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유모차로 넓은 세상 보여주세요"
서울 도심, 세종대로를 수놓은 '유모차 부대'
【베이비뉴스 이정윤 기자】
어느덧 완연한 가을의 중심에 들어선 11일 오전, 50여 명의 엄마들이 유모차를 끌고 세종대로를 따라 걷고 있다. 코끝이 시린 싸늘한 날씨에 단체로 소풍이라도 가는지. 이곳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유모차는 가고 싶다’ 서포터즈들이 가족과 함께 이날 오전 10시 20분께부터 30분여 간 광화문 광장에서 서울광장까지 유모차를 끌고 행진하는 ‘유모차 퍼포먼스’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유모차 퍼포먼스’는 영유아 보행권 보장을 위한 ’유모차는 가고 싶다‘ 캠페인의 일환으로 기획된 행사다. 사전에 참가 신청을 한 엄마들이 광화문에서 서울광장까지 집단으로 유모차 행진을 하며 유모차의 보행권을 행동으로 주장하는 취지의 퍼포먼스다.
행사의 시작점인 광화문 광장에는 때마침 ‘서울 아리랑 페스티벌’이 열렸다. 전자음악과 우리 전통악기와 결합된 새로운 느낌의 아리랑이 아침 광장을 아름답게 채우고 있었다. 가볍게 내리던 아침비는 행사의 성공적인 출발을 응원해 주기라도 하듯, 유모차와 엄마들이 대열을 마쳐 줄을 서기 시작하자 금세 뚝 그쳤다.
◇ 동생과 친구와 함께 나서는 유모차 나들이

광화문 광장에 빨간색 웨건형 유모차가 눈에 띄었다. 비닐커버로 완벽하게 차가운 공기를 차단한 유모차에 있는 아이에게 엄마는 혹시나 감기가 걸릴까 점퍼의 단추를 단단히 채웠다. 유모차 서포터즈로 행진에 참여한 손송림(강동구 암사동) 씨는 친동생, 남편과 함께 행진에 참여했다. 아이를 돌봐줄 든든한 지원군이 둘이나 와서인지 얼굴에 여유로운 미소가 가득했다.
“동생이랑 남편이랑 같이 이번 행사에 오게 됐어요. ‘유모차는 가고 싶다’ 참가는 벌써 세 번째네요.” 손 씨는 여태까지 개최된 세 번의 ‘유모차는 가고 싶다’ 캠페인에 모두 참여한 만큼 3년의 역사를 훤히 꿰고 있었다.
“캠페인이 해가 거듭되면서 체계가 잘 잡혀가고 있는 것 같아요. 1회 때는 사전신청을 받지 않고 아무나 참가할 수 있어서 조금 혼잡한 경향이 있었어요.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행사가 잘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아 좋아요.”
사실 오늘의 일기예보는 하루종일 구름 혹은 비로 덮여 있었다. 급작스레 쌀쌀해진 날씨에 비까지 도움을 주지 않는 상황. 손 씨도 광장으로 출발하기 전 고민을 했단다.
“비오는 날씨라 혹시라도 행사가 취소될까 안될까 걱정을 많이 했어요. 확실히 작년보단 추운 것 같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많이 와서 다행이에요.”
이모가 아이와 함께 놀아줘 엄마와 나눈 대화는 수월하게 끝날 수 있었다. 사이좋은 자매와 빨간 유모차는 그 누구보다 신나게 세종대로를 누볐다.

남양주 호평동에서 함께 온 신나현(34), 이진아(33)씨는 이번 ‘유모차는 가고 싶다’ 캠페인에 처음 참가 한다고 소개했다.
“‘유모차는 걷고 싶다’ 퍼포먼스가 참여해 보면 재밌을 것 같아서 오게 됐어요.” 어떻게 여기까지 왔냐고 묻는 질문에 남편은 이곳까지 데려다주고 먼저 갔다고 말하며 웃는 이 씨의 모습이 즐거워 보였다.
확실히 캠페인에 참여하는 엄마들은 활동적이었다. 유모차를 끌고 밖에 나오는 것이 큰 일로 생각되는 보통 엄마들과 두 친구는 조금 달랐다. “평소에도 유모차를 가지고 자주 나와서 이번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 그렇게 힘든 일은 아니었어요. 다만 아침에 비가 와서 조금 힘들었죠.”
◇ “유모차도 어디로든 대중교통을 이용해 갈 수 있어요”

이번 걷기 행사에는 유난히 금슬이 좋아 보이는 부부가 많이 참여했다. 오누이처럼 닮은 듯한 한상기·윤이영 부부(은평구 갈현동)도 그 중 하나였다.
“블로그 홍보를 통해서 친한 엄마들이랑 같이 등록해서 이곳까지 오게 됐어요. 친구들 중 유일하게 저만 걷기 행사에도 참여했네요.”
쌍둥이용 유모차엔 수줍음이 많은 두 살 터울 남매가 타고 있었다. 아이 둘을 데리고 다니는 일이 만만치는 않은 터. 어떻게 이번 행사를 참여하게 됐는지 궁금했다.
“작년 캠페인에는 친구들만 참가했었는데 친구들의 추천이 정말 좋아서 올해 제가 오게 됐어요. 많은 시민들이 제가 유모차를 가지고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 때 ‘애까지 데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시선으로 쳐다 보곤 해요. ‘유모차는 가고 싶다’는 정말 좋은 행사고, 유모차도 어디든 대중교통을 이용해 갈 수 있다는 걸 모든 사람들에게 알려줄 수 있는 행사라 참여하게 됐어요.”
◇ “유모차와 걷는 일이 편해졌음 해요”

후드티에 든든한 외투까지 걸치고 온 장소영(35) 씨는 수줍어 보이는 미소와 달리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는 엄마였다.
“저는 지역맘까페 같은 곳에서 활동을 많이 해요. 글을 보면 우리 동네 몇 번 버스 환경이나 기사님 얘기도 많이 하곤 하죠. 한 번은 어떤 엄마가 저상버스를 탄 경험을 읽었어요. 기사님이 접고 타라는 핀잔을 주셔서 유모차를 접지 않고 타는 엄마가 잘못인 줄 알았다고 하더라고요.”
장 씨는 재작년 ‘유모차는 가고 싶다’ 행사에 참여했고 올해 두 번째로 캠페인을 참가한다고 말했다. 서포터즈 활동만 했었던 지난 행사와 달리 이번에는 걷기 행사도 참여하고 싶어서 ‘유모차는 걷고 싶다’퍼포먼스도 신청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른 아침에 온 가족이 움직이기엔 시간이 빠듯하기 마련이다. 장 씨는 이곳 광장까지 자가용으로 오게 됐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유모차는 가고 싶다’ 행사가 대중교통으로도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취지긴 한데 아침 일찍 나오기 부담되고 차가 편해서 일단 오는 것까진 차를 타고 왔어요.”
장 씨는 평소 유모차를 가지고 외출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밝히며 이번 행사에 대한 기대도 드러냈다.
“유모차 끌고서 다니려고 생각하면 항상 너무 힘든 생각에 웬만하면 안 나려고 생각을 하게 돼요. 택시비도 비싼데 한 번 나가는데 드는 택시비도 아깝기도 해서 한 번 나갈 결심을 하면 부담감이 정말 많아요. 이런 행사가 잘 돼서 걷는 게 편하게 됐으면 좋겠어요. 이런 계기로 인해서 유모차도 편하게 다닐 수 있게 있다는 것이 알려졌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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