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보육정책? 현장에 물어봐!
누리과정 예산, CCTV 설치 의무화, 맞춤형보육, 초과보육 등등. 최근 보육 현장은 정책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도대체 문제가 무엇인 걸까. 보육교사, 학부모 등 보육 현장의 다양한 구성원들로 구성된 참여연대 보육연석회의가 릴레이 칼럼으로 현행 보육정책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안한다.
저출산 극복과 여성 고용 창출을 위해 무상보육이 시행되고 있다. 무상보육 시행으로 과거보다 보육에 대한 지원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부모들이 기대한 만큼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환경이 되지 못하면서 정부의 보육정책은 비판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아이 키울 걱정 없는 나라”를 약속했으나 집권 후 계속 지자체와 교육청으로 보육예산을 떠넘기며 무상보육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또한 보육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전혀 하지 않고, 오히려 보육의 질을 악화시키는 초과보육을 허용하면서 교사와 부모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영유아보육법에 따르면 교사 대 아동비율 만 0세~4세 이상이 각각 3명, 5명, 7명, 15명, 20명으로 규정하고 있다. 교사 대 아동 비율이 높을수록 교사의 노동 조건이 악화되고, 보육의 질이 나빠지기 때문에 정부가 2014년부터는 원칙적으로 초과 보육을 금지했다. 2015년 국공립과 직장어린이집에 금지하고, 2016년에는 모든 유형의 어린이집에 초과보육을 전면 금지하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정부는 자신이 한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이 뒤집어 2016년 ‘보육사업안내’에서 ‘반별 정원 탄력 편성’이라고 하여 교사 1인당 아동 1~3명까지 늘릴 수 있도록 초과보육을 허용했다.
정부가 초과보육을 허용하는 이유는 민간어린이집의 손실을 보전하고자 위함이다. 물가가 지속해서 상승함에도 정부는 4년째 보육료를 동결시키다가 2016년에야 겨우 3~6% 보육료를 인상해 주었다. 이것으로는 운영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없다고 하는 민간어린이집의 호소에 정부가 초과보육을 허용한 것이다.
재정 부담을 줄이려고 하는 정부와 이윤을 추구하는 민간어린이집의 이해관계 때문에 교사와 아이들이 더욱 열악한 환경으로 내몰리고 있다.
한국은 보육교사 대 아동 비율이 OECD 평균보다 높고, 보육교사가 평균 9시간 이상을 근무하고도 박봉에 시달리고 있다. 보육교사의 노동 조건은 보육의 질을 결정한다. 그런데 정부는 보육교사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전혀 하지 않고 오히려 보육교사의 노동조건을 악화시키고 있다.
보육교사의 노동환경이 열악해질수록 그 스트레스는 아이들에게 전가되기 쉽고, 그 과정에서 아동학대가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를 비롯한 보육현장에서는 근본적으로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서는 보육교사 처우를 개선하고, 교사와 부모가 충분히 소통할 수 있는 열린 어린이집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는 아동학대 예방을 목적으로 한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 설치 의무화로 교사들을 감시하고, 처벌을 강화했을 뿐만 아니라 누리과정 예산을 지원하지 않으면서 일자리마저 불안하게 했다. 그리고는 초과보육으로 더 많은 아이를 돌보게 하고 있다.
초과보육을 하면 좁은 보육실에서 더 많은 아이가 생활하게 되면서 안전사고에 노출되기 쉽고, 아이들이 선생님의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들은 이번 초과보육을 허용하는 지침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에 정부가 초과보육을 허용하면서 수익의 일부를 교사에게 수당으로 지급하도록 했지만 이는 생색내기다. 민간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들의 고용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것이 잘 지켜질지도 미지수다.
또한 정부는 초과보육 허용 지침을 내려보내면서 최종 결정은 지역보육정책위원회가 결정하도록 했다. 이는 초과보육이 보육의 공공성을 훼손했다는 책임을 면피하려는 꼼수로 누리과정 예산을 떠넘기는 것처럼 책임 떠넘기기일 뿐이다.
정부는 연일 저출산의 위기를 강조하면서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부모들이 원하는 보육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은 하지 않고 있다. 교사와 부모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교사 대 아동 비율 축소 등 보육교사 처우를 개선하고, 국공립시설을 대폭 확충하여 정부가 민간의 이해관계에 휩쓸린 보육정책을 하지 않는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재정의 효율성만 따질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아이들이 행복한 보육정책을 시행하길 원한다.
* 칼럼니스트 장미순은 7살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자 참보육을위한부모연대 운영위원장입니다.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도록 참보육을 지향하는 부모들의 단체를 운영하면서 보육의 공공성을 위한 활동들을 하고 있습니다. 참여연대 보육연석회의에 부모 대표로 참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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