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저상버스엔 왜 승차벨이 없나요?
[특별기획] 유모차 엄마도 버스 타고 싶다
엄마와 아이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이동할 권리가 있다. 베이비뉴스는 2013년부터 영유아의 보행권 보장을 위해 ‘유모차는 가고 싶다’ 캠페인(http://safe.ibabynews.com)을 펼쳐왔다. 매년 가을에는 캠페인 서포터즈 소망식을 열고 있다. 올해 소망식은 10월 11일 서울광장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올해 소망식을 앞두고, 유모차 이용자들이 대중교통 중에서 가장 불편을 느끼고 있는 버스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정책 대안을 모색해보는 특집기사를 연재한다.
교통약자는 일반적으로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이동에 제약을 가지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다. 흔히 고령자, 장애인 등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영유아도 이동에 제약을 받는 하나의 계층이다. 물론 이 아이들 역시 교통을 이용한다. 유모차에 앉은 채 말이다.
우리 사회에서 유모차가 버스에 오르는 모습을 보는 건 아주 힘든 일이다. 일부 엄마들은 엄두도 못낼 일이라며 혀를 내두른다. 유모차에 대한 배려 없는 시선과 기다려도 오지 않는 저상버스에, 경사로까지 내려오길 기다리는 건 그만큼 엄마들을 두렵게 만든다. 아이의 안전을 위해 튼튼한 유모차를 이용하더라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가벼운 휴대용 유모차를 하나 더 구입할 수밖에 없다. 동네용, 외출용 유모차를 구입해야 하는 안타까운 실정인 것이다.
엄마들이 비싸더라도 구입하는 대부분의 유모차 원산지는 유럽이다. 유럽에서는 엄마들이 대중교통, 특히 버스를 이용할 때 휴대용 유모차를 사용하지 않아도 쉽게 오르내릴 수 있다. 대부분이 차체가 낮은 저상버스로 운영 되고 또 버스를 타면 유모차를 둘 수 있는 유모차 전용석도 있을 정도다. 유모차가 버스 타기 좋은 선진국의 모습을 만나보자.
◇ 교통 선진국 '유럽'

유럽에서는 유모차로 버스 타는 일이 어렵지 않다. 오히려 유모차를 동반할 경우 지하철 등 다른 교통수단보다 버스가 더 편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렇듯 유모차도 휠체어와 같이 교통약자로 취급받으며 버스를 타고 내린다. 운전자, 버스 승객 등의 배려도 한 몫 하지만 유모차가 타고 내리기 편한 버스의 구조가 눈길을 끈다.
우선 영국은 '영국'하면 2층 버스가 떠오를 만큼 교통 선진국이다. 영국에서는 교통약자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모든 사람'으로 정의하고 그 예로 장애인, 노인, 임산부, 유모차를 포함한 유아동반자, 짐을 운반하는 사람을 가리키고 있다.
또한 휠체어 공간 확보는 물론 탑승 방법, 계단 및 리프트, 램프 등의 안전 요건을 갖춰 버스에 대한 교통약자들의 접근성을 높였다. 영국 역시도 장거리버스에도 휠체어 및 유모차 등 교통약자를 위한 공간이 마련돼 있다.
뿐만 아니라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교통약자를 위한 저상버스를 도입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리프트를 이용한 기존 버스'와 '저상버스'가 함께 운행되고 있지만 점차 저상버스화되고 있고 더 나은 저상버스 모델을 개발해 나가고 있다.
저상버스는 출입구에 계단이 없고 차체 바닥이 낮으며 경사판이 장착돼 있어 장애인이 휠체어를 타거나, 아기를 유모차에 태운 채 오르내릴 수 있게 이용 가능한 버스를 말한다. 계단이 없다는 점에서 'Non-Step Bus'라고도 불린다.
독일에 거주하고 있는 한 엄마는 “유모차 크기가 굉장히 큼에도 불구하고 버스 안에는 유모차 4대 정도가 나란히 탈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며 “차체가 높지 않고 정차 시 기울어지기 때문에 큰 불편 없이 유모차를 끌면서 버스를 타고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독일, 프랑스 등 유럽의 저상버스를 보면 우리나라와 확연히 다른 차이점이 있다. 바로 버스 외부에 누를 수 있다는 '벨'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 벨은 버스가 정류소에 도착한 후 외부의 벨을 누르면 경사로가 버스에서 내려오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벨이 울리면 저상버스 운전자는 출입문의 개폐 속도를 줄이는 것은 물론 경사로를 내려 유모차가 쉽게 승차할 수 있도록 돕는다.
차체가 기울어져 편히 탑승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교통약자가 아니라면 앞문을 이용하지만 유모차나 휠체어 등 경사로 또는 탑승 시 넓은 공간이 필요한 승객들은 뒷문을 이용한다. 혼잡과 불편도 줄게 된다.
◇ 수도권 광역버스와 장거리 버스도 저상버스로 운영되는 '미국'

