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김은실 기자】
"어린이 트라우마는 개인의 심리 영역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예방부터 치유까지 사회 전체가 관심을 기울이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일이다."
어린이 트라우마의 현실과 문제점을 짚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마련된 '제93회 어린이날 기념 어린이 트라우마 컨퍼런스'에서 주제 발표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어린이를 위해서는 공동체 차원에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컨퍼런스는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남인순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과 한국어린이안전재단, 베이비뉴스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이기연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지역사회 중심 재난외상 다루기'라는 주제로, 채정호 가톨릭대 정신의학과 교수가 '트라우마 치료에 대한 의학계 입장'라는 주제로 기조발제를 했다.
◇ "재난과 트라우마는 당신에게도 생길 수 있다"
이기연 교수와 채정호 교수는 재난과 재난으로 생기는 트라우마는 남의 일이 아니라 지금, 바로 여기서 벌어지는 우리의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재난이 익숙한 단어가 아니어야 하는데 익숙해졌다"며 "우리 사회에서 (트라우마를 유발하는) 재난과 폭력이 일상이 됐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재난은 생각보다 자주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최 교수가 지난 50년간 한국에서 일어난 사건 중, 한 장소에서 10명 이상 사망한 사건을 찾아보니 총 276건이나 됐다. 1년에 5~6회, 두 달에 한 번꼴로 재난이 터지는 셈이다.
재난 이후 발생하는 피해, 즉 트라우마의 발생과 회복은 사회의 대응에 따라 좌우된다. 두 전문가는 사회가 재난과 피해자를 바라보는 자세와 태도가 회복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채 교수는 "2차 대전 참전자들은 영예롭기 때문에 회복이 빨랐지만 베트남 참전자들은 그렇지 못했다"고 전했고, 이 교수는 "피해자와 생존자를 도울 때, 그들을 수혜자의 위치에 두어서는 안 된다. 자긍심을 가지고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심리적 보상 외에도 실질적인 보상도 트라우마 회복에 중요한 요소이다. 채 교수는 "피해자가 치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재정을 지원하고, 고용과 주거의 안정을 보장해주어야 한다"며 "트라우마 환자에게 1000억 대의 보상을 지급하는 미국은 트라우마 회복률이 높다"고 말했다.
◇ "트라우마는 공동체 차원에서 풀어야"
두 사람이 트라우마 해결을 위해 가장 강조한 점은 레질리언스의 구축, 즉 공동체 차원의 대응이었다. 레질리언스란 본래 개인과 가족이 역경을 극복하는 힘을 의미하는 개념이었으나 최근 사회 차원으로 확대돼 사용되고 있다.
채 교수는 사회가 트라우마를 제대로 치료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동기에 겪은 트라우마는 평생 가기 때문에 전문가가 장시간 집중해서 치료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현재는 그렇지 못하죠."
채 교수는 세월호 사건 이후 트라우마 치료의 중요성을 계속 외쳤지만 정부와 국회로부터 제대로 된 답변을 듣지 못했다며 민간 차원에서라도 트라우마 기구를 설립하자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채 교수는 현재 전문가들과 함께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를 구성하고 활동 중이다.
이 교수는 예방에 방점을 두었다. 재난이 터진 이후 사후 처리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가 위험을 예측하고, 재난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등 사고가 생기기 전체 예방할 수 있는 충분한 훈련과 자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위해서 "개인과 사회가 재난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이 재난을 계속 이야기하는 것을 두고 피해자의 고통을 재현하는 일이라며 묻자고 말한다. 그러나 남의 고통을 재현한다는 윤리적 위험성 때문에 외면하게 되는 것이 더 큰 위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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