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드라이브스루, 아이 안전은?
어린이 안전 위협...관련법 개정안은 국회서 잠자
김은실 기자eunsil.kim@ibabynews.com
【베이비뉴스 김은실 기자】

자동차에서 음식을 주문해서 바로 받아갈 수 있는 매장인 드라이브스루, 20년 전 한국에 들어와서 크게 빛을 보지 못하다가 최근 1~2년 사이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모양새다. ▲좁은 공간 활용 ▲자동차 이용 인구 증가 등을 드라이브스루 확산의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외식업계는 변화에 재빠르게 대응해 드라이브스루 매장을 늘리는 추세다. 맥도날드는 현재 전국에 영업 중인 408개 매장 중 50%에 가까운 187개 매장을 드라이브스루 매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전국 770개 매장 중 34개를 드라이브스루 매장으로 가동 중이다. 이 외에도 롯데리아, 버거킹 등 여러 업체가 드라이브스루 매장을 늘려나가는 중이다.
드라이브스루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그 위험성에 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인도 일부를 차량의 진출입로로 쓰는 특성상 드라이브스루 매장 주변에서는 보행자와 차량이 계속 마주치기 때문이다. 특히 어린 아이들이 자주 다니는 길목에 드라이브스루가 들어서면서 해당 지역 학부모들과 업체가 갈등을 빚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서울 동작구 흑석초등학교와 양천구 신원초등학교 및 병설유치원 학부모들은 학교 근처에 드라이브스루가 생긴다는 소식에 반발하고 나섰고, 각각 입점 취소, 진출입로 변경 등과 같은 변화를 만들었다.
◇ 전문가들 "통학로 근처 드라이브스루 문제"
드라이브스루 위험성을 지적하는 학부모들을 두고 외식업계 측은 "예민하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으면 학부모들의 우려가 지나친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드라이브스루가 아이들 통학로에 들어서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강수철 도로교통공단 안전정책연구실 책임연구원은 "드라이브스루를 안전 측면에서 보면 문제가 있다"며 "아이들이 안전하게 다니려면 보행로와 차량통행로를 분리하는 것이 중요한데, 드라이브스루는 인도를 절단해 차량 진출입로를 만들기 때문에 보행자와 차량의 통행이 상충한다"고 설명했다.
강병근 건국대 건축학과 교수는 "드라이브스루로 오가는 자동차는 주행하는 게 아니라 대기하고 있으므로 학교 근처에 들어오는 것을 법으로 제재하기는 어렵다"고 보면서도 "아이들이 다니는 보행로와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는 구분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환경오염과 건강문제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드라이브스루 매장을 이용하는 자동차가 공회전하면서 배기가스를 내뿜는데, 키가 작은 어린 아이들은 배기가스에 더 많이 노출된다는 것이다.
외국의 일부 지역에서는 드라이브스루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드라이브스루 입점을 규제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엘크그로브시에서는 드라이브스루 같은 시설을 설치할 때 보행자 통로와 차량 통로가 교차하지 않아야 하며 보행자 통로가 명확하게 드러나야 한다고 시 법규로 규정하고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아약스시와 토론토시에서는 제한된 지역에서만 드라이브스루를 짓도록 하고 있다.
◇ 현행법상 드라이브스루 규제는 불가능

그러나 우리나라는 현행법상 드라이브스루 매장이 아이들 통학로에 들어오는 걸 막을 도리가 없다. 드라이브스루 매장을 주로 건설하는 패스트푸드점이나 커피숍은 건축법상 일반음식점이어서 제2종 근린생활시설로 분류된다. 드라이브스루 매장이나 일반 매장이나 적용되는 법은 같다. 결국 학교 근처에 드라이브스루를 지어도 막지 못한다는 셈이다.
어린이보호구역이라고 해도 법을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어린이·노인 및 장애인 보호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규칙'에는 어린이보호구역 주변 도로에서 주정차를 제한하는 내용이(제8조) 있지만 이는 학교 정문과 바로 연결된 도로에만 적용되는 조항이다.
제9조에서 지방경찰청장이나 경찰서장이 필요한 경우 일부 구간이나 특정 시간대에 차량의 출입을 막을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하지만 통행 제한 조치는 현재 극소수에 한해 시행되고 있으며 그나마도 대체도로가 있을 때 실시한다. 더군다나 드라이브스루가 완성된 상황이라면 지방경찰청장이나 경찰서장이 자동차의 출입을 막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실제로 이미 많은 드라이브스루 매장이 학교 근처에서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9월 진선미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조사한 결과를 보면, 학교 인근(어린이안전보호구역·어린이식품안전보호구역 기준)에 들어선 드라이브스루 매장은 전국에 46개나 된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드라이브스루 매장을 지을 때 어린이의 안전을 검토할까. 신월3동에서 처음으로 갈등을 겪었다는 스타벅스 측은 "드라이브스루의 위치를 선정할 때 어린이 보행과 관련된 내부 규정은 현재 없다"고 밝혔다. 김제룡 점포개발 총괄부장은 "신월3동에 드라이브스루를 입점할 때도 이런 문제가 불거지리라고 예상 못했다"며 "앞으로는 이런 문제를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맥도날드는 드라이브스루 입점에 관한 내부 규정을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맥도날드 관계자는 "입점 선정 기준은 영업상 비밀이기 때문에 공개하기 조심스럽다"며 "드라이브스루 매장을 확장하고 있는 것은 맞다. 드라이브스루 매장을 지을 때 종합적인 면을 검토해서 짓는다"고만 전했다.
◇ 규제 법안 발의했지만 진척 없어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지난해 발의된 관련 법안이 있는데, 1년이 다 돼 가도록 별 진전이 없다. 진선미 의원이 지난해 발의한 '학교보건법 개정안'은 학부모와 지역주민 등이 드라이브스루 입점을 막을 수 있는 근거 조항을 두었다. 개정안은 작년 9월 24일 소관 위원회인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로 넘어간 뒤로 지금까지 감감무소식이다.
개정안은 '교통혼잡구역 안 학교의 교육 환경 보호'를 신설해 학교가 인구 10만 명 이상의 도시교통정비지역에 있거나,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이 도시교통정비지역으로 지정되는 경우 학생의 교통안전 등 학습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학부모·교직원 및 지역사회 인사 등으로 구성하는 '도시교통정비지역학습환경보호위원회'를 설치·운영토록 했다.
'도시교통정비지역학습환경보호위원회'는 '식품위생법'에 따른 식품접객업소 중 소비자가 자동차를 주차하지 않고 자동차 안에서 식품을 살 수 있는 업소(드라이브 스루)에 대해 교통 영향 개선 등 조치가 필요할 경우 시장에게 건의해야 하며, 시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건의에 따라야 하고, 조치 결과는 교육감에게 통보토록 했다.
진선미 의원은 "어린이들의 안전한 통학로를 불안하게 만드는 새로운 위험요인들이 등장하고 있다"면서 "안전하게 보호받고, 학습 환경을 조성해야 할 학교 인근에 드라이브스루 형태의 영업점이 들어오는 데에서는 일정한 규제가 필요하다"며 "법안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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