선진국의 대명사 미국은 유모차에 버스를 싣는 것이 가능할까? 그리 어렵지 않다. 우리나라 수도권 광역버스와 유사한 Commuter Bus의 상당수는 저상버스로 운영되고 있다. 시내 일반버스에만 적용되는 저상버스가 광역버스에도 적용되고 있어 엄마들은 유모차를 끌고 얼마든지 시외로 이동할 수 있다.
또한 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승차보조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교통약자에 대한 편의가 제공된다. 연간 수입 90억 원 이하 운수업체에서는 도입 의무가 없지만 대형 사업자의 경우 정부의 재정지원을 전제로 장거리버스에 휠체어 리프트를 장착하고 있다. 유모차도 물론 실을 수 있다.
이렇게 되기 까지는 미국 교통부장관이 마련한 '장애인을 위한 교통서비스' 규정 중 장거리버스의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 사업자에게 단계적으로 의무를 부과하면서부터다.
장애인을 위한 재정적 지원이 진행되면서 휠체어 리프트 장착, 휠체어 이용자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위해 운전자 교육과 감수성 훈련까지 이뤄졌다. 연방정부와 지방정부의 매칭 펀드로 구성돼 연방정부가 90%, 지방정부가 10% 부담하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 '베리어-프리'법(交通バリアフリ-法) 의무화, 일본
가까운 일본의 경우는 어떨까? 일본에서는 고령자, 장애인 등의 이동원활화 촉진에 관한 법률 '배리어-프리법'(交通バリアフリ-法)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 법에 따라 버스사업자는 신차를 도입할 때 ▲승강구 폭 80cm 이상 ▲ 경사판 ▲ 승강구의 바닥면의 높이 65cm 이하 ▲ 하나 이상의 휠체어 스페이스를 확보 ▲ 손잡이 설치 등을 의무적으로 설치·반영해야 한다.
일본 역시 시내버스에서 도시 간 노선버스, 고속버스 또는 리무진버스까지도 배리어-프리화를 추진하고 있다. 단순히 휠체어 이용자만을 위한 사업은 아니다. 거동이 불편한 교통약자라면 모두 승하차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 부족한 저상버스, 배려 못 받는 교통약자의 나라 대한민국
서양에서는 '교통약자'를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 비장애인에 대한 장애인, 젊고 건강한 사람에 대한 고령자와 부녀자 및 어린이 등이 속한다고 지칭하고 있다. 점차 ‘교통약자’라는 범위 안에 신체적, 제도적, 사회적 이유에 의해 이동에 제약을 받는 사람들이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교통약자의이동편의증진법'에서 교통약자의 정의를 내리고 있다. '장애인, 고령자, 임산부, 영유아를 동반하는 자, 어린이 등 생활을 영위함에 있어 이동에 불편을 느끼는 자'로 말이다. 우리나라 교통약자의 숫자는 지난해 기준 전체 인구의 24%를 차지한다.

적지 않은 교통약자 수에도 개선되지 않는 저상버스 문제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지난달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이 제정된지 10년이 지난 지금도 저상버스 도입률이 18.7%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제2차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2016년까지 저상버스를 41.5%까지 늘려야 하지만 얼마 전 국회에 제출된 2016년 국토교통부의 예산안 중 저상버스 및 장애인 콜택시와 관련된 금액은 404억 원으로 2015년 예산이었던 405억 원과 동일해 전년도 대비 2.1% 인상을 나타내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내년 예산 안에는 시외이동권에 대한 계획마저 없다.
장애인법연구회 회장 임성택 변호사는 "지역별 시내저상버스 도입률 목표치는 제2차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 상에 서울 55%, 6대 광역시 및 경기도 40%, 8개도 지역 30%로 정해져 있지만 이 역시 최근 2년간의 도입 추이를 볼 때 대부분의 지역에서 2016년 목표 대비 60~70%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시내는 물론, 시외·장거리 버스도 모두 저상화 돼 있는 해외버스들과는 확실히 다른 행보다.
임 변호사는 "저상버스는 이른바 'Universal Design'이다. 휠체어 이용자뿐 아니라 노약자, 유모차 이용자, 짐 가방을 든 사람이 쉽게 타고 내릴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며 "시내 저상버스 100% 도입은 교통약자의 이동할 수 있는 권리의 최소 기준이어야 한다"고 전했다.
끊임없이 교통약자의 이동권 문제를 연구해 온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배융호 사무총장은 우리나라 저상버스 도입실태를 비판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내년까지 전체 시내버스의 41.5%를 저상버스로 도입하겠다는 계획 뿐이다. 유럽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은 시내버스에 저상버스 도입을 100%로 하기 위해 적극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계획이 실행될지조차 불확실한 상황이다."
배 사무총장은 "시내버스뿐만 아니라 광역버스를 비롯한 고속버스, 시외버스 등의 모든 버스가 교통약자 이동권을 위해 저상버스 범위 내에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 승하차를 돕는 ‘승차벨’, 수동식 ‘경사로’ 도입 시급
또한 배 사무총장은 "해외 저상버스에서만 볼 수 있는 '승차벨'의 국내 도입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종종 버스가 너무 빨리 출발을 해 운전자에게 미처 이야기하기도 전에 버스가 떠나버려 휠체어 사용자나 교통약자가 저상버스를 놓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승차용 벨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저상버스에 승차용 벨 설치는 시급하게 적용돼야 한다."
배 사무총장이 말하는 우리나라의 저상버스가 교통 선진국 저상버스와 다른점은 또 있다. 바로 경사로다. '램프'라고도 하는 저상버스의 경사로, 현재 우리나라 저상버스에서는 운전자가 운전석에서 조정해 탑승구 아래에서 자동으로 나오게 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저상버스에서 자동식이 아닌 운전자가 직접 꺼내는 수동식 램프 방식이다. 자동식 램프는 자주 고장이 날 뿐만 아니라 저상버스 탑승구보다 버스 정류소의 연석의 높이가 더 높을 경우 연석에 걸려 나오지 않기 때문에 이용에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연석에 걸리지 않는다고 해도 정류소에 조그마한 틈이나 튀어나온 부분이 있으면 램프가 걸려 나오지 못한다.
배 사무총장은 "해외의 많은 나라들의 저상버스에서 자동식이 아닌 운전자가 직접 꺼내는 수동식 램프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이유를 한번 곰곰이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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