째 아경이는 사진 찍기 좋아하는 미래의 모델 꿈나무. 다섯째 교우는 집안의 맏아들이라 그런지 나이에 비해 의젓하다. 여섯째 교성이는 집안 벽 낙서를 담당하고 있는 ‘미운 5살’이다. 곧 백일을 앞둔 막내 아민이는 누가 뭐래도 최고의 귀염둥이다. 아이들은 집 마당에서 땅따먹기를 하고 컴퓨터 방에서 숙제도 하는 등 자율적인 모습이다. 김 씨는 “애들이 알아서 자기 할 일을 하는 편”이라며 “아이들이 많을수록 서로 배려심도 크더라고요. 저희도 그런 점은 애들에게 배우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제이코 씨는 셋째가 태어나기 전까지는 일본 친정에 자주 다녀오곤 했다. 둘째는 일본에서 낳기도 했다고. 그녀는 “아이가 많아지면서 모두 데리고 가기 어려워서 친정을 가지 못한지 벌써 십 년이 됐네요”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현재 제이코 씨의 부모와 남동생, 여동생은 모두 일본에서 살고 있다. 제이코 씨는 아이가 태어날 때면 우편으로 아이사진을 보내고, 일본에서 동생들은 부모님과 조카의 동영상을 보내와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한다.

 

마을에서 처음으로 다문화 가정을 꾸린 김 씨는 주변에서 ‘잘 사는 비결 좀 알려 달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김 씨는 “다문화 가정 여성들이 폭력을 당하거나 적응을 하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봤어요. 남들이 저보고 처음에 말도 안 통하는데 어찌 살았느냐고 묻는데, 말이 통해야만 사는 게 아니잖아요.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이해하면 다 잘살게 돼 있죠”라고 말했다. 김 씨는 가족에게 충실하고자 술도 끊은 지 꽤 됐다.

 

제이코 씨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문화적 차이로 웃지 못 할 일도 많았다고 한다. “두루마리 화장지요. 일본에서는 화장실에서만 쓰는 건데, 한국에는 식당 테이블마다 올려져 있어서 정말 깜짝 놀랐어요. 이제는 그런가 보다 하지만 아직도 방안에서 쓰는 게 조금은 어색해요.”

 

또 한 가지 제이코 씨가 이해하기 힘들었던 점은 “한국 사람들은 아기를 안고 있으면 ‘이렇게 길러라’, ‘이럴 땐 이렇게 해라’ 등 아주 많은 말을 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관심이 간섭으로 비쳐져 견디기 힘들었던 것. 하지만 그녀는 이제 “관심이 애정으로부터 나오는 것을 알아요”라고 했다.

 

온 가족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싶다는 말을 전하자, 김 씨는 “집보다도 사진 찍기 좋은 곳이 있어요. 바람도 쐴 겸 구경해 보세요”라며 승합차에 가족들과 기자를 태웠다. 5분 만에 도착한 곳은 얼마 전 제주도까지 가는 배편이 생긴 ‘노력항’. KBS 예능프로그램 '1박 2일'에 소개되고, 드라마 촬영지로도 노출되면서 최근 들어 일반인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곳이다. 기자를 낯설어하던 아이들은 오랜만의 나들이에 즐거운 듯 ‘저 찍어주세요’, ‘사진 보내주세요, 미니홈피에 올릴래요’라며 즐거워했다.

 

요즘 결혼 시기가 늦어지고, 아이도 잘 낳지 않는 저출산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부부의 의견을 물었다. 김 씨는 “요즘 서울에서는 맞벌이라서 아이를 잘 안 낳는다지만, 생각해보면 시골이 오히려 다 맞벌이예요. 농사일을 부부가 같이하니까요. 하지만 서로 믿고 도우면 못할 건 없어요”라고 답했다. 제이코 씨는 한국 생활을 어려워하는 다문화 가정 여성들에게 “되도록 남편과 많은 대화를 해야 해요. 말이 다 통하지 않아도 많은 이야기를 하다 보면 마음은 통하게 돼 있어요”라고 조언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서울로 올라갈 채비를 하는 기자에게 몸에 좋다며 지역 특산품 김을 바리바리 챙겨주는 부부, “기자 누나 가지 마라”며 눈물을 보이던 여섯째 교성이를 데리고 직접 터미널까지 차로 배웅을 해주는 부부의 모습에서 너그러움과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 하나 키우기도 힘들어서 아예 아이 낳기를 포기하는 세상이라고 하는데, 여유로운 마음으로 아이들과 함께 멋진 인생을 일궈나가는 이들 부부를 통해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다시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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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a**** 2011-08-16 22:39:00
정말 애국자예요~
대단하세요!! 정말 이런분이

movielov**** 2011-08-10 22:49:00
글을 읽기만 해도 흐뭇하네요..
저도 둘째 계획중인데.. 가족이 많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은

b**** 2011-08-10 15:17:00
형제가 많아서 좋긴하겠지만..
아이들도 좀 힘들수 있지 않을까

c**** 2011-08-10 14:32:00
좋아보여요^^
아이들 많으면 참 좋은데...
생각보다

wo**** 2011-08-10 11:02:00
화목해보여요.
자녀들이 이렇게 많으면 넘 화목해보이는데
전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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