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가진 부모는 이 나라가 무섭다"
"아이 가진 부모는 이 나라가 무섭다"
  • 윤지아 기자
  • 승인 2015.12.21 1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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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엄마들이 아이 낳지 않는 이유

【베이비뉴스 윤지아 기자】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 엄마들의 모습.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 엄마들의 모습.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아이 가진 부모는 이 나라가 무서워요."


얼마 전 저출산 원인과 대책에 대해 SNS를 통해 물었더니, 아이를 키우는 한 엄마가 이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이 엄마는 "한국 사회에 법의 정의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이어 "남성들이 육아휴직을 원활하게 쓸 수 있는 노사환경, 장려금 확대, 사교육비 인하, 수능 위주의 교육정책의 변화, 집값 하락 등의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이 키우는 부모라면 모두 고개를 끄덕거릴 것이다. 최근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두고서 말들이 많다. 공청회, 토론회, 기자회견…, 수많은 학자와 전문가들이 저출산 정책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을 비롯한 국민들의 의견은?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이 만들어지려면,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장이 있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정부에서는 국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고 있다. 그래서, 베이비뉴스가 대신 물었다. 왜 대한민국에서 아이 낳는 것을 포기하고 망설이는 것인지, 엄마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보자.

 

◇ 학자금대출로 시작된 20대, 아이는 빚의 연장?


저출산 원인을 묻는 질문에 이아무개(35·서울 노원구) 씨는 빈부격차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불안정한 미래는 아이에게도 부부에게 큰 부담이라고 토로했다.


"'내 집 마련'은 어느새 5년 후, 10년 후의 목표가 아닌 '언젠가는 이뤄지겠지'같은 막연한 꿈이 돼 버렸다. 아이를 키우는 데 걸림돌 중 하나는 돈, 현실적 문제다. 아이를 낳아도 부부의 수입은 정해져 있다. 양육비와 교육비를 생각해도 빠듯한데, 집 마련, 세금, 저금 등 신경 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아이를 좋은 환경에서 키우고 싶은 욕심은 어느 부모에게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날 때마다 부모 스스로가 짊어져야 할 경제적 부담을 무시할 수가 없다."


아이가 성인될 때까지 약 2~3억이 든다고 들 말하는 세상에서 이 씨는 3살 된 딸 아이만을 열심히 키울 각오를 하고 있다고 했다. "육아는 힘들더라도 내 손으로 직접 하고 싶다. 하지만 남편의 외벌이만으로는 힘든 게 사실이다. 맞벌이를 할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에서 둘째, 셋째 아이를 갖는 것은 너무 큰 지출이다."


대한민국, 왜 임신부와 육아맘이 살기 어려운걸까?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대한민국, 왜 임신부와 육아맘이 살기 어려운걸까?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 "정부가 내놓는 저출산 대책, 실속 없다"


역시 6살 딸 아이 한 명을 키우고 있는 지아무개(31·경기도 부천) 씨는 정부의 저출산 대책이 실속 없다는 의견이다.


"신혼부부를 위한 임대주택만 먼저 떠올려 봐도 그렇다. 보기엔 그럴싸하지만 신혼부부 입장에서 입주는 하늘의 별따기보다 더 어렵게 느껴진다. 어렵게 얻은 집도 아이를 낳아 기르기엔 턱없이 비좁고 벅차, 아이를 낳음과 동시에 부모는 자발적 가난을 택하게 된다. 아니 택할 수밖에 없다."


또 지 씨는 "아이 낳으라던 정부가 보육 예산 삭감과 아이돌봄서비스 지원 축소 등 출산지원정책을 줄여가는 행보는 아이 키우는 부모들의 뒤통수를 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 밖에도 일부 시도에서는 출산장려금 지급이 중단됐다. 물론 사랑하는 아이를 지원과 복지를 받기위해 낳는 것은 아니지만, 점점 아이 낳기 힘들어지는 것이 아닌, 싫어지는 사회로 변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 출산휴가, 육아휴직은 엄두도 못내


1988년도 아닌 2015년에도 '애 낳는 게 벼슬이냐'는 비아냥 거림은 계속되고 있다. 임신부들이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쓰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아직 많다는 것이다. 2015년 현 정부는 '일·가정 양립'을 말하고 있지만 워킹맘은 물론이고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은 워킹대디 역시 회사 내에서 출산휴가, 육아휴직은 엄두도 못 낸다.


실제로 직장인 최아무개(26·인천 계양구) 씨는 직장에 '팀장' 직급을 달고 있던 선배가 심리적 압박감으로 인해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합쳐 6개월만 쉬고 나오는 사례를 봤다. 출산휴가 3개월과 육아휴직 1년은 법으로 보장돼 있는 데도 말이다.


"그 분도 1년 3개월을 쉴 수 있단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맞벌이를 해야 하는 형편상 6개월 만에 복직하는 모습을 봤다. 아직 어린 아이를 두고 출근해야만 했던 엄마 마음이 오죽할지 충분히 이해된다. 풀릴 것 같지 않은 우리나라의 숙제다."


◇ 아동학대, 불안해도 솜방망이 처벌

 

올해 초 인천의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음식을 남겼다는 이유로 4살 어린 아이를 폭행해 전국민에게 충격을 남겼다. ⓒ연합뉴스TV 캡처 화면
올해 초 인천의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음식을 남겼다는 이유로 4살 어린 아이를 폭행해 전국민에게 충격을 남겼다. ⓒ연합뉴스TV 캡처 화면

 

아동학대 사건 뉴스에 한번, 제대로 된 처벌이 되지 않을 때 또 한번 놀랐다는 김아무개(33·인천 서구) 씨는 "아동학대가 발생해도 그에 마땅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때 많이 속상하다"며 "아이를 낳고 남의 손에 맡겨야 하는 순간이 오게 돼 고민하게 되지만, 내 아이를 맡을 선생님이 아동학대를 저질렀던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어딘지 모르게 불안하다"고 털어놨다.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같은 일이 반복되지만 해결은커녕 항상 제자리라는 느낌을 받는다"는 김 씨는 "아동학대가 일어났을 때만 반짝 이슈 되는 이런 사회에서 아이를 어떻게 낳으라고 하는지 의문스러울 때가 있다"며 "어린이집 CCTV 의무화 등의 안일한 대안보다는 엄마 속  마음을 읽어주고 이해하는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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